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측이 지난 14일 서울 성동구 무학중학교 교문 앞에서 무학여고 내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는 모습 [페이스북 캡처] |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하는 내용의 미신고 집회를 연 보수 성향 단체에 대해 경찰이 강제 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혐오와 모욕 사건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처벌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찰, 보수 단체 대표 압수수색
20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서울 서초경찰서는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이 미신고 집회를 열고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한 혐의와 관련해 김병헌 대표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부터 소녀상이 설치된 서초고등학교와 무학여고 등에서 미신고 집회를 열었다. 회원들은 ‘교정에 위안부상 세워두고 매춘 진로지도 하나’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펼쳤고 소녀상에 ‘철거’라고 적은 마스크를 씌웠다. 경찰은 사자명예훼손과 모욕,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엑스에 위안부를 기리는 소녀상을 훼손한 것을 두고 “사자명예훼손”이라고 비난했다. [이재명 대통령 X 갈무리] |
김 대표는 지난해 9월 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과 재물손괴 등 혐의로 처음 고발됐다. 이후 서초경찰서가 집중 수사 관서로 지정돼 양산·성동·종로경찰서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았다.
경찰은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와 정서적 학대 우려 등을 이유로 해당 집회에 여러 차례 제한 통고를 내렸지만 기습 집회는 이어져 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위안부 피해자 혐오 시위를 “얼빠진 사자명예훼손”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친고죄 해당·처벌 수위 등 한계 지적
서울 종로구 옛 일본 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모습 [연합] |
다만 경찰의 엄정 대응 예고에도 처벌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자명예훼손죄와 모욕죄가 친고죄인 만큼 피해자나 유족의 직접적인 고소가 필수적이라는 점이 걸림돌로 꼽혀서다. 또 혐의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처벌 수위가 낮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위안부처럼 집단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경우에는 피해 대상이 특정돼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이 때문에 사자명예훼손죄나 모욕죄 성립 자체를 놓고 보면 수사에 착수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처벌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피해자 유족의 고소가 필요하다는 점을 짚었다. 이 교수는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면서 범죄 성립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유족들에게 고소장 제출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절차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김 대표는 지난해에도 전국을 돌며 평화의 소녀상에 마스크나 검은 천을 씌우는 방식의 철거 시위를 벌였지만, 경범죄처벌법 위반(광고물 무단부착 등) 혐의로 벌금 10만원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정치권에서는 위안부 피해자 모욕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기 위한 입법 강화에 나서고 있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위안부 피해자 지원법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 의원이 대표발의한 ‘위안부피해자보호법’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할 목적으로 소녀상을 손상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를 명예훼손으로 보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서 의원은 “2024년 소녀상 훼손과 위안부 피해자 모욕 행위에 대해 내려진 처벌은 고작 벌금 10만원이었다”며 “이 정도 처벌로는 반복되는 역사 왜곡과 피해자 모욕 행위를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명백한 모욕과 왜곡 행위가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치되고 있다”며 “관련 법·제도를 정비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