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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찰관님, 감사합니다”…새내기 순경이 지킨 유학생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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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nks a lot Korean police(한국 경찰관님, 대단히 감사합니다).”

지난 18일 오전, 전북 전주덕진경찰서 아중지구대를 찾은 한 외국인 유학생은 서툰 손글씨로 이런 내용을 적어 경찰관에게 건네며 고개를 몇 번이나 숙이며 감사를 전했다.

세계일보

그는 방글라데시 국적의 유학생 라만 빈 타즈워 씨로, 전날 잃어버렸던 가방을 되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지구대로 단걸음에 달려왔다. 가방 안에는 대학 등록금 일부인 현금 100여만 원과 여권, 외국인등록증, 휴대전화가 들어 있었다. 우석대 석사과정 입학생인 그에게는 학업의 시작과 체류 자체가 달린 물건들이었다.

라만 씨가 유학을 위해 한국에 온 지 고작 1주일 만에 ‘한국 경찰’을 가장 먼저 떠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겪은 것은 하루 전인 17일 오후. 한국 입국 7일 차, 모든 것이 낯선 상황에서 버스에 가방을 두고 내린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다급히 아중지구대를 찾은 라만 씨는 거의 말을 잇지 못했다. 모국어가 벵골어이기에 한국어는 물론 영어로도 의사소통이 어려웠다. 경찰이 내민 번역기를 통해 그는 절박한 상황을 설명했지만, 자신이 탔던 버스 노선은 물론 회사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그가 발을 동동 구를 때 친절하게 손을 내민 이는 아중지구대 1팀 소속 김재록(27) 순경이었다. 지난해 8월 임용돼 지구대에 배치된 새내기 경찰이다. 단순 유실물 접수로 끝낼 수도 있었지만, 김 순경은 가방 안에 들어 있던 물건과 그의 절박한 사정을 접하고 해결사로 나섰다. 등록금 납부 마감 시한은 다음 날 오후 6시. 가방을 찾지 못하면 학업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 있었다.

김 순경은 언어가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라만 씨가 탄 버스의 출발지와 도착지, 시간대를 하나씩 되짚으며 전주버스조합과 관할 버스회사 3곳에 수차례 연락을 취하고 개별 접촉하며 수소문했다. 경찰청 유실물관리종합시스템(LOST112)에도 대리 접수를 진행하며 버스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그렇게 약 15시간이 지난 다음 날 오전 8시, 한 버스 기사로부터 “가방을 보관하고 있다”는 연락이 왔다. 김 순경은 즉시 라만 씨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그는 버스회사를 찾아 분실물을 무사히 회수했다. 등록금도 마감 시한 내 납부할 수 있었다. 낯선 나라에서 곤경에 처한 청년이 한 경찰의 적극적인 도움 덕분에 처음으로 깊은 안도감을 느꼈던 순간이었다.

가방을 되찾은 뒤 다시 지구대로 달려온 라만 씨는 감사 인사를 몇 번이고 반복했다. 이후에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고마움을 전해왔다. 김 순경은 “그렇게 고마워하는 모습은 처음이어서 오히려 제가 더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대개 경찰은 형사 사건 등 급박한 상황이 아니면 단순 분실물은 유실물 시스템 등록에 그치는 등 소극적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김 순경은 “제가 돕지 않으면 이 외국인 유학생이 어디에서도 쉽게 도움받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 출동과 사건 해결도 중요하지만, 민원인이 누구든 먼저 손 내밀어 주는 경찰, 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경찰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이 같은 미담을 전해 들은 우석대학교 박노준 총장은 "낯선 나라에서 불안한 첫 주를 따뜻한 기억으로 바꿔준 경찰의 손길이 국적을 넘어 신뢰의 다리가 됐다"며 김재록 순경에게 표창장을 수여하기로 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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