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할인과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안정세를 보였다. 다만 중동 정세 악화로 국제유가가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이 장기화될 경우 올해 물가 상승률이 최대 2.7%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동월 대비 2.0% 상승했다. 올 1월에 이어 두 달 연속 2.0% 상승률을 유지했다.
2월 석유류 가격은 지난해 동월 대비 2.4% 하락했다. 두바이유 가격이 지난해 2월 배럴당 77.9달러에서 올해 2월 68.4달러로 낮아진 영향이다.
농산물 가격도 설 명절 할인 행사와 공급 증가 영향으로 하락했다. 채소와 과일 가격이 내려가며 전체 농산물 가격은 지난해 동월 대비 1.4% 떨어졌다.
가공식품 가격 상승세도 둔화됐다. 밀가루 가격은 지난해 동월 대비 1월 2.3% 상승에서 2월 0.6% 하락으로 전환됐고 설탕 가격 상승률 역시 같은 기간 0.6%에서 0.4%로 축소됐다.
이두원 국가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설탕과 밀가루 등 생활 밀접 품목을 대상으로 담합 실태조사에 착수한 점도 가격 상승세 둔화 요인 중 하나”라며 “다음 달에는 상승 폭이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먹거리 가격 상승은 이어졌다. 주요 소비자물가 상승 품목을 보면 조기가 지난해 동월 대비 18.2% 오르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쌀도 17.7% 올라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고등어(9.2%), 돼지고기(7.3%), 달걀(6.7%) 등도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돼지고기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영향으로 도축 마릿수가 줄었고 달걀 역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여파로 가격 상승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
향후 변수는 국제유가다. 미국과 이란 충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유가 상승이 정유사 출고가와 주유소 판매 가격에 반영되면 운송비와 생산비 상승으로 이어지며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최지욱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유가 상승은 이달 초부터 나타난 것으로 지난달 소비자물가에는 반영되지 않았다”며 “미국과 이란 전쟁이 이달 동안 지속된다고 가정할 경우 다음 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5%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분석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물가 상승 폭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 연구원은 미·이란 갈등이 단기간에 진정될 경우 국제유가는 배럴당 70~80달러 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지만 전쟁이 수주 이상 이어지면 90~100달러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갈등이 3개월 이상 장기화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으며 이 경우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7% 수준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소비자물가 선행지표로 꼽히는 생산자물가 상승세도 변수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1월 생산자물가는 전월 대비 0.6% 상승해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다섯 달 연속 상승세다.
정원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생산자물가가 소비자물가에 약 2개월 정도 선행하는 경향을 감안하면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enoug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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