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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탈자’ 변시 낭인 2000명 눈앞… “정원 늘려야” vs “이미 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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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확산속 ‘변호사수 조정’ 재점화
로스쿨협 “지역-공공분야, 인력부족… 변시 합격률 50%→80%로 올려야”
변협 “AI로 변호사 수요 점점 줄어… 증원은 청년변호사 사지로 모는 것”
동아일보

법대를 졸업한 유강열 씨(49)는 공기업에 취업했지만 변호사의 꿈을 다시 이루기 위해 12년 전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입학했다. 졸업 후 치른 변호사시험에서 처음 떨어진 뒤 4년간 출판사 임시직으로 일하며 네 차례 변호사시험을 봤지만 모두 탈락했다. 더 이상 변호사시험을 볼 수 없게 된 유 씨는 현재는 중견기업 법무팀에서 일하고 있다.

현행 변호사시험은 로스쿨 졸업 후 5년 내 5회만 응시할 수 있다. 5년 안에 합격하지 못하면 로스쿨에 재입학하더라도 변호사시험을 볼 수 없다. 이른바 ‘오탈(五脫)자’다.

● ‘변시 낭인’ 2000명 시대 눈앞

5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유 씨와 같은 오탈자 수는 지난해까지 누적 1918명으로 집계됐다. 1∼5회 변호사시험에서 모두 불합격한 첫 오탈자 108명이 나온 2016년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200명 안팎의 오탈자가 나온 결과다. 1월 치러진 15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가 내달 발표되면 오탈자 수는 누적 2000명을 넘길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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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로스쿨이 취업난을 겪는 문과 인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며 변호사시험을 보려는 인원은 매년 늘고 있다. 로스쿨에 진학하기 위해 지난해 법학적성시험(LEET·리트)에 원서를 낸 인원은 1만9057명. 10년 전(2016년·8246명)과 비교하면 2배 이상으로 늘었다. 로스쿨 입학생이 매년 2100명 정도로 고정된 걸 감안하면 입학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진 것이다.

하지만 로스쿨에 진학하더라도 매년 절반은 시험에서 떨어진다. 변호사 업계 상황과 각계 의견 등을 종합해 합격자 수를 매년 법무부 산하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가 정하는데 최근 합격률이 50% 안팎으로 고정돼 왔기 때문이다. 불합격자가 누적되면서 변호사시험 응시자 수도 2012년 1663명에서 지난해 3336명으로 13년 만에 2배가량 늘었다. 올해는 3757명이 응시 원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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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반 팽팽한 변호사 수 조정론

이런 흐름과 맞물려 최근 변호사 업계에선 변호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과 현재 법률 시장이 포화 상태라 더 이상 변호사 수를 늘려선 안 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증원론을 주장하는 이들은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50%대에 잡아두는 건 다양한 법조 인재 배출이라는 변호사시험 도입 취지와 맞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의 한 법무법인에서 일하는 강모 변호사는 “변호사 수가 늘면서 변호사 선임비가 저렴해지고 사무장이 서면을 쓰던 악습이 줄어드는 등 순기능도 분명 늘었다”며 “합격자 수를 줄이는 건 로스쿨 도입 취지에 맞지 않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유 씨도 “정부가 오탈제를 운영해 꿈을 가진 사람들을 ‘낭인’으로 만들고 있다”며 증원 필요성을 주장했다.

홍대식 로스쿨협의회 이사장은 “똑같은 자격시험이지만 합격률이 90%대인 의사 시험 응시자는 탈락을 걱정하지 않는 반면, 변호사시험은 그렇지 않다”며 “합격률을 80%대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에만 변호사가 몰려 있을 뿐 지역과 공공 분야는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이유다.

반면 인공지능(AI) 활용 등으로 변호사 수요가 점점 줄고 있는 상황을 반영해 증원론에 반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난달 변호사 2명과 법무법인을 차린 조모 변호사는 법률 AI를 포함한 5개 AI 서비스 이용에 매달 60만 원을 지출하는 대신 ‘어쏘(신입) 변호사’를 뽑지 않았다. 서울 소재 로스쿨을 졸업한 2년 차 변호사 이모 씨는 “변호사시험에 합격해도 취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김정욱 대한변협회장은 “상당수 저연차 변호사의 업무가 AI로 대체되고 있고 변호사 채용도 급감하고 있다. 변호사 수를 늘리는 건 청년 변호사들을 사지로 모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5년 안에 합격하지 못하는 오탈자는 소수”라며 “애초에 법률 수요가 없는 지역까지 변호사가 없다고 무작정 숫자를 늘릴 순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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