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2025년 6월11일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인터뷰하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h:730’을 쳐보세요.)
미국이 대만과 관세 협상을 타결한 뒤 자국에 생산시설을 투자하지 않을 경우 수입 반도체에 최대 10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방침을 거듭 밝히면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2개월여 만에 ‘관세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 정부와 반도체 업계는 이에 따른 파장을 예의 주시하며 향후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미국은 16일(현지시각)까지 사흘 연속 반도체 관세 관련 경고를 내놓으면서 위협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반도체 수출국을 겨냥해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으면 100% 관세를 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14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거쳐 중국으로 가는 엔비디아 등의 반도체에 25% 관세를 매긴다고 발표했다.
이런 위협이 이어지면서 미국이 한국에도 비슷한 기준을 요구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는다. 한·미는 지난해 10월 말 관세 협상을 타결한 뒤 그해 11월 발표한 공동 설명자료에 반도체 관세에 대해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부여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런데 미국이 대만에 천문학적 투자를 받고, 면세 물량은 그에 비례해 정하겠다고 밝히면서, 한국이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적용받기 위한 전제 조건이 매우 부담스러운 내용이 될 가능성이 떠올랐다.
반도체 칩. 로이터 연합뉴스 |
미국이 지난 15일 밝힌 대만과의 무역 합의 내용을 보면, 미국이 대만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종전 20%에서 15%로 내리는 대가로 대만 기업은 2500억달러 이상을 반도체·에너지·인공지능(AI) 분야 대미 투자에 나서고, 대만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는 2500억달러 규모의 신용 보증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미국 상무부는 대만 기업이 반도체 공장을 짓는 동안 그 생산 능력의 2.5배까지 대만산 반도체에 무관세를 적용하고, 공장이 완공되면 무관세 대상을 생산 능력의 1.5배로 조정하기로 했다.
이런 합의 내용은 지난해 힘겹게 관세 협상을 타결한 한국이나 일본에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일은 상호관세율을 15%로 내리고, 자동차 품목관세율도 25%에서 15%로 낮추려고 각각 3500억달러와 55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자동차는 이들 두 나라의 최대 대미 수출품이다. 그런데 미국은 최대 대미 수출품이 반도체인 대만과의 합의를 지렛대로 두 나라에 다시 압박을 가하려는 상황이다. 반도체 관세를 놓고 뜻밖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떠오른 것이다.
반도체는 자동차(지난해 301억5천만달러)에 이은 2위 대미 수출품으로, 메모리 가격 상승 등에 힘입어 지난해 수출액이 138억달러로 전년 대비 28.4% 늘었다. 대만 쪽이 2500억달러를 전부 반도체에 투자할지는 불분명하지만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 등은 미국이 추가 투자를 요구할지 등을 두고 긴장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에 370억달러를 들여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고, 에스케이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38억7천만달러를 투자해 패키징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러트닉 장관은 시엔비시(CNBC) 인터뷰에서 “(대만 티에스엠시가) 투자를 아마 두배로 늘릴 것이라는 보도를 봤을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진행 중인 투자가 관세에 어떻게 반영될지 등 불확실성이 크다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면 메모리의 경우 대체재가 미국 마이크론 외에는 없는 까닭에 그 부담을 엔비디아나 구글 등 미국 기업들이 져야 한다”며 ‘100% 관세 부과 방침’은 협상용일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이본영 박종오 기자 ebon@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겨울밤 밝히는 민주주의 불빛 ▶스토리 보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