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주사치료제 마운자로.[뉴시스] |
비만은 단순한 외견상의 문제를 넘어 200개 이상의 합병증을 유발하는 심각한 만성 질환으로, 전 세계 과체중 및 비만 인구는 이미 17억 명을 넘어섰다. 2026년은 이러한 비만 치료의 패러다임이 주사제에서 경구용(먹는 약)으로 전환되고, 주요 약물의 특허 만료에 따른 가격 파괴가 시작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6년 ‘경구용의 해’…투약 편의성 경쟁 본격화
2026년 비만치료제 시장의 최대 화두는 ‘경구 제형’의 도입이다. 그간 시장을 지배해온 주사제는 냉장 보관(콜드체인)이 필수적이고 투여가 번거롭다는 단점이 있었다. 반면 경구용 치료제는 보관이 용이하고 환자 순응도가 높아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보 노디스크는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를 올해 초 본격적으로 상업 출시하며 선두에 나섰다. 이에 맞서 일라이 릴리는 소분자 GLP-1 수용체 작용제인 ‘오포글리프론’을 개발 중이며, 올해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두 거대 제약사의 경구용 치료제 경쟁은 비만 치료의 대중화를 앞당길 핵심 요소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연합] |
비만치료제 시장의 또 다른 변수는 세마글루타이드의 독점권 상실이다. 2026년부터 인도, 캐나다, 중국, 브라질 등 주요 국가에서 세마글루타이드의 특허가 만료되기 시작한다. 이들 국가는 전 세계 인구의 40%, 비만 성인의 33%가 거주하는 거대 시장이다.
제네릭(복제약) 제품이 시장에 진입하면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환자들의 접근성은 더욱 향상될 전망이다. 이는 민간 시장의 확장뿐만 아니라 공공 보험 환급을 고려하는 각국 정부에 저렴한 진입로를 제공하게 된다. 노보 노디스크는 이에 대응해 7.2mg 고용량 세마글루타이드의 신속 승인을 추진하며 점유율 방어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치열한 경쟁 속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도 비만치료제 개발 및 상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미약품의 GLP-1 계열 비만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올해 하반기 내 국내 시장 공식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셀트리온의 신약 CT-G32의 주사제는 내년 상반기 임상시험계획(IND) 제출을, 경구제는 2028년 하반기 제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류’가 된 비만치료제… 정책적 지지 입는다
비만치료제 개발 열기는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2025년 10월 기준 개발 중인 비만치료제는 193개에 달한다. 단순 체중 감량을 넘어 GIP/GLP-1 이중 작용제, 아밀린 유사체 등 새로운 작용 기전이 도입되고 있으며, 월 1회 투여가 가능한 ‘초장기 작용 주사제’ 개발도 활발하다.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인수합병(M&A)도 치열하다. 화이자는 지난해 메세라를 100억 달러에 인수하며 비만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고, 로슈 역시 아밀린 유사체 개발을 위해 질랜드 파마와 손을 잡았다. 이러한 혁신은 단순히 살을 빼는 단계를 넘어, 투여 간격을 늘려 체중을 유지하는 ‘관리’ 전략으로의 진화를 시사한다.
서울 종로 새종로약국에서 관계자가 위고비 관련 안내문을 부착하는 모습. [연합] |
비만치료제는 점차 글로벌 보건 정책의 핵심으로 편입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5년 12월 성인 비만 치료에 GLP-1 의약품 사용을 권고하는 첫 글로벌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비만을 ‘장기 치료가 필요한 만성 질환’으로 공식화했다. 다만 GLP-1이 당뇨병과 달리 비만 치료 목적의 ‘필수 의약품 목록(EML)’에는 아직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과 미국·유럽의 가이드라인 업데이트 지연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특히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파격적인 약가 정책은 시장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미 정부는 일라이 릴리 및 노보 노디스크와의 계약을 통해 월 1000달러가 넘던 약물 비용을 245달러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이탈리아 역시 세계 최초로 비만을 법적 만성 질환으로 인정하며 공적 환급의 길을 열었다.
올해 스페인에서 개최되는 ‘글로벌 비만 상황점검 정상회의’를 통해 비만 치료 접근성에 대한 논의가 국가 정책 차원에서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2026년의 이러한 이정표들은 비만 치료 제공 방식을 재정의하며 향후 10년간의 시장 방향을 결정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