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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지자체 경고 무시하더니 딱 걸렸다…국토부, 다주택자 실거주 유예 지침 뒤늦게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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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혼선 보도에 뒤늦은 지침 수정
지침대로 했는데…화살은 구청으로
국토교통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실거주 의무 유예 지침을 안내하면서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임대차계약은 유예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가 일주일 만에 입장을 번복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당초 이러한 지침을 지자체에 알리는 과정에서 지자체 실무진들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 곧바로 바꿔주길 요청했으나 국토부에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일선 현장에서 혼선이 불거졌다는 보도가 이어지자 뒤늦게 지침을 고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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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5일 서울 시내 대규모 아파트 단지 내 위치한 공인중계사 앞에 2026년도에 거래된 아파트 매매 정보가 붙어 있다. 윤동주 기자


이날 아시아경제가 확보한 국토부의 지자체 실무 교육용 '한시적 실거주 의무 유예에 따른 임시 업무처리지침'을 보면, 실거주 유예 기준인 최초 종료일을 "변경 계약이나 계약갱신청구권 등으로 변경되지 않은 최초 종료일"로 정의했다. 이 지침은 지난달 25일 국토부가 서울에서 지자체 담당자를 대상으로 교육하면서 나눠준 자료에 포함돼 있다.

같은 달 12일 관계부처 합동 보완방안 발표 당시 보도자료의 "현재 체결된 임대차계약상의 최초 계약 종료일"이라는 문구를 국토부가 내부 설명용 자료집을 통해 갱신권 사용 이전의 날짜로 한정해 해석한 것이다. 이 지침에 따르면 2월 12일 이전에 이미 갱신권을 행사해 임대 기간이 연장된 계약은 유예 혜택 대상에서 제외된다.

자치구 토지거래허가 담당자들은 지침 배포 당일 국토부가 진행한 교육 현장에서부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실거주 유예는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세입자 문제로 처분에 어려움을 겪는 다주택자들에게 퇴로를 열어주기 위한 한시적 방침이다. 2월 12일 기준으로 최초 계약 세입자가 거주 중이든, 갱신권을 행사해 연장된 세입자가 거주 중이든 매수인 입장에서는 똑같이 입주를 못 하는데 이를 한시적으로 풀어주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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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5일 서울 25개 자치구와 경기 일부 지자체에 배포한 '한시적 실거주 의무 유예에 따른 임시 업무처리지침' 일부 내용. '최초 종료'를 '변경 계약이나 계약갱신청구권 등으로 변경되지 않은 최초 종료일을 의미'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국토부 지침은 갱신권이 행사된 계약을 유예 대상에서 제외했다. 같은 조건임에도 계약 형태에 따라 유예 여부가 달라지는 것이다. 이 경우 매수인은 실거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허가 자체를 받을 수 없어 다주택자 거래가 사실상 막힌다고 지자체 실무자들은 주장했다. 보완책 취지를 거스른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당시 국토부 실무진은 갱신권 행사로 연장되지 않은 초기 계약 종료일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며 기존 지침을 고수했다.

서울시 역시 상황의 부적절성을 인지하고 대응에 나섰다. 시는 자치구들의 의문 제기를 취합해 지침 시행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담아 국토부에 지침 내용의 재확인을 요청했으나, 국토부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국토부가 입장을 바꾼 것은 갱신권 주택의 허가 불가 안내 사례가 언론을 통해 공론화한 지난 3일에 이르러서다. 국토부는 이날 오후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계약 갱신 여부와 무관하게 임대차 계약 종료 시까지 실거주 의무가 유예된다고 발표하며 일주일 전 지침을 뒤집었다.

같은 날 자치구에 하달된 공문에서는 최초 종료일 의미를 "2월 12일 현재 체결된 임대차 계약 이후 계약갱신청구권, 묵시적 갱신 및 변경계약 등에 의해 변동되지 않은 최초 종료일"로 재정의했다. 그러면서 "해당 계약체결 전에 계약 갱신권 청구권 행사나 묵시적 계약 갱신 및 변동계약 등 체결 여부와는 무관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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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2일 언론에 배포한 '다주택자 중과 유예 종료 및 보완방안 관련 Q&A' 보도자료. 부동산거래신고법 시행령 개정이 2월27일에 완료됐음에도 '2월12일 신청하는 경우'를 예시로 들어 일부 자치구에서 시행령 개정 전 토허 신청을 받는 혼선이 빚어졌다.


한편 보완책 발표 당시 보도자료에도 혼선을 유발하는 내용이 있었다. 실거주 유예가 적용된 토지거래허가 신청 시기에 대한 문답에서 국토부는 "2월 12일 신청하는 경우 영업일 15일 이후인 3월 10일 이전에 허가 가능"이라고 예시를 들었다. 그러나 이 제도 근거인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부동산거래신고법) 시행령 개정이 완료된 것은 2월 27일이다. 시행령이 개정되기 전인 2월 12일에는 해당 유예 조건의 토허 신청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 예시 때문에 서울 4개 자치구에서 시행령 개정 전에 토허 신청을 받는 일까지 벌어졌다.

다만 시행령 개정 이후에야 정식 심사가 가능해진 탓에, 개정 전 접수분은 보완 안내를 받거나 개정 이후 다시 접수하는 형태로 정리되면서 공식 불허가 처분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문제는 서류 접수 이전 단계에서 이미 일정이 꼬이거나 불확실성이 커져 거래가 무산된 경우다. 이런 건 행정 처리 기록으로 남지 않아 집계조차 되지 않는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를 두고 한정된 인력 속에 단기간에 새 정책이 집중적으로 추진되면서 국토부 업무가 누적됐고, 현장 피드백마저 제대로 수용되지 않은 결과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지침이 번복되는 과정에서 혼선의 책임은 국토부 안내를 그대로 집행한 일선 지자체 공무원이 떠안는 모양새가 됐다. 다주택자들이 구청에서 "거래가 어렵다"는 안내를 받으며 불만이 커지는 동안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구청을 비난하는 글이 잇따랐다. 국토부 지침을 충실히 따른 실무자들이 여론 표적이 된 셈이다.

서울 한 자치구 관계자는 "새 정책을 시행하면서 혼선이나 실수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은 현장에서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다만 지침을 충실히 따른 일선 공무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식의 수습은 현장 담당자들 사기를 꺾는 처사"라고 말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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