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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잤는데 왜 이렇게 피곤하지?”…환자 15만명 넘긴 ‘이 병’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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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골이로 넘기다 놓치기 쉬운 수면무호흡증, 전신 건강 흔든다
아침 알람 소리에 눈을 떴지만 몸은 이미 지쳐 있다. 잠은 분명 잤는데 개운함이 없다. 출근길에 커피 한 잔을 들이켜 보지만 잠깐뿐이다. 오후가 되면 다시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집중력은 쉽게 흐트러진다. “요즘 잠을 설쳤나 보다” 하고 넘기기엔, 이런 피로가 며칠이 아니라 몇 달째 이어지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밤사이 몸이 제대로 쉬지 못했을 가능성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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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잠을 잤다고 느껴도 아침마다 피로가 가시지 않는 경우, 수면 중 호흡 장애가 원인일 수 있다. 게티이미지


수면무호흡증은 잠을 자는 동안 호흡이 반복적으로 멈추는 질환이다. 그동안은 코골이의 연장선쯤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의료 현장에서는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 단순한 수면 장애가 아니라 심장과 뇌, 혈관을 포함한 전신 건강을 흔드는 질환이라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잠들어 있어도 몸은 쉬지 못한다

1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2018년 4만명대에서 2023년 15만명을 넘어섰다. 불과 5년 사이 세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증가세는 특정 연령층에 국한되지 않았다. 30~40대 남성은 물론 50~60대 여성에서도 환자가 뚜렷하게 늘었다. ‘나이 들면 생기는 병’이라는 인식은 이미 현실과 거리가 멀다.

이 질환의 핵심은 수면의 양이 아니라 ‘질’이다. 잠든 사이 호흡이 멈추면 몸은 산소 부족 상태에 빠진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 뇌는 순간적으로 각성을 유도하고, 다시 잠에 드는 과정이 반복된다. 이 짧은 각성이 밤새 수십 번, 많게는 수백 번 이어진다. 본인은 아침까지 잤다고 느끼지만, 몸은 한밤중 내내 경보를 울리며 깨어 있었던 셈이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가장 먼저 부담을 받는 곳은 심장과 혈관이다. 수면무호흡증 환자에게서 고혈압과 부정맥,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게 나타나는 이유다. 이전까지 특별한 병력이 없던 사람에게서도 이상 소견이 발견됐다는 보고가 적지 않다.

뇌 역시 예외가 아니다. 국내 중장년층을 장기간 추적한 연구에서는 중등도 이상의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뇌 미세출혈 발생 위험이 두 배 가까이 높았다. 밤마다 반복되는 저산소 상태와 각성이 작은 혈관부터 서서히 손상시킨다는 해석이다.

◆체형·나이·생활습관, 겹칠수록 위험은 커진다

수면무호흡증은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여러 조건이 겹칠수록 발생 가능성은 높아진다. 가장 흔한 요인은 비만이다. 목 주변에 지방이 쌓이면 기도가 좁아지고, 이를 지탱하는 근육의 기능도 함께 약해진다.

나이가 들수록 기도 근육량이 줄고 지방 분포가 바뀌는 점도 영향을 준다. 턱이 작거나 목이 짧고 굵은 체형, 혀나 편도가 큰 구조적 특징 역시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여성의 경우 폐경 이후 위험이 급격히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는데, 호르몬 변화로 상기도 근육의 긴장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음주와 흡연까지 더해지면 증상은 한층 쉽게 악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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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무호흡증은 밤사이 반복되는 무호흡과 각성으로 숙면을 방해해 낮 동안 졸림과 집중력 저하로 이어진다. 게티이미지


가장 잘 알려진 신호는 코골이다. 다만 코를 곤다고 해서 모두 수면무호흡증은 아니다. 반대로 코골이가 심하지 않아도 무호흡이 동반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 병원을 찾는 계기는 본인보다 가족이나 배우자의 관찰인 경우가 많다. “자다가 숨이 멎는 것 같았다”는 말이 결정적인 단서가 된다.

밤사이 잦은 각성은 숙면을 방해한다. 하지만 환자 본인은 자주 깼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화장실 때문이었을 거라며 넘기기 쉽다. 낮에는 극심한 졸림과 피로감, 집중력 저하가 이어지고 아침 두통을 호소하는 사례도 흔하다. 이런 증상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수면 부족으로만 보기 어렵다.

생활습관 개선은 중요한 출발점이다. 체중을 10%만 줄여도 수면무호흡 지수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금연과 절주, 규칙적인 운동은 기본이다. 수면제에 의존하는 습관은 피하는 것이 좋고, 옆으로 누워 자는 자세는 기도를 비교적 넓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수면무호흡증은 잠버릇의 문제가 아니다. 밤마다 반복되는 작은 ‘중단’은 결국 낮의 건강을 조금씩 갉아먹는다. 충분히 잤다고 느끼는데도 피로가 가시지 않는다면, 그 신호를 가볍게 넘기지 말아야 한다. 몸은 이미 여러 차례 경고를 보내고 있을지 모른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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