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북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공개되고 있다. [EPA]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완전한 비핵화 대신 핵무기 감축을 목표로 한 군축 협상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미국 유력지 워싱턴포스트(WP)에서 제기됐다.
WP는 18일(현지시간) 논설실 명의의 사설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더 이상 현실적인 선택지가 아니다”라며, 미국이 대북 정책의 목표를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WP는 먼저 북한이 최대 50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으며, 추가로 40기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핵물질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는 북한이 이미 사실상 핵보유국의 지위에 올라섰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역시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식하고 있으나,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않고 있다고 WP는 분석했다. 신문은 지난해 12월 백악관이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을 그 사례로 제시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 가운데 미국에 가장 위험하고 예측 불가능한 위협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NSS에서 북한이 단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은 것은 우연이 아니라 ‘의도된 침묵’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NSS에서는 북한의 핵 개발이 ‘국제사회의 대응이 필요한 세계적 위협’으로 명시됐고, 한반도 비핵화가 분명한 정책 목표로 제시된 것과 대비된다고 WP는 지적했다.
WP는 중국의 태도 변화도 주목했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군비 통제 백서 개정판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한다’는 표현을 삭제했다. 대신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관련 당사국’의 대북 압박 중단을 요구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는 것이다.
신문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은 미국 외교·안보 정책에서 중대하고 고통스러운 전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에서 자체 핵무장 논의가 촉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 요소를 동반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P는 북한이 보유할 수 있는 핵탄두 수와 운반 수단을 제한하는 군축 협상이 미국으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라고 주장했다. 비핵화라는 달성 불가능한 목표를 고수하기보다, 위협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논리다.
WP는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솔직함”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반도 비핵화를 사실상 포기하고 북핵 동결 또는 감축으로 정책 목표를 전환할 준비가 돼 있다면, 이를 명확히 밝히고 한국·일본 등 동맹국들과 긴밀한 협의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신문은 “북한의 핵 개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아무런 진전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전략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현실을 직시한 정책 결단을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