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월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자신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 결심 공판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
“대통령 관저이고 경호구역인 곳을 허락도 없이 들어왔으면 일단 물러나라고 하는 게 당연한 건데, 이걸 무슨 특수공무집행방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제가 법률 지식이 많진 않지만 재판하면서도 납득이 안 되고.”
지난 4일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윤성식)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사건 항소심 첫 번째 공판이 열렸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와 별개로 지난해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은 짙은 남색 정장을 입고 재판에 출석해 혐의를 전면부인하며 이같이 밝혔다.
“26년 검사 경력” 강조하더니 2심에선 “법 지식 없어”…새 전략일까
내란 우두머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실시된 지난해 1월15일 윤 대통령이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출석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
우선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특검)이 ‘원심이 법리를 오해해 형량이 가볍다’며 항소 이유를 설명했다. 특검은 “계엄 해제 후 피고인이 허위 선포문을 만들고 폐기한 행위, 허위 사실이 담긴 PG(프레스 가이던스·언론에 배포하는 정부 입장)를 외신에 전파하도록 한 행위에 대해 원심이 법리를 오인했다”고 말했다.
반면 윤 전 대통령 측은 1심 재판부가 내란죄에 대한 공수처의 수사권을 인정한 것은 공수처법 입법 취지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공수처가 발부받은 체포영장 역시 무효라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피고인석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고 총 20여분에 걸쳐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경호처장 입장에서 대통령 관저에 무단으로 들어온 사람을 나가라고 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라며 “제가 법률 지식이 많진 않지만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경호구역 또는 군사 보호지역에 사전 허가 없이 들어온 공수처에 퇴거를 요구한 게 특수공무집행방해일 수는 없다는 취지다.
또 “비화폰(관련 증거인멸 혐의)도 그렇고, 하여튼 법정에 앉아서 들은 법정 증언하고 나중에 판결로 인정된 사실관계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며 “어디에 근거해서 사실 인정이 된 것인지 알 수 없는 공판조서가 1차적 증거로 사용된 것에 대해 많은 의문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
12·3 불법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 형식을 갖추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만 소집한 혐의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선포 사실이 알려질 경우 국민이 동요할까봐 우려했다”며 “치안 수요가 있을 수 있어 병력 투입을 최소화하려 했고, 그로 인해 통상적인 국무회의를 진행하지 못했다”고 했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 전 대통령은 그간 자신의 재판 과정에서 검찰 경력을 수차례 강조하며 특검의 수사와 기소를 맹비난했다. 지난해 4월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첫 공판에서도 26년 검사 경력을 언급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당시 “저 역시 26년간 검사 생활을 하며 공직을 치열하게 수행해왔다”며 “공소장과 구속영장을 보면 그동안 수많은 사람을 기소하고 구속했던 저로서도 이 내용이 도대체 무엇을 주장하는지, 어떤 논리로 내란죄가 된다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이 항소심 재판에서는 자신이 법률적으로 전문적인 판단을 할 위치가 아니라는 취지로 말하면서 ‘재판 전략을 바꿨다‘는 해석도 나온다. 1심에서 특검의 법리 자체를 공격했다면 항소심에서는 의도나 책임 범위를 축소해 방어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는 것이다.
내란재판부 본격 가동…한덕수·이상민도 차례로 재판
국회 관계자가 지난 3일 국회 본관 지하통로에 걸려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 사진 전시물을 철거하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 페이스북 갈무리 |
윤석열 전 대통령 사진이 담긴 전시물이 철거된 자리에 이재명 대통령 사진이 추가된 전시물이 게시돼있다. 우원식 국회의장 페이스북 갈무리 |
이날 재판은 내란 관련 사건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된 뒤 처음 진행됐다. 윤 전 대통령 사건을 시작으로 12·3 내란 관련자들의 항소심 재판이 앞으로 줄줄이 열린다.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항소심은 서울고법 형사12-1부(재판장 이승철)에서 열린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조지호 전 경찰청장 등 군·경 수뇌부 항소심 재판도 같이 진행된다. 앞서 1심은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는 계엄 계획과 모의 시점,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수첩의 증거능력, 형법상 내란죄 구성요건의 충족범위 등을 재차 다툴 것으로 보인다.
이 재판부는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3년을 선고받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항소심도 맡게 됐다. 재판부는 지난 5일 한 전 총리 항소심의 첫 공판준비절차를 진행하고, 오는 11일부터 정식 공판을 열기로 했다.
첫 공판에서는 양측의 항소 이유를 듣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할 계획이다. 재판부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도 증인으로 채택했다. 총 4~5회 재판을 진행하고, 이르면 다음달 초 변론을 종결하겠다고도 밝혔다.
계엄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내려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이 전 장관의 항소심 첫 공판은 서울고법 형사1부에서 오는 18일 열린다.
☞ 내란은 유죄, 계엄은 존중?…지귀연이 연 또 다른 ‘계엄의 문’
https://www.khan.co.kr/article/202603010800021
☞ ‘사전 논의’했어도 ‘내란 인식’ 없었으니 무죄라는 지귀연 재판부···항소심선?[법정 417호, 내란의 기록]
https://www.khan.co.kr/article/202602280600021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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