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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무조건 항복 후 국가 재건' 제안…이란 수용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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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직자·非민주 지도체제 용인 의사도…이란 기득권에 출구 제시 해석
강경 군부 득세한 이란, 항전 택해 장기전으로 美 압박 전략 취할수도
지지층은 장기전 원치 않아…트럼프, '시간과의 싸움' 딜레마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워싱턴=연합뉴스) 이유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이란 군사작전 일주일째인 6일(현지시간) 이란에 '무조건 항복'을 협상 조건으로 제시하고 동시에 경제 재건 지원을 언급한 것은 사실상의 종전 구상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군사작전 종료 시점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란의 전면적인 노선 전환을 전제로 미국과 이란 모두 전쟁을 마무리할 수 있는 틀을 모색하려는 시도로도 해석될 수 있다.

다만 강경 군부 세력이 여전히 권력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이란이 미국에 대한 항전 의지를 접고 이를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이란과의 합의는 '무조건 항복' 외에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란이 항복한 뒤 "훌륭하고 수용 가능한 지도자들이 선택되면" 미국과 다른 국가들이 이란을 부강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의 정치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를 변형한 "이란을 다시 위대하게(MIGA)"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차기 리더십에 대해서도 종전보다 유연해진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CNN 인터뷰에서 이란 차기 지도자로 성직자가 와도 괜찮냐는 질문에 "그 사람이 누구냐에 달려 있다"며 "종교 지도자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또 이란이 민주주의 국가가 되는 것을 고집하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며 "공정하고 정의로운 지도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이란이 '무조건 항복'하지 않을 경우 장기전을 불사한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차기 리더십 선출을 앞둔 이란에 일정한 선택지를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란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고 정책 노선을 전환할 경우 현 지도부 인사나 일부 성직자가 권력 구조에 잔류하는 것도 용인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미국이 문제 삼는 것은 정권의 형태 자체라기보다는 핵 개발과 반미 노선 등 정책 방향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란이 이를 수용할 경우 현 체제의 연속성을 일정 부분 인정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며 지도층에 일종의 출구를 제시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2차대전 승전국인 미국이 패전국 일본의 '천황제'를 '상징 천황제'로 유지하도록 허용하면서 일본의 기존 관료들을 활용해 미국의 세계 전략에 기여하도록 만들었던 것과 유사한 그림을 트럼프 대통령이 그리는 것일 수 있어 보인다.

보다 가까이는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축출 이후 마두로 체제의 2인자(부통령)였던 델시 로드리게스를 임시 대통령으로 내세워 친미정책을 취하도록 한 베네수엘라 모델을 적용하고 싶다는 희망을 드러낸 것으로 읽혔다.

연합뉴스

이스라엘 텔아비브 공습하는 이란
[타스=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문제는 이란이 이를 수용할 것이냐다.

이란은 최고지도자를 정점으로 한 신정 체제로, 미국에 항복 선언을 하는 것은 이슬람공화국 체제의 정통성과 정권의 정치적 정당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여길 수 있다.

또 이란 내부는 혁명수비대(IRGC)를 중심으로 한 강경 군부 세력이 사실상 권력을 장악하고 있어 항전을 선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군부 또는 강경파 중심의 새 체제가 등장할 경우 대미 강경 노선이 유지되면서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실제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전날 미 NBC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휴전을 요청하고 있지 않다. 우리는 미국과 협상해야 할 어떤 이유도 보지 못하고 있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란이 미국에 비해 군사적으로 압도적 열세인 점을 고려하면 장기전을 통해 미국의 정치적 부담을 키우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동 전역에서 미군 기지 등을 겨냥한 공격을 확대하고 호르무즈 해협의 에너지 수송로 위협을 강화하는 식으로 미국의 부담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유가 상승과 미군 피해 증가 등이 맞물리며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커지고, 전쟁 비용과 인명 피해 문제가 미국 내 정치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란이 이를 노리고 미국과의 장기전을 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미국도 이 지점에서 딜레마가 엿보인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대이란 군사작전과 관련해 미국이 이란 영공을 장악하는 수순으로 순조롭게 가고 있으며 이번 작전 목표가 4∼6주 내 완료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4∼6주라는 기간을 제시한 것은 이란 지도부로 하여금 '저 시간 동안만 버티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대이란 심리전 측면에서 득책이 아닐 수 있지만 이라크전쟁과 같은 장기 소모전으로 가길 원치 않는 지지층의 우려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고민인 것으로 읽힌다.

레빗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이란과의 합의는 '무조건 항복' 외에는 없을 것"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 "이란이 더 이상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고 '장대한 분노' 작전 목표가 완전히 달성됐다고 판단하는 시점이 되면 그때 이란은 스스로 항복을 선언하든 안 하든 무조건적인 항복 상태에 놓인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무조건 항복' 요구 언급이 이란이 항복 선언을 할 때까지 전쟁을 지속하겠다는 뜻은 아니며, 목표를 달성했다고 판단될 때 이란이 항복한 것으로 '간주'하고 전쟁을 마무리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yu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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