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매장 영업 시간 전 줄 선 고객들 -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은 지난 13일 '클래식 맥시 핸드백' 등 국내에서 판매하는 주요 제품 가격을 7% 안팎 인상했다. 롤렉스·반클리프 아펠·에르메스·디올 등도 가격을 올렸다. 20일 서울의 한 백화점 샤넬 매장 앞에서 고객들이 영업 시간 전에 줄을 서 있다. /장경식 기자 |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이 지난 13일 국내에서 주요 제품 가격을 7% 안팎 인상하며, ‘샤넬백 2000만원’ 시대가 열렸다. 대표 제품 중 하나인 ‘클래식 맥시 핸드백’ 가격이 기존(1892만원) 대비 7.5% 오른 2033만원으로 책정되면서, 처음으로 2000만원 넘는 샤넬백이 나왔다. 이 제품은 2020년 말만 해도 1014만원이었지만 5년 새 2배로 오른 것이다.
특히 세계 주요 국가 중 한국에서 유독 더 많이 올랐다. 샤넬 공식 홈페이지와 외신 등을 종합하면 같은 기간 프랑스에선 2021년 1월 7100유로에서 이달 1만1700유로로 가격이 65% 올랐고, 미국에선 60%, 중국에선 68% 올랐기 때문이다.
샤넬뿐 아니라 롤렉스·반클리프 아펠·에르메스·디올 등이 새해 들어 국내 제품 가격을 올렸고, 부첼라티·티파니앤코도 다음달까지 인상 행렬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선 명품 업체들이 한국에서 ‘배짱 영업’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체 명품 소비의 30% 안팎을 담당했던 중국이 내수 침체로 지갑을 닫으면서 명품 업체들의 글로벌 실적은 악화됐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샤넬(1조8446억원), 루이비통(1조7484억원), 에르메스(9643억원) 한국 법인은 지난 2024년 나란히 역대 최고 매출을 올렸다. 글로벌 상황과는 반대다. 중국 소비 감소와 소비 침체 여파 등으로 샤넬은 2024년 글로벌 매출이 전년과 비교해 5%, 영업이익은 30% 줄었다. 루이비통, 디올 등을 보유한 세계 최대 명품 그룹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도 2024년 글로벌 매출이 전년 대비 2% 줄었다.
최근 수년간 한국에서 유독 가격을 ‘더’ 인상하거나 여러 차례 ‘기습적’으로 올린 것이 좋은 실적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샤넬의 경우 작년 국내에서 다섯 번에 걸쳐 가방·주얼리·코스메틱 등 제품 가격을 올렸다. 에르메스는 지난 5일 가방과 액세서리 일부 품목의 판매 가격을 3~5% 안팎 인상했다. 대표 가방 중 하나인 ‘피코탄’의 가격은 기존 517만원에서 545만원으로 5.4% 올랐다. 에르메스는 작년에도 1월과 6월에 두 차례에 걸쳐 주요 제품의 가격을 인상했다.
유통업계에서는 명품 업체들의 이같은 가격 정책에 대해 “제품 가격을 올려도 한국에선 수요가 끊이질 않을 것이란 확신이 있기 때문”이란 반응이 나온다. 이에 대해 명품 업체들은 “환율에 따라 각국 제품의 가격 차이를 수시로 조정한다”며 “원자재 값과 인건비 상승 추세에 따라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명품에 대한 한국인들의 ‘가격 저항선’이 무너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격을 올리는 일이 매년 반복되다 보니, “명품을 사두면 금처럼 가격이 오른다” 같은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퍼지면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품 업체들은 가방과 주얼리 등 가격이 올라도 잘 팔리는 제품 위주로 가격을 인상하기 시작해 제품군을 확대한다”며 “우리 소비자들의 명품에 대한 가격 민감도가 무뎌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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