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매체들이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연하장을 보냈다는 보도를 비중 있게 다루지 않으면서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시 주석이 이재명 대통령을 올해 첫 국빈으로 맞이하는 등 한중 관계가 급격히 가까워진 데에 따른 불만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18일 김 위원장이 중국 등 주변국 정상급 인사들에게 연하장을 보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연하장을 보낸 국가는 중국을 비롯해 베트남, 싱가포르,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아제르바이잔, 인도네시아, 벨라루스, 알제리 등이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연하장 수신자에 대한 설명을 이름 없이 직함으로 대체한 점이다. 시 주석 내외 역시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인 중화인민공화국 주석과 부인’이라고만 언급됐다. 물론 중국이 순서상 가장 먼저 앞섰지만 다른 나라 국가수반과 묶어 ‘연하장을 보냈다’는 사실만 간략히 보도된 셈이다. 통신은 지난 1일 시 주석 부부가 김 위원장에 연하장을 보냈을 때도 내용에 대해선 보도하지 않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김 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축하 편지를 주고받은 내용은 상세히 공개했다. 북한은 지난달 27일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에게 연하장을 보냈다고 전하며 노동신문 1면에 축전 내용을 실었다. 그에 앞서 18일에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낸 축전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지난해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북한의 신년 연하장 보도를 보면 관계 회복이 완전히 이뤄지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중 정상회담에 대한 불편한 심정을 표출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 주석이 한국을 국빈 방문했고, 두 달 만에 이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으로 찾은 데 대한 불만이라는 것이다.
임을출 영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 매체의 보도 태도는 지도자의 의중을 반영하는 가장 민감한 척도”라며 “(시 주석의 이름이) 직함으로만 묶어서 간략히 처리되고 있는 것은 김 위원장의 중국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앞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이재명 정부가 중국 등에 남북 대화 재개에 대한 협조를 요구한 것을 두고 ‘청탁질’이라고 평가절하 한 바 있는데, 여기에는 한국의 협상 상대가 돼준 중국에 대한 불만도 함께 담긴 것이라고도 임 교수는 진단했다.
다만 북한 입장에선 중국과의 완전한 결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의 관계가 급격히 가까워졌다지만 러시아만으로는 대북 제재 등의 난관을 타개하기가 여의치 않다. 여전히 북한 수입의 90% 이상이 여전히 중국을 통해 들어오고 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가 얼마나 엄격하게 집행되느냐 또한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의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다음 달로 전망되는 제9차 북한 노동당 당대회는 앞으로의 북중 관계의 중대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9차 당대회에 상당한 공을 들이는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에 대표단을 어느 규모로 보내는지에 따라 이후 두 나라의 관계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임 교수는 “중국이 서열 5위권 내의 정치국 상무위원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할 경우, 정치적 갈등이 어느 정도 봉합됐음을 의미한다”면서도 “하지만 중국 측이 대표단도 안 보내고, 보내도 실무급으로 구성될 경우에는 북중 관계 이상 징후에 대한 의구심은 지속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정상훈 기자 sesang222@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