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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끊겨도 7개월 버틸’ 비축유 있는데…李 “휘발유 값 아침 저녁으로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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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 최고가 지정 지시
발동된 적 없는 비상카드…‘유류 최고가격’
“기름값 바가지”…정유·유통업계 정조준
매점매석 단속 지시…“불합리 폭리 대응”
100조 금융안정조치 신속대응 “잘하셨다”
‘사법 3법’·전남광주통합법·상법 등 처리
서울경제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국내 유가 급등에 대한 강력 대응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5일 “지역별·유종별로 현실적인 최고 가격을 신속하게 지정하라”며 매점매석과 폭리 단속을 주문했다. 1997년 석유 시장 가격 자유화 이후 정부가 석유제품 최고 가격을 실제 적용한 사례는 없어 시장 안정 메시지를 강하게 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싱가포르와 필리핀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휘발유 가격이 폭등해 아침·점심·저녁 가격이 다르고 ℓ당 200원 가까이 오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려운 시장 환경을 악용해 매점매석이나 불합리한 폭리를 취하려는 시도를 강력하게 단속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최근의 유가 급등 현상을 “바가지”라고 규정했다. 실제 4일 기준 전국 평균 판매 가격은 휘발유 1777.48원, 경유 1728.77원으로 지난달 주간 평균 가격(1686~1691원)과 비교해 큰 폭으로 상승한데다 하루만에 다시 서울 평균 가격은 1800원을 돌파했다.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건 2022년 8월12일(1805.86원)이후 약 3년 7개월 만이다.

이 대통령은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금융시장 대응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자본시장 안정을 위해 100조 원 규모의 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신속히 집행하라”고 지시했다. 중동에 체류 중인 국민의 안전과 관련해서는 “군용기와 전세기, 육로 교통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비상 철수 대책을 준비하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이른바 ‘사법 3법’이 국회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된 지 하루 만에 의결됐다. 사법 3법은 법왜곡죄 도입과 재판소원제 신설, 대법관 증원을 골자로 한다. 이 밖에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과 전남·광주 통합특별시 설치 특별법, 국민투표법 개정안도 함께 의결됐다.

李 “아침 저녁으로 다른 휘발유 값…돈이 마귀지만 너무 심하다”
서울경제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유류 최고 가격 지정제’와 함께 에너지 정책 전반의 대전환을 주문한 것은 휘발유·경유 가격 급등에 대한 단기 대응을 넘어 구조적인 문제까지 손보겠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고가격제는 법적으로는 존재하지만 실제로 발동된 적이 없는 사실상의 ‘비상 카드’라는 점에서 시장 안정을 도모하는 동시에 국민들의 불안심리를 신속하게 차단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위기 상황을 이용해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는 행위는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아무리 돈이 마귀라고 하지만 너무 심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동체에 위기가 왔을 때 그걸 이용해 돈을 축적하는 행태를 제재할 수 있는 제도를 검토하라”며 “현실적인 최고 가격을 신속하게 지정하라”고 지시했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은 해외 순방 중 국내 유류 가격 동향을 보고받고 상황이 비정상적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배경에서 싱가포르·필리핀 순방을 마치고 전날 밤 늦게 귀국하자마자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해 “갑자기 휘발유 가격, 유류 가격이 폭등해 아침·점심·저녁으로 가격이 다르다”고 강하게 질타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우리 국민께서 일상에서 느끼기로는 (석유제품 가격이) 오를 때는 엄청 빨리, 많이 오르고 내릴 때는 천천히, 조금만 내린다. 뭔가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현재 중동 상황은 국내에 실질적인 영향은 미치고 있지 않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국제유가 상승이 원유 정제와 유통 과정의 시차로 인해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통상 약 2주가 걸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유사와 주유 업계를 사실상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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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국내 휘발유 가격은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후 빠르게 치솟았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공습 전날인 2월 27일 전국의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ℓ당 1692.58원이었지만 이달 4일에는 1777.48원으로 84.9원 상승했다. 특히 이날 서울의 평균 판매 가격은 휘발유·경유 모두 1800원을 돌파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2000원을 넘어선 주유소까지 등장한 것을 두고 이 대통령은 ‘바가지요금’으로 규정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일이 과거부터 계속 있었는데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어쩔 수 없다고 넘어갔던 것 같다”며 “그럴 일이 아닌 것 같다”고 말하며 제도적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원유 물량과 비축유 방출 계획 등을 보고받은 뒤 “208일분이 있다는 것은 수입이 전면 제한되더라도 일상적인 에너지 사용에는 문제가 없다는 의미”라며 “국민들이 수입에 차질이 생기면 (일상적인) 사용에 당장 문제가 생길 것처럼 생각하지만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비축유 규모를 강조해 시장 동요를 최소화하려는 발언으로 “완전히 수입이 제한돼도 7개월간 문제가 없다는 말”이라고도 덧붙였다.

재생에너지·산업 재배치 강조…구조적 접근
금융시장 “실체에 수렴”…주가 안정화 자신
특히 이 대통령은 근본적인 인식 전환의 필요성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국제유가나 원유 조달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수 있는 일”이라며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말처럼 이번 기회가 재생에너지 전환의 좋은 기회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지산지소(지역 생산, 지역 소비)’ 원칙을 언급하며 “수도권 집중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대적으로 산업 배치도 에너지가 많은 지역으로 신속하게 옮겨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변동성이 커진 금융시장에 대해서도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계속 상승만 했는데 이번 기회에 단단하게 다지는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금융 당국이 ‘100조 원 플러스 알파’ 규모의 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신속히 가동한 데 대해 “아주 잘한 것 같다”며 힘을 실었다. 그러면서 “심리적 영향이 큰 게 금융”이라며 “공포와 욕망을 잘 이겨내야 결판이 난다. 냉정하고 객관적인 평가에 따라 진폭이 있더라도 결국 실체에 수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 정세로 출렁였던 코스피의 회복 가능성에도 자신감을 보인 것이다.

“빈 말 하지 않는다”…시장 교란세력 엄단 의지
이 대통령은 기름값 문제와 함께 주식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서도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그는 “가짜뉴스나 시세 교란 범죄행위도 차단해달라”며 “국민 경제의 혼란을 조장해 이익을 추구하려는 세력에 무관용 원칙으로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국민주권정부는 빈말하지 않는다”며 “정당한 정부 정책에 역행해 이익을 얻는 것은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이 정부의 1차 목표”라고 의지를 재차 밝혔다.

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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