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업계에 따르면 송 회장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박 대표 체제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송 회장은 "대주주가 경영에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견실한 방향을 제시하고, 전문경영인은 부여된 권한과 책임 아래 회사를 이끌어가는 것이 한미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길"이라며 "한미약품이 특정 개인 한 사람이 전권을 쥐고 운영할 수 없는 기업"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최근 경영 보폭을 넓히며 박 대표와 충돌하고 있는 신 회장의 독주를 정면으로 견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송 회장의 이번 입장문은 최근 사내에서 불거진 고위 임원의 성비위 사건을 단초로 명분상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도 읽힌다. 송 회장은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임직원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 성비위 의혹을 받는 임원을 내부적으로 비호하고 부당하게 경영에 간섭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신 회장과 자신을 분리해, 지배구조 선진화와 투명 경영이라는 도덕적 정당성을 선점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로써 2024년부터 이어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송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 신 회장, 그리고 사모펀드 운용사 라데팡스 파트너스가 뜻을 모아 결성했던 '4자 연합'은 와해되는 국면을 맞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서로 간의 좁힐 수 없는 입장 차이를 재확인하며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던 단일대오에 균열이 생기는 모양새다. 한때 우군이었던 대주주들이 이제는 서로를 겨냥하며 그룹의 내홍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신 회장 측 관계자는 "주총을 앞두고 '4자 연합'은 지속적으로 만남을 갖고 있으며 갈등이 더 번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결국 경영권의 향배는 주총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의 연임 여부를 놓고 주총장에서는 피 말리는 표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 회장은 최근 지분을 꾸준히 추가 매입하며 전체 지분율을 29.83%까지 끌어올렸다. 송 회장 측은 임성기재단 지분을 포함해 25.58%의 의결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둔 상태다.
송 회장 측은 지배구조 선진화와 전문경영인의 독립성 사수라는 명확한 명분을 앞세워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지분율 6.64%)과 30%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할 계획이다. 명분과 실리를 강조하며 표심을 끌어모은다면 이번 표 대결에서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번 주총이 단순한 대표이사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수준을 넘어 한미약품그룹의 중장기적인 지배구조와 실질적 주도권을 완전히 재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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