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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어떻게 태어날까?...'우주의 신비' 풀어낸 한국 연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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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연구팀
태아별 'EC53' 폭발기 관찰…'규산염 결정화' 목격
혜성 탄생의 수수께끼 풀 실마리
22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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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행성계원반에 둘러싸인 별의 모습을 상상해 그린 일러스트 /사진=NASA(미국 항공우주국)



20여년간 별을 관찰해 온 우리나라 천문학자가 '태아별'의 성장 순간을 포착했다. 그간 가설 수준에 머물러 있던 천문학계의 난제를 풀 결정적 증거다.

이정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연구팀은 별이 생성될 때 규산염이 결정화되는 과정을 최초로 관측했다고 22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극도로 차가운 우주에서, 어떻게 뜨거운 혜성이 태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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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NASA 망원경에 포착된 아이손(ISON) 혜성. 아이손 혜성은 지구에서 맨눈으로도 관측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밝아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사진=NASA



날쌔게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꼬리가 긴 별, 혜성의 몸체(핵)는 얼음과 암석으로 이뤄져 있다. 이중 핵심 성분이 규산염이다. 규산염은 암석·광물의 주성분으로, 지구 지각의 90%도 규산염이다.

규산염은 600도(℃) 이상의 고온 환경일 때만 딱딱하게 결정화되는 특징이 있다. 수많은 천문학자의 의문이 여기에서 시작됐다. 별들이 태어나는 태양계 외부의 성운은 영하 260℃로, 극도로 추운 환경이다. 이처럼 추운 곳에서 형성된 혜성에서 결정질 규산염이 발견된다는 건, 태양계 형성 초기에 생긴 물질이 알 수 없는 고온 과정을 거쳐 태양계 외곽까지 이동했다는 뜻이다. 이를 추론할 만한 증거가 지금까지는 없었다.

이 교수 연구팀은 별이 형성되는 현장에서 규산염이 언제, 어디서 결정화되고 이동하는지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를 처음으로 포착했다. 인류 역사상 최고 성능의 우주망원경으로 불리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을 통해서다. JWST 전까지는 혜성의 변화를 관측할 정도로 감도와 해상도가 높은 망원경이 없었다고 한다.

이 교수 연구팀은 1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극소수 천문학자들에게만 허락되는 'JWST 이용권'을 획득했다. JWST 관측 시간을 확보한 연구팀은 이 교수팀이 국내에서 유일하다. 그 배경엔 20여년 간 별을 바라보며 축적해온 연구 데이터가 있었다. 이 교수는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연구성과 브리핑에서 "지상의 많은 관측 장비를 이용해 자료를 만들었고, 그 자료를 분석해 기초적인 모델링도 해놨다"며 "단순한 아이디어 수준이 아니라 이미 이해하는 여러 현상이 있었기 때문에 제안서가 수락된 것"이라고 했다.


폭식, 단식, 다시 폭식… '태아별'은 이렇게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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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자리 성운에 위치한 태아별 'EC 53'은 18개월을 주기로 폭식과 단식을 반복하며 몸집을 키워갔다. 이때 폭발기에만 '결정질 광물' 스펙트럼이 검출됐다. /사진=이정은 교수 연구팀



연구팀은 뱀자리 성운에 위치한 태아별 'EC 53'에 주목했다. 태아별은 별 형성 초창기에 있는 별이다. 태아별은 가스와 먼지로 이뤄진 원반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 원반으로부터 물질을 흡수해 몸집을 키우는 것이 태아별이 '어른별'로 성장하는 과정이다.

태아별은 매우 짧은 시간 '폭식'하고(폭발기), 긴 시간 동안 '단식'한다(휴지기). 이 과정을 반복하며 질량을 불려 나가는데, 이 과정을 '간헐적 강착 과정'이라고 한다. 강착 과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스펙트럼을 관찰하면 성장기에 있는 별 주변의 원반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다. 향후 태아별을 중심으로 행성계를 이루게 될 행성·소행성·혜성이 만들어지는 곳이 바로 원반이다.

EC 53은 이 과정을 관측하기 좋은 태아별이다. 약 18개월 주기로 폭발기와 휴지기를 반복한다.

연구팀은 EC 53의 폭발 단계에서 '결정질 광물'의 스펙트럼이 검출되는 것을 확인했다. 태아별에 가장 가까운, 뜨거운 원반 안쪽이었다. 규산염 결정화가 일어날 만큼 고온 환경이다. 태아별이 폭식할 때 온도가 매우 높아지면서 결정질 규산염이 생성됐고, 이 규산염이 방출한 빛이 연구팀의 망원경에 포착됐다.

아울러 원반 안쪽에서 생성된 결정질 규산염이 원반풍을 타고 차가운 원반 외곽으로 운반되는 사실도 발견했다. 혜성이 만들어지는 곳이다. 원반은 '케플러 법칙'에 따라 중심에서는 매우 빠르게 회전하고, 바깥쪽에서는 천천히 회전한다. 빠르게 회전하는 곳의 원반풍이 매우 빠른 방출류를 만들어내 내부에서 생성된 광물을 바깥쪽까지 운반했다.


이제는 '스피어엑스' 망원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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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가 이끄는 별탄생 그룹 연구팀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장기간에 걸쳐 축적된 경험이 과학적 발견으로 이어진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과기정통부 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 및 기초연구실 지원사업) 의 지원을 받아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팀은 한국천문연구원과 NASA(미국 항공우주국)이 공동개발한 전천(全天) 망원경 '스피어엑스'를 활용해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JWST가 작은 영역을 세세히 들여다보는 망원경이라면, 스피어엑스는 6개월마다 한 번씩 우주 전체를 훑어 방대한 '우주 지도'를 만드는 망원경이다.

이 교수는 "우주에 있는 다양한 태아별과 다른 천체의 밝기 변화를 비교·분석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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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어엑스가 대마젤란은하 근방 성운을 3색으로 촬영한 것을 합성한 이미지 /사진=한국천문연구원 제공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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