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취소 또 취소"…중동 전쟁에 발 묶인 여행객들 '속수무책'

댓글0
교전 시작 후 항공편 2만편 취소…혼란 확산
두바이 공항 직격탄…차 빌려 인접국 이동도
전세기 가격 폭등…일반 여행객엔 '그림의 떡'
美국무부 "지원" 공언…현장선 "도울 수 없다"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중동 전쟁 여파로 항공편 2만여편이 취소되면서 세계 곳곳에서 수천 명의 여행객들이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항공사도, 정부도 속 시원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가운데 여행객들은 수백만원의 추가 비용을 감당하며 자력으로 탈출구를 찾고 있다.

이데일리

지난 2일(현지시간) 한 남성이 인도 뉴델리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에서 항공편 정보를 표시한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교전을 시작한 지난달 28일 이후 중동을 오가는 항공편 2만편 이상이 취소됐다. 발이 묶인 여행객들은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는 물론, 두바이·아부다비·카타르 도하 등 중동 허브를 경유해야 하는 세계 각지에서 고립된 채 귀국길이 막혔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가족 다섯 명과 발이 묶인 프랑스인 의사 에딘 사이흐(38)는 “항공편이 취소될 때마다 다른 경로를 찾아 헤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아부다비 경유편이 취소된 이후 인도, 터키, 에티오피아를 거쳐 귀국하는 경로까지 알아봤지만 항공편이 없거나 가격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이미 숙박비로만 1500달러(약 220만원)를 지출했으며, 자신을 포함한 가족 5명의 이코노미 항공료는 수만 달러 수준이라고 그는 밝혔다. 며칠간 항공사에 전화한 끝에 오는 8일 출발편으로 재예약에는 성공했지만, 그는 “이 항공편도 취소될 것 같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허브 공항 마비…“차 빌려 인접국으로 7시간 이동”

세계에서 가장 바쁜 공항 중 하나인 두바이 국제공항이 이번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항공 데이터 분석업체 시리움에 따르면 중동은 전 세계 항공편의 5.5%를 차지하며, 중동 항공편의 40% 이상이 호주·인도·영국·독일·미국 등 역외 지역과 연결된다. 이 때문에 혼란은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탈출구를 찾아 인접국으로 향하는 여행객도 있다. 로스앤젤레스 출신 캐런 월콧(32)은 두바이에서 미사일 소리를 들으며 며칠 밤을 보낸 끝에 차를 빌려 7시간 거리의 오만 무스카트로 이동했다. 차량 비용으로 420달러(약 62만원)를 냈는데, 이후 같은 경로를 이용한 지인은 2000달러(약 294만원)를 지불했다고 월콧은 전했다. 무스카트 공항에서는 태국행 항공권을 1인당 800달러(약 117만원)에 구했지만, 뭄바이행 대안 항공권은 막판에 비자 문제로 포기해야 했다. 미 국무부 핫라인에 연락했지만 “뉴스를 모니터링하며 대피처에 머물라”는 무성의한 답변만 들었다고 그녀는 말했다.

이데일리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이후 도하·두바이·아부다비행 항공편이 취소되자 발이 묶인 승객들이 지난 1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응우라라이 국제공항에서 에미레이트항공 고객 서비스 사무실 인근에 모여 기다리고 있다. (사진=로이터)


글로벌 보안업체 인터내셔널SOS의 타일러 호스퍼드 보안 디렉터는 “인접국 공항들이 자국 내에서는 큰 편이지만 두바이나 아부다비 같은 대형 환승 허브가 아니다”라며 “좌석을 구하려면 하루 이틀은 더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유가 있는 여행객은 전세기를 동원하고 있다. 항공 데이터업체 윙엑스에 따르면 지난 주말 걸프 국가들과 요르단에서 약 51대의 전세기가 출발했다. 평소 7만5000달러(약 1억1000만원)이던 중동발 이스탄불행 전세기 가격은 현재 수십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전세기 중개업체 루나젯은 지난 24시간 동안에만 700건 이상의 대피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 “지원하겠다”지만…현장선 ‘공허한 말’

미 국무부는 중동에 있는 미국인에게 출국을 권고하고 귀국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은 4일 기자회견에서 “국무부가 위치를 파악해 직접 여행 옵션을 제공할 것”이라며 무료 항공편 마련 계획도 언급했다.

그러나 현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두바이에서 텍사스주 오스틴으로 돌아가려던 앰버 만사니야(42)는 미 국무부 핫라인에 전화했다가 상담원에게 “흥분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듣고 전화가 끊겼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에 발이 묶인 애덤 해리스(43)는 국무부와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에 연락했지만 “정부가 도울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결혼식을 몇 주 앞두고 요르단이나 이집트를 통한 육로 탈출도 검토했지만, 마이크 허커비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가 소셜미디어에 두 경로 모두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며 “안전한 이동을 기도합니다!”라고 게시한 이후 포기했다. 해리스는 “우리는 신앙인이지만, 그게 정부에서 듣고 싶은 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항공편 운항이 차질을 빚은 가운데, 승객들이 지난 2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의 응우라라이 국제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AFP)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 주요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

지금 봐야할 뉴스

  • 아주경제정부, 이란 전역 '여행금지' 발령…"무허가 방문시 처벌"
  • 전자신문한의학연, 1만3000명 데이터 기반 한의 생체지표 참조 기준 구축
  • 세계일보“1년 내 작품 환불 요청 땐 80% 반환 보장”
  • 쿠키뉴스영프독 이어 이탈리아, 걸프국 지원 결정…키프로스에 해군 파병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