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은평구에 있는 파리바게뜨 연신내점에서 이른 새벽에 고객들이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이곳은 파리바게뜨가 제빵 업계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24시간 매장 중 한 곳이다. /파리바게뜨 |
지난 4일 밤 12시 서울시 은평구에 있는 파리바게뜨 연신내점. 빵집 직원들은 모두 퇴근한 시간이지만, 매장의 조명은 환했다. 40대로 보이는 남성이 매장 입구의 단말기에 신용카드를 긁자, 빵집 문이 열렸다. 고객은 소시지빵 하나를 집고, 키오스크에서 포장지의 바코드를 스캔해 결제했다.
이곳은 파리바게뜨의 24시간 운영 매장이다. 낮에는 직원들이 근무하고, 밤에는 무인으로 운영되는 ‘하이브리드 매장’이다. 연신내점의 점주는 “빵집이라 낮에는 여성 고객이 훨씬 많지만, 무인 운영하는 야간에는 남성 고객의 비율이 눈에 띌 정도로 늘어난다”며 “밤 운영을 시작한 뒤, 월 매출이 5% 정도 올랐다”고 말했다.
대학가, 유흥가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24시간 매장이 부활하고 있다. 파리바게뜨가 지난 1월 제빵 업계 처음으로 24시 매장을 본격 열었고, 패스트푸드점인 KFC, 버거킹, 맥도날드도 24시간 매장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4~5년 전 코로나 팬데믹 때 ‘야간 유동 인구의 감소’라는 직격탄을 맞고 상당수 자취를 감춘 24시간 점포가 ‘무인화’를 앞세워 되살아날 조짐이다. 야간 인건비 지출을 최소화해, 적은 매출로도 손익을 맞출 수 있는 것이다. 패스트푸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빵집, 치킨집 등에서 24시간 운영 성공 사례만 확실하게 나오면, 무인화와 함께 빠르게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했다.
그래픽=이진영 |
◇야간에 인건비는 안 드는데 매출 늘어
파리바게뜨는 이수역, 동대문역 등 서울에서 매장 6곳을 24시간 운영한다. 경기, 대전, 부산 등 전국에선 모두 16곳이다. 식당과 술집이 밀집한 먹자 골목, 지하철역과 시청 인근처럼 교통 요충지나 번화가가 주요 타깃 지역이다. 야간에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다.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번화가와 함께 주거 지역도 공략하고 있다. KFC는 지난달 서울 대학로점과 함께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상도역점, 경기 화성시 동탄점 등을 24시간 운영으로 전환했다. 버거킹은 작년 말까지 24시간 매장을 42곳으로 확대했다. 2년 전(26곳)보다 62% 늘었다. 맥도날드는 작년 24시 매장 숫자가 206개였다. 전체 가맹점(359곳)의 57%였다. 주거 지역에선 한밤의 햄버거 주문 고객에 대응하는 것이다.
24시 매장의 부활은 키오스크와 같은 기술이 보편화돼 인건비 문제가 해결됐기 때문이다. 파리바게뜨는 야간에 완전 무인 운영하며, 패스트푸드 업계는 최소한의 인력만으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인건비만 안 나가면, 조명을 켜두는 전기료와 같은 비용도 큰 부담이 되진 않는다. 심야 매출도 낮보단 적지만, 쏠쏠한 수준이다. 예컨대 파리바게뜨의 24시 매장 매출은 일반 가맹점의 하루 평균 매출 대비 5~6% 안팎 늘었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평소 문을 닫는 시간대에 매장 조명을 켜놔, 매장 홍보 효과도 적지 않다”고 했다.
◇심야 무인 매장 관리는 확산의 걸림돌
24시간 매장이 업계의 기대처럼 빠르게 전국으로 확산할지는 미지수다. 과거와 같은 회식 문화가 되살아날 리 만무한 상황에서 야간 유동 인구는 앞으로 정체되거나 감소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24시간 매장도 야간엔 무인 점포이기 때문에 도난 사고와 같이 무인 점포의 한계에 부딪힐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삼성카드의 가맹점 조사에 따르면 2024년 1월 기준으로 무인 점포 숫자는 2020년 1월과 비교해 4.26배 성장해 최고치를 찍었다. 하지만 작년 1월엔 매장 수가 전년보다 3%가량 줄며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도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는 데다,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채 아이스크림 판매점과 같은 특정 업종 매장이 골목마다 우후죽순으로 생긴 데 따른 반작용이다. 을지로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심야 관리 문제와 손익분기점만 맞출 수 있다면 키오스크 등 추가 투자를 해서라도 24시간 운영은 해볼 만하다”고 했다.
[이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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