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17일(현지시간) 이란 시위에서 사망자 수천 명이 발생했다고 인정하고 이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탓으로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지도부가 물러나야 할 때라고 응수했다. 가혹한 진압 끝에 시위가 결국 가라앉았다는 인권단체 등의 평가가 나온다.
<AP> 통신을 보면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17일 국영 방송을 통한 연설에서 시위로 인해 "수천 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반란에서 미국 대통령은 선동 세력에게 계속 나아가라고 장려하며 '당신들을 지지한다, 군사적으로도 지지한다'고 말했다"며 "사상자와 피해 등의 이유로 우린 미국 대통령을 범죄자로 간주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시위대를 미국의 "하수인"으로 묘사하며 "그들은 사람들을 다치게 해 수천 명을 죽였다"고 말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이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서도 "미국 대통령 자신이 반란에 연루됐고 이는 범죄 행위"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유죄"라고 주장했다.
미국에 기반을 둔 인권단체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17일 기준 시위 사망자 3308명이 확인됐고 4382건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단체는 2107명이 중상을 입었고 최소 2만4266명이 체포됐다고 설명했다. 단체는 인터넷 차단도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4일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사망자 수를 "수백 명"이라고 주장했지만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이날 발언으로 인권단체의 집계가 현실로 드러날 가능성이 커졌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이란이 새 지도부를 찾아야 할 때"라며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겨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지도자로서 그(하메네이)의 죄는 나라를 완전히 파괴하고 전례 없는 수준의 폭력을 사용한 것"이라며 "나라가 기능하게 하기 위해 지도부는 내가 미국에서 그러는 것처럼 나라를 제대로 운영하는 데 집중해야 하고 통제를 유지하기 위해 수천 명을 죽여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도력은 존중에 관한 것이지, 공포와 죽음에 대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병자"라며 "그의 나라는 형편 없는 지도부 탓에 세계에서 가장 살기 나쁜 곳"이라고 비난했다.
화폐 가치 폭락을 계기로 지난달 28일 테헤란 상인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이란 반정부 시위에 대한 강경 진압 조짐이 뚜렷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곧 도움"이 갈 것이라며 "시위를 계속하라"고 독려했다. 그러나 하루 뒤 돌연 시위대에 대한 "살해가 멈췄다"고 주장하며 태도를 완화했고 16일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란 지도부가 어제 예정됐던 800건 이상의 모든 교수형을 취소한 사실에 깊은 존중을 표한다"고 밝혀 사실상 군사 개입 가능성이 사라졌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란 당국이 지난 8일 인터넷을 차단한 뒤 며칠간 행한 잔혹한 진압으로 결국 시위가 가라앉았다는 보도가 나온다. 16일 <뉴욕타임스>(NYT)는 테헤란 주민 4명이 지난 주말 강경 진압 뒤 시위가 대부분 잠잠해졌다고 증언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거의 모든 지역에 대규모 보안군이 배치돼 계엄령에 내려진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북적이고 교통 체증이 심했던 거리가 대부분 텅 비었고 일부 지역에선 상점과 식당이 오후 6시며 문을 닫는다고 한다. 한 주민은 "엄청난 실망감과 환멸"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노르웨이에 기반을 둔 인권단체 헹가우도 <뉴욕타임스>에 지난 11일 이후 이란에서 대규모 시위가 기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많은 도시와 마을에 군 및 보안 인력이 배치됐고 많은 대학이 문을 닫았다고 한다.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 당국자 2명을 인용해 이스라엘 국방부도 지난 11일 이후 시위 규모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란을 감시하는 이스라엘의 여러 정보 당국자들도 시위 물결이 정권에 의해 사실상 진압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1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 있는 이란 대사관 인근에서 이란인들을 지지하는 시위가 열린 가운데 한 시위 참여자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이미지가 표시된 종이를 불태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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