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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플러스]“AI 기본 교육 방향, '생성력'만 가르칠 것인가, '사고력'를 길러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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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정영식 전주교육대 컴퓨터교육과 교수.

요즘 AI는 이미 우리 삶 속에 들어와 있다. 자율주행차 같은 첨단 기술만이 아니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을 때도, 쇼핑몰에서 결제할 때도 AI가 작동한다. 학생들의 일상도 다르지 않다. 글을 다듬고 요약하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 만들고, 과제를 준비하는 순간마다 AI를 사용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이러한 '활용 중심 AI 교육'은 10년 뒤에도 여전히 잘 만들어진 AI를 '잘 쓰는 사람'이 되게 할지는 몰라도, 실생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를 '잘 설계하는 사람'으로 성장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교육부가 2025년 11월에 발표한 '모두를 위한 AI 인재양성방안'은 AI 교육 전환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이 방안에 따르면 AI 중점학교를 2028년까지 2,000개교로 확대해 AI 교육 시간을 확보하고, 학생 특성에 맞는 AI 기본 교육을 넓히며, 예비 교원과 현직 교원의 AI 교육 역량 강화도 추진한다. AI를 학교 교육에서 '기본 역량'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방향은 매우 타당하다.

ICT 교육의 데자뷔, AI 교육에서도 반복할 것인가?

그런데 이 흐름을 보며 2000년대 정보통신기술(ICT) 교육의 기억이 떠오른다. 1990년대 후반 교단선진화 사업으로 모든 초중등학교에 인터넷이 연결된 PC가 보급되면서, ICT 교육은 학생과 교원의 디지털 활용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프로그래밍 교육은 상대적으로 밀렸고, 그 결과 '완성된 소프트웨어를 능숙하게 활용하는 능력'은 커졌지만 '문제 해결에 필요한 소프트웨어(SW)를 만드는 능력'은 약해졌다. 한마디로, 워드만 빠르게 치면 컴퓨터를 잘하는 줄 알았던 시대였다.

이러한 반성을 바탕으로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소프트웨어 교육'이 강조되었다. 그때의 소프트웨어 교육은 모든 학생을 개발자로 만들겠다는 목표가 아니라, 문제를 분석하고 절차를 설계하며, 오류를 수정해 가는 과정 자체를 통해 '컴퓨팅 사고력'을 기르는 것이었다. 지금 우리가 AI 교육에서 되살려야 할 교훈도 바로 여기에 있다.

프롬프트 교육이 'AI 기본 교육'이 될 수는 없다.

지금 AI 교육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지는 않은가? ICT라는 단어만 AI로 바꾼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AI 프롬프트를 잘 써서 원하는 결과물을 빠르게 뽑아내는 능력은 얼마든지 길러줄 수 있다. 그러나 AI가 왜 그렇게 답하는지, 어떤 한계가 있는지, 어떤 데이터와 조건에서 작동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생성 버튼만 누르면 되는 도구'로 인식한다면, 그 교육은 결국 학생들의 사고력을 약화시키는 길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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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본 교육을 'AI를 잘 쓰는 교육'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학교가 길러야 할 것은 AI 사고력이다. AI 사고력은 'AI의 기본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고, AI 윤리를 바탕으로 실생활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역량'이다. AI는 데이터로 학습하고 확률적인 답을 만들며, 오류와 편향이 생길 수 있고, 따라서 만능이 아니라는 사실을 먼저 알아야 한다. 그래서 학교는 '정답 찾기'가 아니라, '근거를 들어 판단하기'를 가르쳐야 한다.

또한, AI 교육은 '멋진 결과물 만들기'에서 멈추면 안 된다. 학생들이 실생활 문제를 스스로 정의하고, 해결에 필요한 데이터를 탐색하며, 방법을 설계하고, 결과를 점검해 개선하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AI를 도구로 쓰는 단계에서, AI를 이해하고 설계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교육이다.

'개발'은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시간은 필요하다.

물론 이 과정이 거창한 개발 훈련일 필요는 없다. 학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바이브 코딩, 블록 코딩, 텍스트 코딩 등 각자의 수준에 맞는 도구를 활용해 간단한 규칙이나 작은 모델을 설계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핵심은 '남이 만든 도구'를 소비하는 경험이 아니라, '내가 설계한 도구'를 만들어 보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다만, 설계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원하는 AI 모델을 만들려면, 문제를 발견하고, 데이터를 살펴보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결과를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AI 교육의 성패는 충분한 시수 확보에 달려 있다.

현행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AI 교육은 교과 활동이나 창의적 체험활동을 통해 운영할 수 있다. 그러나 교과 활동 중에서 AI 교육의 중심이 되는 정보 교과는 초등에서 독립 교과로 편성되지 않고, 5~6학년군 실과에 17시간 정도만 배정돼 있다. 중학교는 필수 교과이지만 대체로 34시간 편성되어 있고, 고등학교는 선택 교과라 배우지 못하는 학생이 많이 존재한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안전교육, 학교폭력 예방 등 법정 의무교육으로 AI 교육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학교별 운영 편차로 학생 간 AI 역량 격차는 더욱 심화될 우려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초등 저학년부터 체계적인 AI 교육이 가능하도록 정보 교과 편성을 검토하거나, 최소한 주당 1시간 이상 AI 교육이 가능하도록 'AI 교육 운영 지침'이 마련되어야 한다. AI를 '잘 쓰는 교육'에서 멈출 것인가? 아니면, AI를 '이해하고 설계하는 교육'으로 나아갈 것인가? 그 선택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결정한다.

정영식 전주교육대 컴퓨터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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