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시장 전망/그래픽=김다나 |
미국 전기차 수요가 급감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와 완성차 업체간 미국 내 합작공장(JV)의 지분 조정이 빨라질 전망이다. 전기차 시장 둔화로 합작공장의 운영 부담이 커진 가운데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생산 용도 전환을 위해서는 구조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미국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미국 내 신규 전기차 판매량은 7만4835대로 전월 대비 48.9% 급감했다. 이후 11월 7만255대, 12월 8만4910대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며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9월30일부로 전기차 1대당 최대 7500달러에 달하던 구매 세액공제를 종료한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BMI)도 미국 전기차 판매량이 지난해 150만대에서 올해 110만대로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내 전기차 수요 급감이 현실화하면서 현지에 합작공장을 구축해온 국내 배터리셀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서 현대차와 혼다, 스텔란티스와 각각 합작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건설 중인 공장 포함), 제너럴모터스(GM)와는 얼티엄셀즈 1·2공장을 공동 운영하고 있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의 합작공장 1곳을 가동 중이고 스텔란티스와 GM과 각각 하나씩 공장을 짓고 있다. SK온은 미국 조지아주에서 현대차그룹과 배터리 합작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합작공장은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던 시기 비교적 적은 투자로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는 선택지였다. 하지만 시장이 둔화 국면에 접어들자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전략 변화가 곧바로 수요 감소로 이어지는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 국내 배터리 업계가 미국 시장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새로운 돌파구로 모색하고 있어 합작공장의 생산 용도 전환을 위해서는 지분 구조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달초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배터리 3사간 회동에서 미국 합작공장 재편 방안이 주요 의제로 논의된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포드와의 합작법인(블루오벌SK) 체제를 청산한 SK온 사례가 모델로 거론된다. 양사는 지난해 말 SK온이 테네시 공장을, 포드가 켄터키 1·2공장을 각각 독립적으로 소유·운영하기로 합의했다. SK온은 이 과정에서 단독 공장인 조지아 'SK배터리아메리카'(SKBA)와의 접근성을 고려해 테네시 공장을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역시 기존 생산 거점과의 연계 가능성을 고려해 유사한 시나리오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셀 제조사 입장에서는 기존처럼 공장 지분의 50%를 부담하던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독자적인 생산기지를 확보할 수 있는 선택지다. 당장의 ESS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다 향후 전기차 수요가 회복될 경우 다시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으로 전환할 수 있는 유연성도 확보할 수 있다.
다른 해법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GM과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3공장에서 GM이 보유한 지분을 모두 인수했다. 이에 따라 해당 공장은 랜싱 단독공장으로 전환됐다. 투자 비용은 늘었지만 대규모 생산거점을 온전히 확보했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접근으로 눈돌린 사례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혼다와의 합작공장에서 보유 지분 전량을 혼다에 넘기고 장비만 보유하는 방식으로 생산거점을 유지하기로 했다. 사실상 임대 형태로 공장을 활용하는 전략으로 단기적인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전기차 시장 전망이 당분간 밝지 않은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합작공장 재편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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