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가 공식화되면서 국내 크레딧 시장의 불확실성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다만 연초 효과와 캐리 트레이드(금리 차이에 따른 수익을 추구하는 거래) 수요가 맞물리며 이번 주(19일~23일) 대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는 비교적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는 평가다.
1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이달 15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 문구를 삭제하며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를 사실상 선언했다. 이에 따라 2024년 10월부터 시작됐던 기준금리 인하 국면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총 100bp(1bp=0.01%포인트)를 내리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소멸되자 시장금리는 다시 변동성 국면에 진입했다. AA-급 3년물 회사채 금리는 금통위 이후 3.5%를 웃돌며 반등했고 국고채 금리 역시 큰 폭으로 상승했다. 다만 국고채와 회사채 금리가 함께 오르면서 신용 스프레드(금리 차)는 오히려 축소됐다. 실제 이달 16일 기준 3년물 국고채과 AA-급 회사채 신용 스프레드는 47.9bp로 연초(50.3bp) 대비 감소했다.
또 기준금리 인하 종료가 곧바로 인상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낮다는 점에서 금리 방향성을 둘러싼 탐색 구간이 이어질 것이란 진단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 전망에 대한 변화 가능성은 지난해 11월부터 시장금리 급등으로 반영됐다”며 “인하 사이클의 종료가 곧바로 인상 사이클의 개시로 이어질 가능성도 희박하기 때문에 새로운 스프레드 탐색 과정이 예상된다”고 짚었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도 회사채 발행 시장은 이번 주 22개 기업이 수요예측에 나서면서 ‘수퍼위크’를 맞았다. 특히 금리 인하 기대는 사라졌지만 금리 레벨 자체가 높아지며 캐리 수요가 유지되고 있고, 연초 효과로 기관 자금 유입 여건도 양호하다는 평가다. 여기에 발행 예정 기업 대부분이 AA급 이상 우량 신용도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투자 심리를 떠받치고 있다. 실제 지난 주 수요예측에 나섰던 기업들도 모집 예정 금액을 웃도는 주문을 확보하며 무난한 성적을 거뒀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로 변동성은 커졌지만 금리 상방이 제한적인 만큼 연초 회사채 시장 전반의 발행 여건은 비교적 안정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고채 금리가 인하 기대 소멸이 대부분 반영된 만큼 현재 레벨에서는 크레딧에 대한 캐리 수요는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며 “오히려 금리 인상으로 메리트가 생겼기 때문에 대부분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자금 확보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 KB증권과 한국항공우주(047810), CJ제일제당(097950)은 모두 조 단위의 자금을 확보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먼저 KB증권은 총 4000억 원 모집에 1조 3000억 원의 유효 주문을 받았다. 구체적으로 2년물 500억 원 모집에 1700억 원, 3년물 2500억 원에 7900억 원이 응찰햇다. 5년물의 경우 1000억 원 모집에 3400억 원이 참여했다. KB증권은 최대 8000억 원까지 증액을 고려하고 있다.
KB증권은 시중 금리보다 낮은 수준에서 회사채 발행 목표액을 채웠다. 민평금리(민간 채권평가사가 책정한 기업의 고유 금리)에 -30~30bp(1bp=0.01%포인트)를 가산한 결과 2년물은 -5bp, 3년물은 -4bp, 5년물은 -5bp에서 목표치에 도달했다.
KB증권은 이번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채무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회사채 발행 주관은 SK증권,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증권, 한화투자증권, 유안타증권이 맡았다. KB증권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우량으로 분류되는 AA+다.
한국항공우주와 CJ제일제당은 2500억 원 모집에 각각 1조 8700억 원, 1조 4400억 원의 주문을 받았다. 한국항공우주는 3년물 2000억 원과 5년물 500억 원 모집에 1조 2700억 원, 6000억 원씩 응찰했다. CJ제일제당은 3년물 1800억 원에 1조 1400억 원, 5년물 700억 원에 3000억 원이 참여했다.
두 기업도 KB증권과 마찬가지로 조달 비용을 낮추는데 성공했다. 한국항공우주의 경우 3년물은 -10bp, 5년물 -20bp를 기록했으며 CJ제일제당은 3년물과 5년물 각각 -4bp, -5bp에 목표액을 채웠다. 한국항공우주의 회사채 발행 주관사로는 한국투자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및 키움증권이 참여했다. CJ제일제당은 한국투자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이 주관을 맡았다.
박정현 기자 kat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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