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1일 법원 재판의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과 대법관 수를 현행 14명에서 26명을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두 법안 통과에 더해 법왜곡죄까지 민주당의 3대 사법개혁안이 본회의 상정만 남게 됐다. 법왜곡죄는 판·검사가 재판이나 수사에서 고의로 법리를 왜곡하거나 사실 조작 시 처벌한다는 내용이다.
법조계에서도 재판소원이 실제 도입되면 △권리 구제 장기화 △사회적 비용 증가 등을 우려하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12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출근길에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가 가는 문제”라며 공개 반박했다.
조 대법원장이 ‘국민 피해’를 언급한 이유는 대표적으로 재판소원법 때문이다. 재판소원은 대법원이 내린 최종 판결이 기본권을 침해하는 등 헌법을 위반했는지 헌법재판소가 심리하는 제도다. 부장판사 출신 한 로펌 대표 변호사는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사실상 4심제가 된다”며 “3심에서 확정된 사건이 다시 헌법재판소로 가게 되면 판결 확정까지 수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조 대법원장이 우려한 것도 이 대목이다. 조 대법원장은 평소 재판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신속한 권리구제’라고 입장을 밝혀 왔다. 절차가 한 단계 늘어나는 만큼 이 원칙이 훼손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분쟁이 신속하게 종결되지 않아 사회적 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결국 국민의 피해로 이어진다. 대형로펌의 판사 출신 한 변호사도 “(대법원 단계에서) 승소자 입장에서는 정의가 지연되는 것이고, 패소자 입장에서는 뒤집힐 가능성이 크지 않은 절차에 추가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전체 사회적 비용 관점에서는 실익 대비 시간과 비용 부담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부유층이나 기업이 재판소원의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밖에 조 대법원장이 지적한 대법관 증원 문제에 대해서도 1·2심이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한정된 인력에서 대법관을 늘리면 1·2심 기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법왜곡죄에 대해서도 이 부장판사는 “법왜곡죄는 독일에서도 있는 사실상 사문화 된 조항”이라며 “판·검사가 고의로 법리를 왜곡하는 것을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실제 적용은 드물지만 판사와 검사 압박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 대법원장은 “공론화를 통해 국민들에게 엄청난 피해가 가는 문제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대법원이 국회와 협의하고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아직 (본회의 통과 등) 최종 종결된 것이 아니라 그 사이에도 최종 대법원의 의견을 모아서 전달하고 협의해 나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조 대법원장이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딱히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재판 소원에 대한 대상을 줄이거나 사건 폭증·지연을 막는 장치 등을 두고 국회와 협의해 나가는 수준일 것이라는 추측이다.
일각에서는 조 대법원장은 ‘독일식 재판소원’ 방식도 꺼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독일은 무분별한 재판소원을 막기 위해 재판소원 대상을 엄격히 판단해 재판소원 청구 중 95% 이상이 각하나 기각된다. 기본권 침해를 구체적으로 증명하지 않으면 아예 재판소원을 할 수 없는 것이다.
박호현 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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