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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선이네·경희네·상철이형네’…김용일, 집과 나무로 그리움을 깨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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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으로 위로를 건네는 풍경…3월 24일까지 김용일 개인전

스포츠서울

‘경희네 동네’에는 황금빛 은행나무가 마을 전체를 감싸 안는다. 노란 기운 아래 놓인 한옥 지붕과 작은 가게, 마당의 생활 흔적은 누구의 동네인지 특정하지 않으면서도 묘하게 익숙하다.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문득 마음이 멈추는 순간이 있다. 이름 하나, 집 한 채, 마당의 풍경이 불현듯 떠오를 때다.

김용일 작가의 개인전 ‘그리움을 닮은 풍경’은 그 멈춤의 순간을 화면 위에 따뜻하면서도 신비롭게 펼쳐 보인다.

김용일은 오랜 시간 ‘집’을 주요 모티프로 삼아 아크릴과 유화로 작업해왔다. 그의 작품 속 집은 특정 지역의 기록이 아니다.

작가의 어린 시절 스토리를 바탕으로 하지만, 관람자 각자의 기억과 겹쳐지며 또 다른 시간과 장소로 확장된다. 점차 잊혀가는 실체의 중요함을 조명하면서도, 화면은 과장되지 않고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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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선이네 동네



‘미선이네 동네’에서는 보랏빛 꽃구름 같은 나무가 화면을 가득 채운다. 분홍빛 나무와 푸른 기와가 어우러진 풍경은 봄날의 기억을 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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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이네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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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철이형네 집



‘화정이네 동네’와 ‘상철이형네 집 달빛’은 흑백에 가까운 밤 풍경이다.

설밥처럼 흰 나무 아래 불이 켜진 창문, 달빛이 드리운 마당은 고요한 정서를 만든다. 어둠 속에서 오히려 집의 온기가 더 또렷해진다.

갤러리 벨비 윤성지 이사는 “실제로는 불러본 적 없는 이의 이름, 지내본 적 없는 집의 모습일지라도 우리는 그 장면을 안다”고 설명한다.

김용일의 그림은 제목과 캔버스만으로 관람자를 타임머신에 태운다. 경험하지 않았지만 어딘가 그리운 감정, 아네모이아까지도 함께 불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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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남이네 동네



‘순남이네 동네’는 화면 대부분을 푸른 숲이 차지한다. 아래로 길게 놓인 마을은 자연의 품 안에 있다.

인간의 공간은 작지만 안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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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누나네 동네



‘성희누나네 동네’는 분홍빛 들판이 화면을 채운다.

집은 한켠에 자리하지만 색의 물결이 공간 전체를 감싼다. 현실의 지형이라기보다 감정의 풍경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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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열이네 집



‘창열이네 집’은 한 채의 집에 집중한다.

황금빛 배경과 지붕, 나무가 통일감을 이루며 기억은 더욱 농축된다. 장독, 빨래, 빗자루, 마당에 말린 곡물 같은 사소한 오브제는 삶의 시간을 조용히 증언한다.

작가는 칠하고 긁어내는 과정을 통해 화면에 시간의 층을 남긴다. 겹겹이 쌓인 색은 선명한 재현보다 기억이 떠오르는 방식을 닮았다. 특정 장소를 지시하기보다, 어디인지보다, 어떤 마음이었는지를 먼저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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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일 작가



김용일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은 색채다. 노란 은행잎, 보랏빛 꽃구름, 푸른 숲, 분홍 들판, 달빛 아래의 흑백 톤까지. 아름답고도 신비로운 색은 흐릿한 기억 속 이미지를 되새기게 한다.

전시는 과거를 복원하려 하지 않는다. 지금의 삶 속에서 다시 작동하는 그리움의 감각을 확인하게 한다. 관람자는 작품 앞에서 자신의 시간을 겹쳐 보게 되고, 그 과정 자체가 하나의 치유로 이어진다.

갤러리 벨비에서 선보이는 ‘그리움을 닮은 풍경’은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지만 저마다 다른 추억의 한 조각을 다룬다.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이름 하나와 집 한 채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유를 스스로 발견하게 된다.

갤러리 벨비에서 열리는 전시는 2026년 2월 28일부터 3월 24일까지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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