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욱 경제통계1국 금융통계부장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6년 1월 국제수지(잠정) 기자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1월 국내 경상수지 흑자가 역대 5위, 해당월 기준 1위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 규모가 전년 대비 2배 급증하는 등 IT부문 중심으로 호조세를 유지한 데다 이 기간 석유 등 에너지 원자재 수입 가격도 낮았던 결과다. 그러나 최근 중동 사태 등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로 유가가 상승하고 있어 향후 경상수지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상품수지 흑자, 전년 대비 30% 증가하며 역대 3위⋯"역시 반도체가 효자"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1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1월 경상수지 규모는 132억6000만 달러 흑자로 추산됐다.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전월(187억 달러)보다 규모는 줄었으나 이 역시 역대 5위 수준이다. 경상수지는 2023년 5월부터 33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해 2000년대 두 번째로 긴 흑자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경상수지를 항목별로 보면 상품수지 흑자가 151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흑자 규모로는 역대 3위다. 상품수지는 경상수지의 핵심 항목으로 특정 기간 동안 상품을 수출해 벌어들인 외화(수출액)에서 상품을 수입하고 지불한 외화(수입액)를 뺀 값으로 산정되는데 1월에는 수출액과 수입액 모두 증가했다.
1월 수출 규모는 655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0% 성장했다. 주요 수출품목으로는 반도체가 102.5% 급증하며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고 무선통신기기와 컴퓨터주변기기 수출도 각각 89.7%, 82.4% 늘었다. 비IT에선 승용차(19%) 수출 성장세가 가팔랐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503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 확대됐다. 이 기간 자본재와 소비재 수입이 급증한 반면 에너지 가격은 하락했다. 수입이 급증한 자본재 주요 품목으로는 △반도체제조장비(61.7%) △반도체(22.4%) △정보통신기기(17.9%) 등이 이름을 올렸다. 소비재 품목으로는 금과 승용차 수입액이 전년 대비 각각 323%, 28%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1월 중 석유 수입(통관 기준)은 18% 가량 줄었고 가스 역시 12.5% 줄었다.
이날 브리핑에 나선 유성욱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1월 경상수지는 1월 기준 역대 최대이며 전체 월 기준으로도 5위를 기록했다"면서 "상품수지는 통상 연말에 수출이 집중되는 계절성이 사라져 전월 대비 흑자 규모가 축소됐지만 전년 동월 대비로 보면 IT 수출 호조와 설 연휴 이동에 따른 조업일수 증가의 영향으로 크게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경기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와 차량이 세워져 있다. |
◇ 입국자 감소에 여행수지 적자⋯중동 사태엔 "분쟁 장기화 시 상품수지 등에 악영향"
한편 1월 중 서비스수지는 38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서비스수지 중 여행수지는 17억4000만 달러 적자로 3개월 연속 적자폭(△11월 -9억7000만달러 △12월 -14억 달러)을 키웠다. 유성욱 한은 금융통제부장은 이에 대해 "1월에는 전월 대비 출국자 수가 근거리 지역인 일본 등을 중심으로 출국자 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반면 입국자 수는 중국을 제외한 타 국가에서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라 여행적자 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배당 및 투자소득을 반영하는 본원소득수지는 27억2000만 달러 흑자로 전월(47억3000만 달러) 대비 급감했다. 해외증권투자 배당 수입이 축소되면서 배당소득수지 흑자가 14억 달러 이상 줄어든 여파다.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56억3000만 달러 늘었다.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주식을 중심으로 134억6000만 달러, 외국인의 국내 투자도 채권 중심으로 46억9000만 달러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내국인의 해외 주식투자 증가폭(132억 달러)은 역대 두 번째로 컸다.
한편 한은은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세가 장기화될 경우 향후 경상수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유 부장은 "미국과 이란의 무역 충돌과 호르무즈 해협 긴장 고조로 국제 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고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중동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직접적으로 상품 수입액을 높이고 수출 둔화 등 간접적으로 상품수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까진 불확실성이 높아 예단하긴 어려우나 과거 2025년 6월 이란과 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 사례를 보면 유가가 일시적으로 상승한 후 하락해 경상수지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면서도 "호르무즈 해협에서 운송 차질이 빚어지면 서비스수지의 수입과 지급에 모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투데이/배근미 기자 ( athena350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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