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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진 “美 NIH같은 컨트롤타워…바이오 강국 단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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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과학자’ 최형진 서울대 교수 인터뷰
기초 임상·상용화 담당 부처간 벽 높아
협력 대신에 상호 견제 ‘밥그릇 챙기기’
컨트롤타워 없인 시너지 효과 어려워
바이오처 세우고 의과학자 양성 필요
의대·자연대서 욕망 뇌 기전 연구도 병행
맞춤형 식욕억제 신약개발 매진할 것
서울경제

“의학과 바이오 산업 현장에서 보면 정부 부처 사이에 융합·연계 촉진보다는 ‘우리 영역 침범 말라’는 등 상호 견제와 방해, 밥그릇 지키기가 만연한 듯합니다. 우리도 미국 국립보건원(NIH) 처럼 바이오헬스 연구개발(R&D) 기능을 과감히 통합해 바이오처 등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합니다.”

의사과학자인 최형진 서울대학교 의대 해부학교실 및 자연과학대 뇌인지과학과 교수는 5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연구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보건복지부·산업통상자원부의 바이오 R&D 기획회의에 각각 참여한 경험이 있다”며 “서로 역할분담 없이 견제를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권이 바뀔 때마다 타 부처의 기존 바이오 사업을 일몰시키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부연했다. 그는 서울대 의학과 학사·내과학 석사·분자유전체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인턴·레지던트, 공중보건의를 거쳤다.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전임의, 충북대병원 내분비내과 진료교수·임상조교수 등을 한 뒤 서울대 의대와 자연대 정교수를 겸하고 있다.

정부가 올해 보건복지부 주요 R&D 예산을 두자릿수나 늘리는 등 바이오 예산 증가는 고무적이나 부처 간 바이오 기능의 통합 등을 꾀하지 않고서는 바이오 강국 도약이 만만치 않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미국과 일본이 오래 전 바이오 R&D 기관을 각각 NIH와 일본의료연구개발기구(AMED)로 일원화해 효율성을 극대화한 것처럼 통합 사령탑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과기정통부가 기초·원천 연구, 보건부가 임상·보건의료 기술, 산업부가 상용화를 맡고 있으나 상호 벽이 높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는 “모 부처에서 ‘타부처가 우리 사업을 공격해 연구비 삭감 예정’이라는 얘기를 하더라”며 “일각에서는 ‘연구비 준 부처의 담당 과장 승진을 위해 연구하나’라는 자조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그는 추격형 시대 정부 구조로는 혁신·선도 연구와 산업화 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인간 질병 특화 R&D 사업처럼 정권이 바뀌거나 부처끼리 견제하면서 삭감·일몰을 반복해온 흑역사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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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는 조만간 대통령 직속 ‘국가바이오위원회’와 국무총리 직속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를 합쳐 총리 주재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로 통합해 바이오헬스 컨트롤타워를 확고히 할 방침이다. 그렇지만 한국연구재단·한국보건산업진흥원·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등의 바이오 기능을 통합해 NIH처럼 만들지 않으면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 교수는 “총리실 산하 바이오처를 만들고 정치권과 상관없는 최고의 전문가에게 수장을 맡겨 긴 호흡으로 조직을 운영토록 해야 한다”며 “정부가 의대·자연대, 병원, 정부출연연구원, 제약·의료기기사의 혁신 생태계를 촉진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대학이 의사과학자 양성에 소매를 걷어붙여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의사과학자들은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의 40% 가까이를 차지할뿐 아니라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바이오 산업 리더도 많다. 미국에서는 의사과학자에게 ‘진료 시간을 줄이고 연구에만 75% 이상 집중하라’는 연구비 지원 조건을 단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의사과학자들이 연구비 수주 부담을 안은 상태에서 병원에서 수익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눈총까지 견뎌야 하는 실정이다. 또한 대부분의 R&D 사업이 논문 등 정량평가 비중이 큰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최 교수는 “의사과학자가 정부에서 연구비를 수주하면 60%는 연구비로 사용하고 40%는 병원에 일종의 간접비로 지급하여 다른 진료교수를 고용하도록 하면 상당히 임상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가 일정 비중을 의사과학자로 뽑는 의대에 연구자금을 대폭 지원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후배 의사과학자들 중 연구비와 시간 부족으로 중도포기 사례를 여럿 봤다”며 “병원도 의사과학자를 키워 기술 이전료의 일부를 회수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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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최 교수는 과도한 식욕으로 병들고 심뇌혈관질환으로 숨지는 비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찾고 있다. 식욕 뇌기전을 찾기 위해 해부학교실 기초의학 교수가 됐다가 2년 전부터 자연과학대 뇌인지과학과 교수를 겸하며 욕망 뇌 기전 연구를 병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비만·당뇨 치료제인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GLP-1 계열 약물은 해로운 것과 이로운 것을 가리지 않고 모든 식욕을 억제한다”며 “안좋은 것만 억제하는 맞춤형 식욕 억제 신약과 의료기기를 개발 중”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뇌의 특정 부위 세포가 어떻게 비만을 자극하는지를 알아내고 있다”며 “욕망의 원리를 근본적으로 규명한 자연과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연구비 지원, 기업과 공동으로 정부 프로젝트 수주 등 여러 방식의 산학협력 계약서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지식재산권(IP) 표준 가이드라인이 없어 애로가 컸다고 하소연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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