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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하게 입고 아이폰 쓰면 욕먹는 40대 남성"...외신이 본 한국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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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가 다룬 영포티
이투데이

"나는 오랫동안 입고 싶던 옷을 이제야 살 수 있게 됐을 뿐이다. 왜 공격의 대상이 되는지 모르겠다."

18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최근 한국 사회에서 '영포티(Young 40s)'로 불리는 40대 남성들이 온라인상에서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보도하며 한국의 세대 갈등을 조명했다. 스트리트웨어를 입고 아이폰을 사용하는 중년 남성의 모습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밈으로 확산되며 "젊은 척한다"는 냉소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BBC 기사에 등장한 41세 지승렬 씨는 자신을 둘러싼 시선 변화에 당혹감을 느끼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좋아하는 브랜드의 옷을 입고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렸을 뿐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 같은 행동이 '영포티'라는 말로 희화화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특히 아이폰과 스트리트 패션이 '젊은 세대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가운데 이를 즐기는 40대가 조롱의 대상이 됐다는 설명이다.

칭찬에서 조롱으로


영포티라는 단어가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트렌드 분석가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은 2015년 펴낸 저서 '라이프트렌드 2016'에서 영포티를 '젊게 살고자 하는 40대'를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했다. 당시 이 용어는 트렌드에 민감하고 구매력을 갖춘 신중년을 가리키는 말로, 유통과 마케팅 업계에서 긍정적으로 사용됐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중년의 삶의 구조 변화가 있다. 국가 통계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맞벌이 가구 비율은 40% 안팎에 그쳤고 평균 출산 연령은 28세 수준이었다. 당시 40대 대부분은 이미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가장이었다. 그러나 이후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고 40대 미혼 인구 비중이 확대되면서 가족 부양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 중년상은 점차 희미해졌다. 그 자리를 개인의 취향과 경험에 투자하는 '신중년'이 대신했고 유통업계는 이들을 핵심 소비층으로 분류하며 '영포티'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BBC가 포착한 현재의 영포티는 마케팅 용어라기보다 멸칭에 가깝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2030세대가 40대를 비꼬는 표현으로 사용하며 의미가 변질됐다. BBC는 특히 아이폰을 둘러싼 인식 변화를 주목했다. 젊은 세대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아이폰을 40대가 사용하는 모습이 "젊고 싶어서 애쓴다"는 조롱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세대 위계와 샌드위치 세대의 불안


BBC는 영포티 논쟁을 한국 사회의 강한 연령 위계 문화와도 연결 지었다. 한국에서는 나이가 사회적 관계를 규정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작동해 왔고 이러한 인식은 직장 문화는 물론 일상적인 소통 전반에 영향을 미쳐 왔다. 이런 구조 속에서 40대는 윗세대의 권위적 문화와 아랫세대의 수평적 문화를 동시에 경험하는 '샌드위치 세대'에 놓여 있다.

지 씨 역시 BBC와의 인터뷰에서 "윗세대는 지시 중심의 문화였고 아랫세대는 끊임없이 '왜'를 묻는다"며 "두 문화를 모두 겪은 세대라 더 조심스러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젊은 동료들과의 회식이나 사적인 대화를 자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꼰대'나 '영포티'로 보일까 우려해서다.

조롱 뒤에 남은 질문


BBC가 조명한 영포티 현상은 한국 사회에서 세대 갈등이 어떻게 언어와 밈의 형태로 드러나는지를 보여준다. 한때 '젊은 감각을 지닌 중년'을 뜻하던 표현은 어느새 조롱과 냉소의 언어로 변했다. 그 이면에는 달라진 중년의 삶의 방식과 함께, 높은 주거 비용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좌절을 경험하는 청년 세대의 현실이 겹쳐 있다.

영포티를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유행어 논란을 넘어선다. 젊어 보이려 해도 비난받고 나이 들어 보이면 배제되는 구조 속에서 중년의 선택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투데이/정지윤 인턴 기자 ( chxmas@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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