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반영·전쟁 장기화 시 더 오를 전망
화물·버스·견인, 장거리 이동으로 잦은 주유 불가피
"유류세 인하로는 부족...유가연동보조금 늘려야"
지난 4일 울산 시내 한 주유소에 화물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
[파이낸셜뉴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여파로 국내 기름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당장 운송업자들의 탄식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유가 인상을 아직 반영하지 않은 주유소를 찾고 있지만, 상황은 이미 여의치 않다.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정부 차원의 보조금 혜택 확대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5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날보다 리터당 44.5원 오른 1821.98원으로 나타났다. 운송업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경유는 상승폭을 키워 전날 대비 리터당 82.26원 오른 1811.03원을 기록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이 1800원대에 진입한 것은 2022년 12월 12일(1807.38원) 이후 처음이다.
일주일에 수십만원씩 기름값에 지출해야 하는 운송업자들은 '발등의 불'이다. 25톤 화물차를 모는 한모씨(54)는 "매출에서 주유비가 최소 30%에서 많게는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달에만 이미 350만원 넘게 주유했다"며 "앞으로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더 오를 텐데 차 할부금·유지비까지 고려하면 생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애들 학원 수를 줄여야 하나 부인과 논의 중"이라고 토로했다.
대형 견인차를 모는 20대 송모씨 역시 "매출 40%를 주유비로 지출하고 있다. 벌써부터 전쟁 탓에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비슷해지길래 가장 싼 주유소를 찾아 40만원가량 가득 넣었다"며 "주유비가 더 큰 폭으로 치솟는다면 결국 못 버티고 핸들을 놓을 분들도 많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경기 북부권에서 화물·택배 영업소를 운영하는 최모씨(58)는 "총 12대를 운행하고 있어 주유비 인상은 영업에 직격탄"이라며 "유류세가 인하되더라도 유류세연동보조금이 함께 줄어들어 혜택을 체감하기 어렵다. 전쟁 장기화 시 정부가 유류세 인하뿐만 아니라 유가연동보조금의 기준을 완화하거나 지급액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재 정부는 경유 가격이 리터당 1700원을 넘을 경우 초과분의 50%를 유가연동보조금으로 지원한다.
대형버스 업계 사정도 심각하다. 이들은 유가 보조 대상에서 제외돼 비용 압박이 더 심하다고 우려했다. 20년 넘게 전세버스를 운행한 송모씨(43)는 "시내를 주행할 때 연비가 리터당 1.2㎞에 그치니 일주일에 3~4차례 주유하기도 하는데 이제 본격적인 3월 관광 성수기에 접어들다 보니 경유 가격 상승이 겁난다. 일부 보조금이라도 받으면 좋을 텐데 그림의 떡"이라고 했다.
이상곤 전세버스연대지부장 역시 "1차례 주유에 이미 50만원 넘게 나와 업계 전체적으로 힘들어하고 있다. 어떤 유가 보조금도 지원받지 못하니 경유가 리터당 1900원, 2000원을 넘어선다면 결국 업계는 큰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상 국제 유가가 약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가격에 반영되는 만큼 주유비는 더욱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지금은 소비자들이 전쟁 위기감에 평소보다 서둘러 주유해 회전량이 많아지면서 (가격이) 인상된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 유가가 연동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된다면 국내 유가 상승폭은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약 7개월분의 원유를 비축하고 있지만, 그 이상 전쟁이 길어질 경우를 대비하며 운송업자들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연재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쟁이 빨리 끝나지 않는다면 해상 운임료, 보험료, 환율 등이 동반 상승해 물가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운송업처럼 연료비 비중이 높은 업종의 부담 역시 커진다"며 "유류세 탄력 조정과 함께 지속적인 가격 모니터링으로 운송업에 대해 한시적이고 선별적인 지원이 효율적인 대응"이라고 조언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한국자원경제학회장)도 "다양한 공급로를 확보하며 심각한 충격은 예방해야 한다. 과도한 운송업자 부담 경감을 위해 유류세 인하 등 적극적인 정부 정책이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psh@fnnews.com 박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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