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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한국이 ‘빅테크’ 유치한다면 용산이 최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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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시부야·英킹스크로스를 보라
구글 유치가 도시와 경제 살렸다
용산업무지구 패러다임을 바꾸자
글로벌 기업들에 세일즈 나서야
조선일보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부지의 모습. 부지 조성 공사 중이다. /뉴스1


국토교통부가 최근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에 아파트와 오피스텔 1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초 계획보다 4000가구 늘어난 것이다. 이 소식을 듣고 일본 도쿄 시부야와 영국 런던 킹스크로스의 재개발 사례가 떠올랐다. 두 지역 모두 오래된 역세권을 세계적 ‘핫플레이스’로 탈바꿈시켰다.

시부야와 킹스크로스에 갔을 때 가장 눈에 띈 것은 바로 ‘구글 헤드쿼터(본사)’였다. 시부야 개발에 참여한 건축가에게 어떻게 구글을 유치했는지 묻자, 그는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선호하는 공간부터 철저히 연구했다”고 답했다. 처음부터 빅테크 기업을 겨냥해 맞춤형 개발을 진행했다는 뜻이다. 핵심은 세 가지였다. 넓은 업무 공간, 젊은 층이 모이는 ‘힙’한 분위기, 그리고 스토리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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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시부야 미야시타공원의 모습. /도쿄=최종석 기자


시부야는 낡고 협소한 빌딩을 철거하고, 바닥 면적이 넓은 ‘프라임급’ 사무실을 대량 공급했다. 빅테크 기업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내리는 업무 환경을 꺼리는 점을 감안한 설계다. 또 철길 옆 낡은 구립 공원 자리에 3층짜리 상가를 짓고 옥상에 ‘미야시타 공원’을 조성했다. 이색적인 공원이 생기자 젊은이들이 모여들었다. 시부야는 도쿄가 도시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추진한 대표적 재생 사업이다. 이 혁신 스토리가 글로벌 기업을 끌어들였다.

킹스크로스도 비슷한 전략을 썼다. 구글은 부지 1만㎡를 인수해 원하는 건물을 직접 지었다. 큰 기둥을 없애 넓은 공간을 확보하고 옥상에 대규모 정원을 만들었다. 킹스크로스에는 세계적인 패션·공연 예술 학교(센트럴 세인트 마틴 대학)가 들어서 활기가 넘친다. 19세기 산업혁명 후 쇠락한 곳에 21세기 AI 혁명의 상징 구글이 들어와 새로운 스토리를 쓰고 있다. 구글이 ‘앵커’ 역할을 하며 킹스크로스는 런던의 글로벌 혁신 허브로 자리 잡았다. 삼성도 브랜드 체험관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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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영국 런던 킹스크로스에 있는 구글 사옥. /런던=최종석 기자


우리도 용산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국제업무지구는 시부야와 킹스크로스 같은 글로벌 혁신 허브가 될 잠재력이 충분하다. 넓은 부지 일부를 빅테크 기업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개방하고, 자율 주행 등 미래 기술 실험장으로 삼자. 인근에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하이브가 있으니, 세계 젊은이들을 끌어들일 ‘K컬처’도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서울 한가운데 있는 철도 정비창을 바꾸는 대혁신이다. 근시안을 버리고 멀리 봐야 한다. 삼성, 현대차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AI, 모빌리티, 도심 항공 교통(UAM) 허브를 만드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용산을 대한민국 미래 기술의 심장으로 만들고, 전국 산업 현장을 KTX로 연결하는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

그러나 국토부 발표에 따르면, 국제업무지구의 절반(연면적 기준)은​ 주택이 된다. 주택 비율이 30~40% 수준인 미국·일본 등의 국제업무지구와 달리 부동산 광풍만 불러올 것이다.

국토부는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주택 1만 가구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가 서울시와 6000가구 수준으로 조율한 적이 있다. 이번에 슬그머니 다시 꺼낸 것이다. 서울과 한국의 미래를 좌우할 기회의 땅에 일관된 국가 전략은 없고 정부가 바뀔 때마다 주택 수만 늘었다 줄었다 한다. 아파트 공급 계획을 발표하는 용도로만 활용하며 기회를 걷어차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용산에 투자하겠나. 글로벌 빅테크 유치는 실패하고 개발은 지지부진한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다.

지금 용산국제업무지구에서는 기반 공사가 진행 중이다. 올 하반기에 부지 분양이 시작된다. 이대로 두면 주상 복합촌이나 부자들 집이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세계 시장을 상대로 세일즈에 나서야 한다.

[최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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