옥일진 우리금융지주 디지털혁신 부문 부사장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로 디지털타워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김은희·경예은 기자] “디지털자산 사업은 누가 더 차별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느냐에서 승패가 갈릴 겁니다. 최적의 컨소시엄을 만들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유스케이스(활용사례)를 만들어 고객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우리금융의 목표입니다.”
옥일진 우리금융지주 디지털혁신부문 부사장은 3일 서울 중구 우리금융디지털타워에서 진행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발행 안정성 등에서 경쟁력이 있는 복수의 은행, 캡티브(내부) 수요가 있는 빅테크 플랫폼 업체를 어떻게 컨소시엄에 포함해서 할 것이냐를 논의 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법제화에 속도를 내면서 컨소시엄 구성 물밑 경쟁에도 시장의 관심이 쏠려 있다. 금융회사를 비롯해 핀테크·블록체인 인프라 기업 등이 합종연횡 중인데, 우리금융도 경쟁력 있는 컨소시엄 구축이 디지털자산 사업 추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보고 공을 들이고 있다.
“은행, 빅테크 등 얼라이언스 구성이 관건”
옥 부사장은 “정부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 사업자를 많이 내줄 건 아니기에 하나의 은행만으로는 라이선스를 따기 부족하고 복수의 은행이 컨소시엄에 들어가 협력하는 모델이어야 한다”면서 “발행 물량을 수용해 줄 강력한 빅테크 플랫폼이 있어야 하고 그 외 오프라인 유통업자까지 얼라이언스(동맹)를 적절히 구성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특히 선불충전 포인트가 많은 전자상거래·간편결제 사업자는 스테이블코인 전환이 용이해 컨소시엄을 함께 꾸리면 발행 후 유통 채널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활성화를 위해선 발행·유통을 넘어 소비의 확장이 중요한데 우리금융이 컨소시엄 내에서 활용 면에서 주요 역할을 할 것으로 옥 부사장은 내다봤다. 그는 “고객 입장에서 기존보다 좋아서 쓰게 만드는 게 핵심”이라며 리테일(소매) 단계에서 여러 실증사업을 통해 수요를 확인하고 나아가 기업 고객과의 협업을 통해 유스케이스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옥일진 우리금융지주 디지털혁신 부문 부사장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로 디지털타워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무엇보다 기업들이 실제 비즈니스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얼마나 활용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대기업, 중소기업 고객사와 다양한 협업 논의를 진행 중이다.
우리은행의 디지털 공급망 금융 플랫폼 ‘원비즈플라자’에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옥 부사장은 “구매사와 공급사 간 거래 자금 지급에 스마트컨트랙트를 결합하면 지급 속도를 높이고 거래 조건도 보다 명확하게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글로벌 자금을 관리할 때 송금·결제를 스테이블코인으로 대체할 경우에도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옥 부사장은 “기업들은 해외에 지사를 두고 있고 거래처도 있기 때문에 크로스보더 송금 수요가 있다”며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면 시간이 확실히 단축되고 수수료도 줄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에 우리금융은 유동성을 제공할 수 있는 해외 디지털자산 사업자, 주로 거래소와 제휴해 이러한 글로벌 송금 구조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는 “몇 군데와 얘기하고 있는데 추후 사업모델에 따라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옥 부사장은 “결국 궁극적인 목표는 고객 기반 확대”라며 “디지털자산이라는 새로운 사업이 고객을 확보하는 핵심 수단으로서 기여를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기술은 검증…거래 비용·속도·보안 더 중요”
우리금융의 디지털자산 사업 핵심 강점은 수년간 축적해 온 블록체인 기술 역량이다. 우리은행은 2021년 디지털그룹 DI추진단 내 블록체인 연구·사업화팀을 꾸려 제반 기술 연구와 사업 검토를 시작했으며 1년 만에 조직을 사업부 단위로 격상해 블록체인 기반 신사업 추진 체계를 구축했다.
옥 부사장은 “블록체인 관련 조직을 5년 전부터 만들어 전문성과 기술 이해도, 운영 경험을 꾸준히 쌓아 왔다”면서 “정보기술(IT) 거버넌스 개편으로 디지털에 대한 임직원 이해도도 높다”고 자부했다.
우리금융은 그동안 다양한 블록체인 실증 사업을 통해 기술 검증을 이어왔다. 자체 네트워크 기반으로 대체불가능토큰(NFT)을 발행하고 전자지갑 기술을 시험하는 등 내부 기술 역량을 축적해 왔다. 한·일 간 스테이블코인 기반 해외송금 실험인 ‘프로젝트 팍스’ 2단계 사업에도 우리은행이 참여해 B2B(기업간) 해외 송금 영역에서의 사업 가능성을 점검할 예정이다.
그뿐만 아니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도입하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오픈 DID(분산신원인증) 기술을 활용해 특정 직군 인증 서비스를 구현하고 있다. 예컨대 변호사가 원뱅킹 애플리케이션에 DID 자격증명을 등록하면 별도의 서류 제출 없이 변호사 전용 금융상품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식이다.
최근에는 스테이블코인 발행부터 지갑 운영까지 전체 구조를 검증하는 내부 실증도 진행했다. 특히 지갑 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를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는 ‘페이마스터’ 기능도 적용해 발행·전송·결제까지의 사이클을 테스트했다. 옥 부사장은 “블록체인 거래 자체가 고난도 기술은 아니다”라며 “거래 비용과 속도, 보안 측면을 더 중시하고 있다”고 첨언했다.
우리금융은 한국은행 디지털화폐(CBDC) 실증 사업에도 참여한다. 옥 부사장은 “CBDC는 예금 토큰 성격을 갖기 때문에 별도의 장점이 있다”며 “한국은행이 발행한 디지털 통화를 은행이 받아 유통하는 구조로 향후 이자 지급 등 기능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옥일진 우리금융지주 디지털혁신 부문 부사장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로 디지털타워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이러한 기술 기반을 토대로 우리금융은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유통·결제를 아우르는 생태계 구축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은행뿐 아니라 카드, 증권, 보험 등 그룹 계열사 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봤다.
옥 부사장은 “기술적 영역은 그룹 차원에서 공동 추진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스테이블코인을 현금화하고 전자지갑 안에서 고객과 연결되는 사용 장면(scene)을 만드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디지털 자산 법제화 방향에 대해서는 일정 수준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은 사실상 화폐 기능을 하기에 난립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통화 신뢰성과 안정성, 자금세탁방지 측면에서 검증된 사업자가 운영할 수 있도록 적절한 규제가 있어야 한다”고 단언했다.
“AI 혁신 통한 대고객 서비스 확대 등 화두”
디지털자산 사업과 별개로 인공지능(AI) 역량을 바탕으로 하는 고객 경험 혁신과 업무 효율화는 우리금융이 추진하는 디지털 전환의 또 다른 축이다.
옥 부사장은 “올해 핵심 화두는 어떻게 AI 기술을 적용해서 대고객 서비스와 내부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할 것인가”라며 전사적으로 AX(인공지능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서비스형 뱅킹(BaaS)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작년 4월 알뜰폰을 출시했고 이달 말 티켓 판매 플랫폼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기존 은행업이 아닌 신사업은 물론 삼성월렛머니, 네이버페이머니와 같은 제휴를 통해 신규 고객을 유입시키는 데 올해도 중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AI 에이전트(비서) 활용 범위도 확장한다. 옥 부사장은 “전사 차원에서 AI 에이전트를 중심에 두고 주요 업무 프로세스를 새로 그리고 있다”면서 “특히 기업여신을 서류 신청부터 심사, 사후관리까지 AI 에이전트가 자동으로 하고 사람이 확인하는 식으로 바꿔 생산적 금융을 서포트하려고 한다”고 했다.
내부통제의 다양한 점검 요소를 AI 에이전트가 100% 전수 검사하는 프로세스 구축도 준비 중이다. 샘플링 조사에 그쳤던 한계를 넘어 이상 사항만 사람이 검토하는 효율적 모델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된다.
옥 부사장은 “앞으로 AI를 활용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 지금 AI를 얼마나 잘 준비하느냐가 앞으로 2~3년 후 회사의 경쟁력을 굉장히 달리할 수 있다”면서 “AI 인프라·체계를 갖춰 새로운 서비스와 환경 변화에 효율적으로 빠르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