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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10명 중 9명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하는 시대다. 그러나 청소년의 SNS 이용을 둘러싼 사회적 대응은 여전히 부족하다. 부모들은 SNS가 학교폭력과 범죄로 이어질까 불안해하지만, 아이들은 빡빡한 일상 속에서 SNS 없이는 또래와의 관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아시아경제는 이 간극을 짚고, 우리 사회가 선택해야 할 해법을 모색한다.
청소년의 과도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청소년 보호와 통제라는 시각이 대립을 이루면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반면 호주가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가입을 전면 금지하는 등 여러 국가는 앞다퉈 청소년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 중이다.
조정훈 국회 교육위 여당 간사가 5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영호 위원장에게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안건조정위원회 구성 요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김현민 기자 |
20일 교육계 등에 따르면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지난해 8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서 올해 3월 신학기부터 초·중·고등학교에서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을 전면 금지하게 됐다.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 현상을 막고 학생의 정신건강을 보호한다는 게 개정안의 취지다. 다만 장애가 있거나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이거나 교육 목적 또는 긴급한 상황에는 수업 중에 스마트기기를 활용할 수 있다.
당초 조 의원은 2024년 SNS를 술, 도박, 마약과 함께 '4대 중독'으로 규정하고 청소년기 SNS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규제하고 교육하겠다는 취지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 교육기본법 개정안을 초·중등교육법 개정안과 함께 대표 발의했다. 교육기본법 개정안 역시 학교의 장이 올바른 스마트기기 사용에 대한 소양 교육을 학교 교육과정에서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지난해 8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SNS, 술·도박·마약과 함께 4대 중독 규정하자…청소년 인권단체 반발
문제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다. 해당 법은 16세 미만 청소년의 경우 SNS 일별 이용 한도 설정과 중독을 유도하는 알고리즘 허용 여부를 반드시 친권자 등의 확인을 받도록 규정했다. 또한 SNS 플랫폼이 친권자에게 확인을 받지 않은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조 의원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한 이유로 "SNS 및 숏폼 콘텐츠의 추천 알고리즘에 노출돼 중독을 겪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발의되자 청소년 인권단체가 반발했다. 청소년인권모임 내다 등 14개 청소년인권단체는 지난해 8월 성명을 통해 "이번 법안은 과학적 검증보다는 1차원적 편견이 우선시한다"며 "청소년을 통제하려는 차별적 발상이 게임 셧다운제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SNS' 셧다운제'"라고 지적했다. 메타와 틱톡 등이 호주의 SNS 금지법에 "졸속 입법"이라고 주장하는 등 글로벌 SNS 플랫폼의 반발 역시 고려해야 할 요소다. 해당 법은 현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현재 정부는 청소년 SNS 이용과 관련해 구체적인 방향을 제안하지 않고 있다.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은 지난달 1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호주의 청소년 SNS 규제와 관련해 "청소년의 SNS 과몰입이나 휴대전화를 너무 의존하는 문제, 확증편향이 심화되는 문제가 전 지구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답했다. 다만 이후 논란이 일자 지난달 19일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청소년은 보호 대상자면서 기본권 향유자이기도 하다"며 "권리를 보호하고 피해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 있도록 긍정 및 부정적 측면을 종합적으로 살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U "SNS도 흡연·음주와 같은 조치"…프랑스·덴마크·말레이시아 규제 추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연합뉴스 |
다른 나라는 앞다퉈 청소년의 SNS 이용 관련 규제를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호주다. 호주는 지난달 10일(현지시간)부터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금지법을 시행했다. 부모 동의가 있어도 16세 미만 청소년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틱톡, 엑스(X·옛 트위터) 등 SNS 가입을 할 수 없다. 16세 미만 청소년의 계정 보유를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SNS 플랫폼에는 최대 4950만호주달러(약 487억5403만원)의 벌금을 물린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2024년 11월 SNS 금지법을 발의를 앞두면서 "SNS는 우리 아이들에게 해를 끼치고 있다"고 밝혔다.
호주가 SNS 금지법을 마련하게 된 계기는 12세 여학생 '샬럿 오브라이언'이다. 그는 2024년 9월 학교에서 당한 집단 따돌림 때문에 힘들다는 메모를 남기고 자살했다. 뿐만 아니라 SNS를 통해 계속해서 괴롭힘을 당해 가정과 학교 구분 없이 고통을 겪었다. 샬럿의 아버지는 딸이 받은 SNS 메시지를 "너무 잔인해서 전할 수 없는 말"이라고 증언했다. 이후 호주는 청소년의 SNS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고 SNS 금지법 발의까지 이어졌다.
유럽연합(EU) 소속 국가들도 청소년 SNS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지난해 9월 연례 정책연설에서 "우리 사회는 아이들에게 특정 나이가 되기 전까지 흡연, 음주를 해선 안 된다고 가르친다"며 "이제 SNS도 같은 조치를 해야 할 때"라고 발언하면서 여론을 키우고 있다.
실제로 프랑스는 올해 9월1일부터 SNS 플랫폼이 15세 미만 청소년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막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청소년의 흉악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SNS를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한다. 프랑스 정부는 "청소년의 디지털 화면 과다 사용으로 인한 다양한 위험을 입증한 수많은 연구가 있다"며 "이런 위험에서 미래 세대를 보호하는 게 (법안의) 목표"라고 밝혔다.
덴마크 역시 15세 미만 청소년의 SNS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지난해 10월7일 의회 개원 연설을 통해 "휴대전화와 SNS는 우리 자녀의 어린 시절을 뺏고 있다"며 "SNS 사용은 '목줄이 풀린 괴물'"이라고 밝혔다. 말레이시아도 청소년 SNS 이용 제한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면서 호주 정부의 조언을 구하기로 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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