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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좋소 신화의 몰락…'1세대 OTT' 왓챠에 반전카드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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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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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OTT 서비스인 왓챠가 위기에 직면해 있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포토]


'1세대 토종 OTT' 왓챠가 생존의 기로에 섰다. 론칭 때만 해도 '작지만 강한 OTT'란 칭송을 받았지만, 지금 왓챠에 남은 건 부진한 이용자 성적과 수백억원에 달하는 부채뿐이다. 야심 차게 내놓은 쇼츠 서비스는 사실상 흥행에 실패해 '동앗줄'이 되지 못했다. 왓챠에 남은 희망은 있을까.


'OTT 공룡' 넷플릭스가 처음 한국 땅을 밟은 2016년 1월. 이제 막 태동하기 시작한 한국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가 견제해야 할 건 쿠팡을 등에 업고 승승장구하는 쿠팡플레이도, 온라인에서 한국프로야구(KBO) 리그를 방영하는 티빙도 아니었다. 쿠팡플레이는 세상에 나오기 전이었고, 티빙은 케이블과 IPTV를 방영하는 작은 플랫폼에 불과했다.


당시 넷플릭스의 경쟁 상대는 다름 아닌 '왓챠'였다. 이 회사는 2012년 영화·드라마 등 콘텐츠 평가 플랫폼에서 출발해 4년 뒤인 2016년 1월 OTT 앱 '왓챠플레이(현 동명 앱 왓챠)'를 론칭했는데, 우연히도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과 시기가 맞아떨어졌다.


그때만 해도 왓챠는 넷플릭스와 닮은 구석이 많았다. 무엇보다 이용자가 꽤 많았다. 왓챠플레이를 론칭할 때만 해도 이용자가 140만명에 달했다. 강점도 비슷했다. 넷플릭스는 DVD 대여 사업에서 얻은 알고리즘 기반의 '콘텐츠 추천 서비스'로 미국에서 이용자를 끌어모았는데, 왓챠의 추천 서비스도 여기에 뒤지지 않았다. 왓챠 이용자들이 수년간 영화를 평가하고 추천하며 쌓아 온 빅데이터는 왓챠의 커다란 무기였다.


흥행에 성공한 콘텐츠도 꽤 있었다. 2021년 선보인 드라마 '좋좋소'가 대표적인데, "중소기업의 현실을 잘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국내에서 신드롬급 인기를 끌었다. 국내 웹 드라마로는 최초로 2022년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비경쟁 부문에 초청될 정도로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그 덕분인지 그해 왓챠플레이의 월간활성화사용자(MAU)는 133만명(2022년 2월 기준)을 기록했다. 나름 고객층이 탄탄하고 작품 흥행 성적도 나쁘지 않았으니, 왓챠 입장에선 여러모로 '해볼 만한 싸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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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왓챠의 드라마 ‘좋좋소’.[사진 | 더스쿠프 포토]


하지만 론칭한 지 정확히 10년이 흐른 지금, 두 OTT의 간극은 하늘과 땅 차이만큼 벌어졌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12월 기준 1559만명에 달하는 월간활성화사용자(MAU)를 기록해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왓챠는 같은 기간 30만명을 기록하는 데 그치면서 사실상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유는 단순했다. 한해에만 콘텐츠 제작에 수천억원을 쏟아붓는 넷플릭스의 자금력이 왓챠엔 없었다.


이용자가 급감하자 왓챠의 재정 상태는 급속도로 나빠졌다. 왓챠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해마다 248억원, 555억원, 221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부채가 자산을 앞지르는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고육지책으로 인력을 축소하고 콘텐츠 제작 편수를 최소화해 2024년 영업손실을 18억5000만원까지 줄였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하면서 그해 왓챠의 누적 결손금은 2670억원으로 불어났다.[※참고: 결손금은 기업의 실적 악화로 순자산이 감소했을 때 그 감소분을 기록한 금액이다.]

빚도 갚지 못했다. 2021년 왓챠는 인라이트벤처스ㆍ두나무 등 주요 벤처캐피털과 개인투자자로부터 49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투자를 유치했었는데, 만기 기한인 2024년 11월까지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했다. 이후 전환사채 만기 연장에도 실패해 지난해 8월부터 채권자들의 요구로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그 일환으로 올해 13일 왓챠는 회사 매각을 위해 서울회생법원에 '인수·합병(M&A) 추진 및 매각 주간사 선정 기준에 대한 허가 신청'을 제출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M&A가 성사될 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왓챠에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헌율 고려대(미디어학)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현재 OTT 시장은 넷플릭스나 티빙같이 대형 자본을 앞세운 상위 사업자 위주로 완전히 재편됐다. 왓챠가 가진 큐레이션 서비스나 마니아층만으로는 블록버스터급 오리지널 콘텐츠를 쏟아내는 대형 플랫폼에 맞서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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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의 말처럼 왓챠엔 더 이상 내놓을 '반전 카드'가 보이지 않는다. 2024년 9월 1~5분 길이의 숏드라마 스트리밍 앱 '숏챠'를 론칭하고 숏드라마를 꾸준히 제작했지만, 1년 4개월이 흐른 현재 숏챠의 MAU는 6049명(이하 1월 안드로이드 기준·모바일인덱스)밖에 되지 않는다.


이 성적표의 의미는 어찌 보면 명확하다. 시장의 트렌드를 읽고 이용자를 모을 여력이 더 이상 왓챠에 남아있지 않다는 얘기다. 이제 왓챠에 남은 최후 보루는 콘텐츠 평가 앱 '왓챠피디아'다. 현재 월평균 6만명대 MAU를 기록하며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 'M&A가 이뤄지더라도 왓챠가 OTT 서비스를 지속하긴 어려울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OTT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수 기업이 나타난다고 해도 왓챠의 OTT 서비스보다는 왓챠피디아의 고객 데이터에 관심을 더 많이 가질 것"이라면서 "지금으로선 왓챠의 OTT는 사실상 서비스 종료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바람 앞 등불'인 왓챠는 어떤 선택을 내릴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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