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사장, 한규헌 현대글로비스 미래물류기술센터장 상무가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2026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AW 2026)'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강구귀 기자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2026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AW 2026)'에서 공개된 현대글로비스의 파렛트 셔틀. 사진=강구귀 기자 |
[파이낸셜뉴스] 파렛트 셔틀이 레일 위를 '위잉' 소리와 함께 미끄러지듯 이동한다. 사람 손 하나 닿지 않는다. 옆에선 자율주행 물류로봇(AMR)이 부품 상자를 싣고 정해진 경로를 따라 움직이고, 그 끝에서 로봇팔이 모양도 재질도 제각각인 물품을 정확히 집어 올려 보관 장소로 옮긴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처음으로 적용하게 될 현대글로비스의 미래다. 자동차운반선 중심 해운회사에서 물류 소프트웨어(SW)까지 장착한 진정한 글로벌 공급망관리(SCM) 프로바이더(공급자)로 거듭났다.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사장이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2026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AW 2026)'에서 팔레트 셔틀을 보고 있다. 사진=강구귀 기자 |
"개념검증은 끝났다"…오르카 2.0, 현장으로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2026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AW 2026)'에서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사장은 기자와 만나 "물류창고 하나에 여러 회사의 다양한 하드웨어가 들어오지만 자회사 알티올과 공동개발한 창고제어시스템(WCS) 플랫폼 '오르카(ORCA)'가 하나의 관제시스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기존 자동화 회사들이 설비를 단위로 납품하면서 전체 공정이 연결되지 않았던 것과 달리 입구부터 출고까지 전(全) 과정을 WCS로 최적화했다. 선발주자들을 따라잡고 물류 자동화의 '프로바이더'가 되겠다"고 밝혔다.
오르카는 현대글로비스가 2023년 물류자동화 전문기업 알티올 지분 70%를 인수하며 '자동화 내재화'의 성과다. 지난해 PoC(개념검증) 중심의 검증 단계를 넘어 올해부터는 실제 현장 적용 단계에 진입했다. 물류창고에 물품이 들어오면 운반로봇이 장착된 파렛트가 레일을 따라 자동 이동해 지정된 보관 위치에 물품을 내려놓고, 출고 시에는 역으로 물품을 실어 출고 지점까지 옮겨준다. 이 모든 과정이 오르카를 통해 제어된다.
물류 설비 시공을 넘어 장기간 운영을 통해 효율성, 신뢰성도 극대화한다. 시공대금만 받는 것이 아닌 구독방식의 OPEX(운영모델)을 통해서다. 이 대표는 "수주받은 물류센터 시공 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하드웨어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설치할 수 있는데 기존 물류센터도 적용이 가능하다"며 "실제로 이 시스템이 들어가면서 물류 설비 효율성을 높이는 사례도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글로비스의 물류센터 직원들의 서류 작업, 코딩 부담을 줄여 더 가치 있는 일에 투자할 수 있다고 봤다. 야근을 줄이고 고객 케어에 시간을 더 쏟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현대글로비스의 오르카 2.0은 GUI(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 기반 구조다. 코딩 의존도를 최소화해 현장 엔지니어가 직관적으로 설비 제어 로직을 구성·수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한규헌 현대글로비스 미래물류기술센터장 상무는 "이는 구축 속도와 유지보수 효율성을 동시에 높이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코드 한 줄 바꾸려 본사 개발팀을 호출해야 했던 과거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이다. 물류 현장의 언어로 만든 플랫폼이다.
자율주행 물류로봇(AMR)과 자체개발 '원키트 피킹 자동화 기술'의 연동 시연에도 시선이 몰렸다. AMR이 물품을 싣고 운반하면, 로봇팔이 해당 물품을 집어 올려 보관 장소로 옮긴다. 볼트부터 플라스틱 커버, 금속 브래킷까지 모양도 크기도 재질도 다른 부품들을 하나의 로봇이 안정적으로 파지(把持)했다. 물류 자동화의 오랜 난제가 실제로 풀리고 있는 장면이다.
한 상무는 "3D 매칭 기술 기반의 정밀 인식과 하이브리드 그리퍼 구조의 결합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3D 매칭으로 객체의 위치와 형상을 정밀 인식하고, 기존 다지형 그리퍼를 변형한 하이브리드 그리퍼가 이를 안정적으로 잡아 올리는 것이 골자다. AI(인공지능) 알고리즘 중심이 아니라, 인식 기술과 기계 구조의 최적화가 현재 시스템의 뼈대다.
이어 "비계열 고객 확장을 위해 AI 기반 파지 자동화 기술을 내부적으로 개발 중"이라며 "자동차 부품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이커머스 등 다품종·고변동 환경까지 대응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규헌 현대글로비스 미래물류기술센터장 상무가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2026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AW 2026)'에서 설명하고 있다. 사진=강구귀 기자 |
"피지컬 AI, 체감의 차원이 다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 5년 간 125조20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내 투자를 단행하며 '피지컬 AI 선도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CES 2026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미국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내 현대글로비스 사업장에서 부품 서열화 PoC가 진행 중이며, 2028년 안전성과 품질 효과가 검증된 공정에 우선 투입될 예정이다.
한 상무는 '체감의 차원'을 강조했다. 로봇 한 대가 들어오는 것이 아닌, 현장의 운영 체계 자체가 바뀌는 변화다. 그는 "고객은 단순히 자동화 설비가 도입되는 것을 넘어 운영 표준화와 가시성 향상을 통해 작업 편차를 줄이고, 인력 변동성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체계적 변화를 체감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출발지부터 도착지까지 전 과정을 일괄 수행하는 E2E(엔드투엔드) 물류 자동화의 현실적 장벽을 세 가지로 짚었다. 물류센터 구조와 산업 특성이 서로 달라 표준화된 자동화 모델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고, 초기 투자 대비 실질적 운영 개선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 고객사별 디지털 역량과 운영 수준의 편차다.
이에 대한 현대글로비스의 접근법은 '설비 중심'이 아닌 '운영 흐름 중심'이다. 그는 "현대글로비스는 조달부터 생산·판매 물류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운영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산업별 특성과 현장 조건을 반영한 자동화 설계를 수행한다"고 말했다.
알티올과 협업한 팔레트 셔틀, 원키트 자동화 등은 일괄 도입이 아닌 검증 기반 확장 전략으로 현장에 안착시킨 사례다. WCS 기반 시뮬레이션과 피지컬 AI 기반 가시화를 통해 자동화 도입 전 운영 시나리오를 먼저 검증하고, 고객의 투자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컨설팅 역량도 현대글로비스가 내세우는 차별점이다. 로봇을 파는 것이 아니라, 로봇이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함께 설계하겠다는 것이다.
한 상무는 "한국의 물류 자동화 수준은 글로벌 대비 중상위권이지만, 완전한 엔드투엔드 통합은 아직 확산 단계"라면서도 2030년 물류 인력의 36%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 "자동화를 선택이 아닌 구조적 대응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 설비 도입을 넘어 통합 제어, 데이터 기반 운영, 컨설팅까지 연결하는 체계를 통해 인력 의존도를 낮추고 운영 효율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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