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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쿠르드족 앞세워 대리전… 전선 확대로 ‘이란 흔들기’ [美·이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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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공격 배경은
미군 사망자 늘고 반전 여론 고조
지상군 투입 부담 고육지책 카드
정권교체 속도 위해 잔당 소탕 나서
대원들, 이란 대규모 봉기 시도 관측
병력 교란 목적 게릴라전 나설 듯
세계 최강대국 미국과 이스라엘, 중동의 강자 이란 간 대규모 공습과 보복이 격화하는 가운데, 세계 최대의 ‘국가 없는 유랑 민족’인 쿠르드족이 변수로 등장했다. 쿠르드족이 미국, 이스라엘 정부와 손잡고 이란을 겨냥한 지상 공격작전에 참여하면서 전쟁의 양태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세계일보

경계근무 서는 쿠르드족 이란과 접경지대인 이라크의 아르빌 지역에서 활동 중인 이란계 쿠르드족 무장단체 ‘이란 쿠드르 민주당(PDKI)’의 대원이 미국의 이란 공습 하루 전인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무장한 채 경계근무를 하고 있다. 쿠르드계 무장병력 일부가 미국·이스라엘의 지원하에 이란에 침투해 지상작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빌=AP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지상작전에 나선 쿠르드족 전투원은 수천명 규모로 이란과 국경을 맞댄 이라크에 여러 해 동안 거주해 온 이란계 쿠르드족이다. 이들은 이번 공격작전의 일환으로 자신들의 고향인 이란 북서부로 돌아가 이란 현 정권에 맞서는 대규모 봉기를 일으키려고 시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 영자지 예루살렘포스트 역시 쿠르드족 전투원들이 이란 내 이라크 접경지역에서 지상활동을 개시했다고 보도했는데, 폭스뉴스 보도와 달리 작전에 나선 병력 규모는 수백명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 매체는 쿠르드족 취재원의 말을 인용해 이란 쿠르드족 집단들이 이란 서부에서 진행될 지상작전에 참여하기 위해 최근 며칠간 준비해 왔으며, 작전의 목적은 이란의 보안부대에 압박을 가하고 여러 장소로 이들을 분산시키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전면 공격보다는 이란 병력의 교란을 목적으로 하는 게릴라전 수준의 개입으로 보인다.

과거 이란 신정체제의 탄압·추방을 피해 이라크로 피신했던 이란 국적 쿠르드 반체제 세력은 이라크와 이란의 국경지대, 그중에서도 주로 이라크 쿠르디스탄자치구 지역에서 수천명의 병력을 운용해 왔으며 일부는 지난달 28일 이란 전쟁 발발 직후 공개성명을 통해 임박한 행동을 암시하기도 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 정부의 대응력이 약해질 경우 언제든 개입할 의지가 있었던 세력이라는 것이다. 이들 쿠르드족 측은 이스라엘과 미국이 자신들의 작전을 지원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정보 공유 및 군사 지원과 함께 이란 영토 내에서 쿠르드족 전투원들이 싸울 수 있는 작전상 여건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양국이 해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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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 에르빌 동쪽 코예에서 이란의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이란 쿠르드 민주당(KDPI) 캠프. AFP연합뉴스


실제 쿠르드족의 진격이 어느 정도 이뤄졌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쿠르드 측의 한 관계자는 미 매체 액시오스에 지상전 시작 보도를 부인하며 “이번주 후반 공격이 시작될 수 있다. 여러 조직이 미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란과 이라크도 “쿠르드족이 이란으로 넘어가지 않았다”고 보도를 부인했다.

실행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이스라엘과 미국은 쿠르드족과 접촉하고 지원을 논의해 온 것으로 보인다. 공중 전력만으로는 이란 정권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친미 성향의 새 정권을 수립하거나 반정부 민중봉기를 일으키려면 지상군 투입 없이 어렵다고 판단했단 추측이 가능하다.

이스라엘은 이란 신정체제의 붕괴를 촉진할 반란을 촉발할 목적으로 쿠르드족과 손을 잡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이란 북서부의 부칸 등 쿠르디스탄 방면 이란 국경의 군사 거점과 혁명수비대 기지, 경찰서를 공습하며 유사시 쿠르드족의 침투 경로를 다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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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EPA연합뉴스


미국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쿠르드족 간 접촉은 인정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란 공습 이후 쿠르드족 지도자들과 접촉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라크 북부에 있는 우리의 기지와 관련해 쿠르드 지도자들과 실제로 통화를 했다”고 답했다. 미국 CNN방송은 중앙정보국(CIA)이 이란 내 봉기 유도를 위해 쿠르드족 민병대를 무장시키는 작업을 추진키로 하고 이란의 반정부 집단들과 이라크 내 쿠르드족 지도자들과 적극적 대화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에 쿠르드족 개입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특히 지상군 투입을 주저할 수밖에 없는 미국으로서는 고육지책에 가까운 선택이다. 이란과 전쟁에 대한 국내 여론이 연일 악화일로인 탓이다. CNN이 여론조사 업체 SSRS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미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60%가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 결정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이미 6명의 전사자까지 나온 상황에서 추가 사상자 발생 시 전쟁 반대 여론이 더 확산할 수 있다.

전쟁이 끝난 후 쿠르드족이 또 어떤 위험에 처하게 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쿠르드족 내부에서도 참전을 두고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미국과 이스라엘이 기대하는 이란 국민의 민중봉기가 체제를 무너뜨릴 만큼 힘을 얻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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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 쓴 쿠르드 전투원 이란 쿠르드 무장단체 ‘쿠르디스탄 자유당(PAK)’ 전투원들이 지난달 12일(현지시간) 이라크 아르빌 외곽의 한 기지에서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 쿠르드계 무장병력 일부가 미국·이스라엘의 지원하에 4일 이란에 침투해 지상작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빌=로이터연합뉴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 중동·북아프리카 전문 분석가 닐 퀄리엄은 알자지라에 “트럼프의 접근법은 사실상 ‘스스로 알아서 하라(DIY)’는 식”이라며 “쿠르드를 지원하는 것이 이란 정권교체에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미국은 언제든 손 털고 떠나고 혼란을 그대로 방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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