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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 깎기 전략’ 안보 카드로 네타냐후, 장기 집권 굳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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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위협 근절 대신 싹만 자른 뒤
잔디 깎듯 주기적으로 군사 작전
수세 몰리다가도 지지율 급반등
‘전쟁 정치' 통해 최장수 총리로
조선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전면전 양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이번 전쟁의 최대 정치적 수혜자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 최고 지도부는 물론 레바논 헤즈볼라 등 이란의 대리 세력에 막대한 타격을 가하며 중동 내 ‘이스라엘 1극 체제’를 굳히는 동시에, 국내적으로는 ‘전쟁 정치’를 통해 장기 집권 동력을 극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80%가 넘는 이스라엘 국민이 전쟁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안보 위기가 고조될수록 국가적 결속이 강해지는 분위기다. 확전 우려에 따라 반전 여론이 고조되는 미국과 달리 그간 이스라엘에서는 주변 중동 국가와 군사 충돌이 일어날 때마다 강경 노선이 힘을 얻고 총리와 집권 여당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패턴이 반복돼 왔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위협을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도 네타냐후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미 정보 당국은 이란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는 데 10년가량 걸릴 것으로 평가해 왔다. 반면 이스라엘에 이란은 즉각적인 위협이다. 이런 인식 차이 때문에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이란에 대한 군사 행동이 정당하게 받아들여지고, 강경 대응을 주장하는 네타냐후의 안보 노선도 힘을 얻는 구조가 형성돼 왔다.

안보 위기에 편승하는 네타냐후의 정치 인생은 ‘잔디 깎기 전략(mowing the grass strategy)’의 연장선에 있다. 안보 위협을 발본색원하지 않고, 잔디를 깎듯 주기적인 군사 작전을 통해 억지력만 유지하며 통제 가능한 긴장 상태를 이어가는 방식이다. 국내 정치 이슈로 첫 집권기(1996~1999)에 실각한 네타냐후는 두 번째 집권기(2009~2021) 이후 이 전략을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2012년 하마스 군사 시설을 타격한 ‘방어의 기둥’ 작전을 시작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계속된 주기적 무력 충돌은 네타냐후가 이스라엘 최장수 총리로 장기 집권하는 핵심 기반이 됐다. 선거가 다가오거나 정치적 수세에 몰릴 때마다 네타냐후는 안보 의제를 독점하며 중도 진영의 평화 협상론을 무력화했다.

세 번째 집권기(2022~) 들어 뇌물 수수 등 개인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 네타냐후는 사법부 권한 축소를 무리하게 추진하다 이스라엘 건국 이래 최대 규모 반정부 시위와 예비군 이탈 사태에 직면했다. 그러나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으로 전쟁이 발발하자 전시 통합 내각이 꾸려졌고, 총리 사퇴 압박과 사법 리스크는 전쟁 이후로 미뤄졌다.

전문가들은 전쟁이 멈추는 순간 네타냐후의 정치적 시계도 다시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하마스의 2023년 기습을 사전에 막지 못한 안보 실패와 부패 혐의를 둘러싼 네타냐후 책임론이 종전 이후 다시 불거질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네타냐후가 작년 6월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에 이어 이번 전면전 국면에서도 강경 대응을 이어가는 것은 종전 이후 불거질 정치적 책임론을 피하는 동시에 이란의 위협에 맞서는 전시(戰時) 지도자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정치적 계산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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