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김정욱 대한변호사협회장이 변호사 수 증가와 관련해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변호사 수가 많아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무분별하게 사건을 수임하려는 변호사들도 생겨나고 있다. 실제로 변호사 징계 결정 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추세다. 이 같은 과열 경쟁의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김정욱 대한변호사협회장(47·변호사시험 2회·사진)은 지난달 2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감원이 필요하다”며 이처럼 말했다. 로스쿨과 변호사시험은 다양한 법조인을 양성하고 변호사 수를 늘려 사법 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이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정부가 목표로 삼은 변호사 수 증원 규모는 이미 달성됐다는 게 변협의 주장이다. 변호사시험 도입 당시 약 1만 명이었던 변호사 수가 이제는 3만8000명까지 늘어 청년 변호사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과열 경쟁으로 결국 의뢰인과 국민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도 우려한다. 김 협회장을 서울 서초구 대한변협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줄여야 한다는 이유는 무엇인가.
“20년 전만 해도 대한민국 변호사는 1만 명이 채 되지 않았다. 그땐 변호사 수가 적었던 게 맞다. 사법제도 개혁 논의 과정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까지는 늘리자는 목표를 세웠고 그 기준이 변호사 1인당 인구 1480명이었다.
이 목표는 2021년경에 이미 달성했다. 현재 변호사 1인당 인구는 1357명밖에 되질 않는다. 애초에 목표 자체도 잘못됐다. OECD 평균 수준으로 변호사 수를 늘리기엔 한국의 법조 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한국은 미국과 비교하면 법조 시장이 50분의 1 수준으로 작다. 게다가 유사 직역까지 합치면 1인당 국민 수가 90명대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구조는 해외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 시장 규모를 고려하지 않은 채 숫자만 늘려온 결과다.”
―적정 합격자 수는 어느 정도라고 보나.
“일차적으로는 연 1200명 이하를 요구하고 있다. 사실 선진국의 평균 수준으로 맞추려면 10년 이상 변호사를 뽑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로스쿨 재학생들이 있는 상황에서 무작정 줄이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타협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 추이를 고려해 장기적으로는 1200명보다 더 낮춰야 한다.
이는 로스쿨 정원 2000명의 60% 정도가 합격하는 수치다. 물론 실제 변호사시험에 응시하는 인원은 이보다 많다. 하지만 시험을 여러 번 볼지언정 졸업생의 80% 이상은 결국 변호사시험에 합격한다. 5년 안에 합격하지 못한 ‘오탈자(응시금지자)’는 소수다. 과거 사법시험만 있던 시절에는 십 년 가까이 시험을 보고도 합격하지 못한 비율이 훨씬 높았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의 오탈자는 충분히 적다.”
―법조 시장 전망에 대한 평가는 갈린다.
“현재 국내 법률시장 규모는 8조~10조 원 수준이다. 미국은 400조~500조 원대로 추산된다. 시장 규모 자체가 비교되지 않는다.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서도 시장 규모가 작다. 서울을 기준으로 개업변호사 1인당 월평균 사건 수임 건수가 1건 정도다. 2008년엔 7건에 가까웠는데 2021년 1건대로 줄었다.
게다가 인공지능(AI)이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상당수 저연차 변호사의 업무가 AI로 대체되고 있다.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채용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업계 환경이 변하고 있는데 관계기관들은 아무런 대책 없이 변호사 수만 늘리고 있다. 청년 변호사들을 사지로 모는 것이다.”
―경쟁으로 수임료 하락 등 의뢰인들이 이점을 보는 부분도 있지 않나.
“변호사 숫자가 많아진다고 해서 마냥 비용을 낮출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오히려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경쟁이 과열되면서 대형 로펌들이 광고에 쏟는 돈이 매출의 30~40%까지 올랐다. 광고에만 연 600억 원을 내는 로펌도 있다고 한다. 이는 결국 소비자에게 비용으로 전가될 돈이다.
저가 수임을 표방해 마구잡이로 사건을 수임하는 변호사들도 있다. 그래 놓고 불성실하게 업무를 하는 것이다. 변협 징계위원회가 징계 결정을 내린 수는 2021년 53건까지 줄었다가 2025년 232건으로 늘었다. 법률전문가들을 사지로 모는 건 국가적으로도 해가 되는 일이다.”
―법률서비스 접근성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은 어떻게 보나.
“동의하기 어렵다. 과거 무변촌을 없애보자는 취지에서 청년 변호사들과 강화도에 사무실을 열어본 적이 있다. 하지만 아무도 안 왔다. 강화도는 한국에서 제일 큰 무변촌으로 꼽히지만 차를 타고 한 시간만 나가면 인천지법 근처 변호사 사무소가 많다. 법률서비스가 필요하면 거기로 가는 거다. 무변촌이 왜 있나. 아무도 안 오기 때문이다. 애초에 수요가 없는데 무변촌이 있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사회적인 취약계층들도 법률구조공단 등을 통해 구제받을 길이 다 열려 있다.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도 변호사 채용공고가 매년 줄고 있다. 공공기관 변호사 채용공고의 경우 2021년 632건이었는데 2025년 476건으로 감소했다. 수요가 없는 것이다. 변호사를 못 구한 곳이 있다면 박봉에 계약직인 일자리를 주기 때문이다. 청년 변호사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아니다.”
―로스쿨 제도 전반에 대한 평가는.
“로스쿨 도입이 추구했던 취지는 이미 상당 부분 달성됐다고 본다. 변호사 숫자도 늘어났고 법률서비스 접근성도 좋아졌다. 이제는 법조 제도 전반을 재설계할 시점이다. 합격자 수, 시장 규모, 유사 직역 문제 등을 객관적 자료로 공개하고 논의해야 한다. 지금은 법무부 산하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가 합격자 수를 결정하는데 논의 과정이 불투명하다.
변호사들의 최소한의 생존권이 약속돼야 법률서비스의 질도 담보된다. 숫자 조정은 직역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제도의 지속 가능성과 공공성을 위한 문제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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