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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문학을 보는 두 시선…‘클락스월드 편집장’과 ‘루미너리북스 C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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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 클라크 “AI, 수준 이하 작품 쏟아내”
“기술 발전이 문학의 본질 바꿀 수 없어”
이민혁 교수 “인간 작품만의 감동 인정”
“AI 사용 비윤리적이라면 출판 활용 안 할 것”
인공지능(AI) 기술의 발달이 사회 전반에 접목되면서 변화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출판 역시 마찬가지다. AI를 사용한 창작품이 온라인 서점과 시중의 책 판매 매대에 놓여 판매된다. 지난해엔 생성형 AI를 이용해 1년간 9000권이 넘는 책을 찍어낸 출판사가 논란이 됐다. 해당 출판사인 루미너리북스는 클릭 한번으로 책을 만들어내는 ‘딸깍 출판’을 한다며 비판받았다.

문학계에선 창작에 AI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 반면, 올해 신작 <할매>를 발매한 원로 작가 황석영은 작품의 아이디어와 구조를 세우는 과정에서 챗GPT를 사용한다고 공개 언급하기도 했다. 창작의 영역에서 AI를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지에 대해 국내외로 화제가 된 이들 두 명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닐 클라크 ‘클락스월드’ 발행인 겸 편집장과 루미너리북스의 CTO(최고기술책임자) 이민혁 중앙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다. 닐 클라크의 클락스월드가 AI 기술 변화에 맞서 문학의 고유 영역을 지켜내는 시도로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면, 이민혁 교수의 루미너리북스는 출판 생태계의 신뢰와 품질을 무너뜨렸다며 국내 출판계로부터 비판받았다. 두 사람과의 인터뷰 모두 지난달 e메일로 진행했다.

클락스월드는 세계적 권위의 SF 문학상인 휴고상과 네뷸러상 후보에 오르는 작품을 꾸준히 배출해 온 영미권 대표 SF 웹진이다. 2023년 2월, 생성형 AI로 생성된 작품 제출이 급증해 정상 업무가 불가능하다며 투고 접수를 잠정 중단한다고 알리며 화제가 됐다. 이후 다시 작품을 접수 받으며 ‘AI를 사용해 작성된 글은 투고작으로 검토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문구를 넣어 ‘AI 시대 창작의 윤리’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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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락스월드’ 투고 페이지 하단에 생성형 AI 사용을 금지하는 문구가 적혀있다. 클락스월드 홈페이지 캡처


클락스월드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 네뷸러상을 운영하는 미국SF작가협회(SFWA)도 수상 규정을 개정해 대형언어모델(LLM)을 이용해 작성한 작품은 네뷸러상 수상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클라크 편집장은 이에 대해 “SFWA의 발표는 조금 늦었다”라고 평했다. 이어 SFWA가 당초 금지 규제를 발표하며 작품 ‘전체’에 LLM 모델을 활용했을 경우 수상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했다가 주변의 반발로 작품 ‘일부’에 사용했을 시에도 제외한다고 규제 문구를 강화한 것에 대해서 “업계에서 (AI 사용) 문제를 얼마나 강하게 느끼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사례”라고 말했다.

문학 창작의 영역에 AI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문학 공모전과 신춘문예 등도 공모 규정에 AI 사용을 금지하는 문구를 넣는 곳이 늘어나는 추세다. 다만 문학 작품에 AI 사용 여부를 실제적으로 탐지할 기술이 없어 금지 문구가 사실상 경고용에 가깝다는 점과 기술의 발전 앞에서 AI 사용을 금하는 것이 과연 적합한지를 두고 이견이 존재한다.

투고 중단이라는 초강수 이후에도 클락스월드 AI 창작품이 아예 줄어든 것은 아니다. 최근엔 사람의 손을 더 많이 탄 AI 제작 작품이 늘어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AI 금지 규제는 필요한 선언이었다고 했다. 클라크 편집장은 “금지 문구를 통해 AI가 생성한 투고작을 막을 수 있다고 처음부터 기대하지도 않았다”며 문구를 통해 확실히 한 것은 “(AI가 사용된 작품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우리의 입장을 확고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I를 사용한 창작품이 늘어나며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로 “독자와 편집자 등이 좋은 작품을 찾을 수 없게 방해하는 수준 이하의 작품(substandard work)이 양산되는 상황”을 꼽으며 “이는 스팸 필터 없이 이메일을 확인하는 것과 비슷하다. AI가 마치 소방 호스로 뿜어내듯 스팸을 쏟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에게는 의식도 상상력도 참고할 만한 삶의 경험도 없다. 그 무엇도 새로운 것을 제시하지 못한다”라며 “처음에는 (AI가 쏟아내는 창작품이) 신기할 수 있지만 금세 지루해진다. 내가 찾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기술이 사회의 모습을 변화시킬 수는 있어도 본질은 바꿀 수 없다고도 했다. 그는 “(AI 기술의 등장으로) 업계가 영향받고 있지만 새로운 도구가 등장했다고 해서 문학의 역할과 목적이 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이 진보하더라도 사회 구성원들이 이를 받아들이거나 거부하는 것은 선택의 영역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언제나 LLM의 사용을 금지할 수 있다. 그것을 받아들여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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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교보문고 사이트에서 ‘루미너리북스’로 검색하면 나오는 책들. 교보문고 홈페이지 캡처.


반면 이민혁 교수는 기술의 변화를 거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보전달의 글쓰기 영역에서는 AI가 인간을 급속도로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문학적 글쓰기에서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 교수는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문학 분야에서도 AI가 평균적인 작가보다 더 훌륭한 글을 작성하는 시대가 올 것은 분명하다”며 “다만 정보 전달의 글과 다르게 문학에서는 독자가 AI가 작성했다는 사실을 알고 읽는다면 인간이 작성했다고 알려진 글에 비해 감동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특별한 감정을 느끼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알파고 사태 이후에도 바둑의 인기가 줄었다고 할 수 없고, AI로 몇 초 만에 만들어내는 사진과 그림들이 있음에도 여전히 현대 미술이 중요한 예술 행위로 간주되고 있다는 것을 예로 들었다. 다만 기술이 사회의 구조적 변화를 만들어낸다면 그에 알맞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바둑에서는 프로 기사들이 시합 중에 AI를 이용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고 하이퍼리얼리즘 화가들이 사진을 프린트해서 작품의 일부로 사용하는 것은 반칙으로 간주된다”며 “문학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학 분야에서는 인간 작가들이 AI를 어디까지 활용해도 되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윤리적 기준과 사회적 합의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루미너리북스는 이 교수 등이 참여한 생성형 AI 연구 회사의 자회사다. 이 교수는 이곳에서 비상근직으로 기술 개발 업무만 담당한다. 이 교수는 “AI는 독자의 수준에 맞춰 체계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설명을 제공하는 데 탁월하다”며 언젠가는 “부정확하고 이해하기 어렵게 인간이 혼자 글을 써? 당연히 AI 도움을 받아 정확하고 이해하기 쉽게 작성해야지”라고 말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고 했다.

다만 사회적으로 출판에서 AI의 사용을 규제하는 것이 옳다는 합의가 이뤄진다면 출판업을 포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사회적 합의가 AI를 출판에 활용하는 것을 비윤리적인 것으로 규정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만약 그런 컨센서스가 형성된다면 우리 역시 AI 활용 출판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문학에 스며드는 AI···공모전 당선을 취소합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12300600051



☞ ‘에디팅 팀’이라는 유령 저자들…‘AI 책’이 쏟아진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601170800011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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