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강세 속에 증권사 퇴직연금 원리금 비보장 상품의 평균 수익률이 2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자산 편입 비중에 따른 차이로 인해 원리금 보장 상품과의 수익률 격차도 두 자릿수 이상으로 벌어졌다.
19일 금융감독원 퇴직연금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내 퇴직연금 사업자 증권사 14곳의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원리금 비보장 상품 평균 수익률은 21.4%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 평균 수익률인 17.2% 대비 4.2%포인트 상승했다.
국내 증시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상장지수펀드(ETF), 타깃데이트펀드(TDF) 등 실적배당형 자산 비중이 높은 포트폴리오가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같은 기간 위험자산 편입 비중이 낮은 원리금 보장 상품의 평균 수익률은 3.4%에 그쳤다.
DC형과 마찬가지로 운용 주체가 개인인 개인형(IRP) 퇴직연금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났다. 증권사 IRP형 퇴직연금 원리금 비보장 상품의 평균 수익률은 19%로 직전 분기(16.2%) 대비 2.8%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원리금 보장 상품의 평균 수익률은 3%에 머물렀다.
수익률 제고의 핵심 배경으로는 국내 증시의 가파른 상승세가 꼽힌다. 코스피는 지난해 4분기 동안 23.06% 상승하며 직전 분기 상승률(11.49%)을 두 배 이상 웃돌았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50개 종목으로 구성된 코스피50의 지난해 4분기 상승률은 32.9%에 달했다.
국내와 함께 미국 증시도 오름세를 유지한 가운데 인공지능(AI) 산업 성장과 글로벌 패권 경쟁이 맞물리며 원자재 가격이 동반 상승한 점 또한 수익률 개선에 기여했다. 운용 업계 관계자는 “AI·반도체·방위산업 등 테마형 ETF가 강세를 보인 데다 글로벌 증시와 원자재 시장이 동반 상승하면서 TDF 수익률도 선방했다”고 평가했다.
자산 가격 상승과 함께 퇴직연금 시장 규모 역시 빠르게 확대됐다. 지난해 말 증권·은행·보험 업권을 모두 합한 퇴직연금 적립금은 496조 5392억 원으로 집계돼 500조 원을 눈앞에 뒀다. 지난해 3분기 말(459조 4556억 원) 대비 약 37조 원 증가했다. 증권 업권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퇴직연금 적립금 총액 38조 원을 넘어서며 1위를 유지했다. 뒤를 이은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나란히 적립금 20조 원을 돌파했다.
2024년 10월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시행 이후 증권사로의 자금 이동 흐름도 이어졌다. 2024년 말 24.3%였던 증권 업권의 퇴직연금 적립금 비중은 지난해 말 26.5%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은행 업권의 비중은 52.9%에서 52.4%로 낮아졌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4분기 DC형 퇴직연금 적립금이 16조 2903억 원을 기록해 KB국민은행을 제치고 업계 1위에 올랐다.
수익률 기준으로는 현대차증권이 DC형 원리금 비보장 상품에서 24.6%의 수익률로 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은 성과를 냈다. KB증권(23.3%), NH투자증권(23.2%), 신한투자증권(22.9%) 등이 뒤를 이었다. 개인형 IRP에서는 하나증권이 21.01%의 수익률로 1위를 차지했다. 증권 업권과 퇴직연금 시장을 놓고 경쟁 중인 은행 업권에서도 원리금 비보장 상품 수익률이 20%를 넘긴 사례가 다수 나타났다.
다만 업계에서는 수익률 상승에도 불구하고 퇴직연금 계좌 내 국내 실적배당형 상품 투자는 여전히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절세 구조상 국내 주식 투자에 대한 유인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 연금 전문가는 “국내 투자자들이 퇴직연금 상품으로 미국 실적배당형 자산을 선호하는 것은 미국 기업 실적이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라며 “국내 실적배당형 상품은 매매 차익에 따른 세금이 사실상 없는 구조여서 추가적인 세제 혜택만으로 투자 행태가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enoug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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