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싱크홀(땅 꺼짐) 사고가 발생한 서울 강동구 현장 모습 [뉴시스] |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2026년 새해부터 보험료 인상 소식이 줄을 잇는다. 국민연금보험료율이 기존 9%에서 9.5%로 오르는 것은 물론, 실손의료보험도 평균 7%대 인상이 예고됐다. 4세대 인상률은 20%대에 이른다. 수년간 인하 소식만 들렸던 자동차보험료도 올해 1.2~1.4%씩 올라가는 등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실감이 되는 현실이다.
그런데 이런 시기에 보험료가 0원인 보험이 있다. 게다가 따로 신청하지 않아도 이미 가입돼 각종 사고에 대해 생명이나 신체적 피해를 보상해 주는 보험이다. 바로 ‘시민안전보험’에 대한 이야기다.
신청도, 보험료도 NO…“이미 가입돼 있어요”
시민안전보험은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을 위해 단체로 가입하는 보험이다. 지자체가 보험사와 계약을 맺고 보험료를 전액 부담한다. 주민들은 별도로 가입 신청을 하거나 보험료를 낼 필요가 없다. 해당 지역에 주민등록이 돼 있으면 자동으로 보험 가입자가 된다.
이 제도는 2015년 충남 논산시에서 처음 시작돼, 제도의 실효성이 알려지면서 도입 지자체가 빠르게 늘었다. 올해 기준 전국 228개 기초지자체 전부가 이 보험을 운영 중이다. 10년 만에 ‘일부 지역의 복지 정책’에서 ‘전국민 안전망’으로 자리 잡았다.
가입 방식은 간단하다. 주민등록상 해당 지역에 거주하고 있으면 자동으로 가입된다. 이사를 가면 전입신고와 동시에 새 동네의 시민안전보험에 가입되는 구조다. 최근에는 등록 외국인과 재외동포(거소 신고자)까지 보장 대상을 넓히는 추세다.
시민안전보험의 또 다른 장점은 중복 보장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가입한 실손보험이나 상해보험이 있어도 시민안전보험 보험금을 별도로 받을 수 있다. 시민안전보험은 실제 치료비를 보전해 주는 실손형이 아니라, 보장 항목에 해당하면 정해진 금액을 지급하는 정액 보상 방식이기 때문이다.
전국 228개 지자체가 운영하는 시민안전보험은 주민등록만 돼 있으면 자동 가입된다. 올해부터 서울시는 지반침하(싱크홀) 사고를, 대구시는 개물림 사고까지 보장 범위를 넓혔다. 국민재난안전포털에서 우리 동네 보장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재난안전포털 홍보 영상 갈무리] |
“이런 것도 보장돼요?”…넓어지는 보장 항목들
시민안전보험이 보장하는 항목은 지자체마다 다르지만, 공통으로 ▷대중교통 이용 중 상해 ▷자연재해로 인한 사망·후유장해 ▷화재·폭발·붕괴 등 사회재난 피해 ▷익수(물에 빠짐) 사고 ▷스쿨존·실버존 교통사고 등을 기본으로 담고 있다. 여기에 각 지자체가 지역 특성에 맞는 항목을 추가하는 방식이며, 보장 범위도 매해 넓어지고 있다.
올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지반침하(싱크홀)’ 보장이다. 서울시는 이달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지반침하 사고를 별도 보장 항목으로 신설했다. 도심 한복판에서 갑자기 땅이 꺼지는 싱크홀 사고가 잇따르자 이에 대한 보장을 마련한 것이다. 지반침하로 사망하거나 후유장해가 발생하면 최대 2500만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 부산시도 내달부터 발생하는 사고부터 지반침하 보장을 추가한다.
반려동물 인구가 1500만 명을 넘어서면서 ‘개물림 사고’ 보장도 확대되는 추세다. 대구시는 지난해 보장 항목을 전국 광역시 중 가장 많은 18종으로 늘리면서 개물림·부딪힘 진단비(10만원)를 새로 포함했다. 인천시는 개물림 사고로 응급실에 내원하면 20만원을 지원한다. 과거에는 개에게 물려도 본인 부담으로 치료해야 했지만, 이제는 시민안전보험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보장도 늘고 있다. 폭염으로 인한 열사병·일사병 등 온열질환이나, 한파로 인한 저체온증 같은 한랭질환 진단비를 지원하는 지자체가 늘어났다. 전주시 등이 대표적이다. 전동킥보드, 전동휠 등 개인형 이동장치(PM) 이용 중 발생한 사고를 보장하는 곳도 많아졌다.
일부 지자체는 더 폭넓은 보장을 제공하기도 한다. 전북 정읍시 등은 올해부터 ‘상해 진단 위로금’을 도입했다. 특정 사고 유형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일상생활 중 다쳐서 4주 이상 진단을 받으면 위로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광주시는 스쿨존·실버존 교통사고에 대해 후유장해 1등급부터 14등급까지 전 구간을 보장하도록 범위를 넓혔다.
우리 동네는 뭘 보장해 주나…정부 포털 확인
시민안전보험 통합 조회 화면을 통해 거주 지역별 구체적인 보장 기간과 담당 부서 연락처 등 지자체가 제공하는 ‘동네 무료 보험’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국민재난안전포털 홈페이지 갈무리] |
시민안전보험의 보장 내용은 지자체마다 다르다. 같은 서울이라도 서울시 차원의 보험과 각 자치구 보험의 보장 항목이 다를 수 있다. 따라서 내가 사는 지역에서 어떤 보장을 받을 수 있는지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정확하게 확인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는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국민재난안전포털이다. 홈페이지에 접속해 ‘정책보험’ 메뉴에서 ‘시민안전보험’ 메뉴로 들어가면 지역별 보장 항목과 보장 금액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가입 현황 조회 메뉴에서는 본인이 실제로 가입돼 있는지도 확인 가능하다.
둘째는 시·군·구청 홈페이지다. 검색창에 시민안전보험을 입력하면 해당 지자체의 보장 내용과 함께 전담 보험사, 보험금 청구 연락처 등 상세 정보가 나온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담당 부서에 직접 문의할 수도 있다.
과거에는 카카오페이 등 민간 앱에서도 시민안전보험 가입 여부를 쉽게 조회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개편된 경우가 많아 지금은 공식 채널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3년 전 사고도 가능…놓치기 쉬운 청구 요령
실제로 사고가 났을 때 보험금을 청구하는 방법은 일반 보험 청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먼저 보험금은 사고 발생일로부터 3년 이내에 청구해야 한다. 반대로 말하면 3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과거 사고에 대해서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2023년에 대중교통 이용 중 다쳤는데 당시 시민안전보험의 존재를 몰랐다면, 지금이라도 청구가 가능하다. 단, 사고 당시 지역 주민이었어야 한다.
사고 장소도 대부분 상관없다. 동네 보험이라고 해서 꼭 해당 지역 안에서 발생한 사고만 보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주도로 여행을 갔다가 화재 사고를 당했어도, 타 지역에서 대중교통 이용 중 다쳤어도 내가 주민등록을 둔 지자체의 보장 항목에 해당하면 보상받을 수 있다. 다만 자전거 보험이나 시설물 사고 등 일부 특약은 발생 장소를 제한하는 경우도 있으니, 국민재난안전포털에서 우리 동네 보장 조건을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청구에 필요한 서류는 ▷보험금 청구서 ▷주민등록등본 ▷신분증 사본 ▷통장 사본 ▷진단서 등이 기본이다. 사고 유형에 따라 사고확인서나 진료기록부가 추가로 필요할 수 있다. 서류가 준비되면 한국지방재정공제회나 해당 지자체의 지정 보험사에 직접 청구하면 된다.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청구서 양식을 내려받을 수 있고, 일부 지자체는 온라인 청구도 지원한다.
서울 수혜율 겨우 ‘절반’…몰라서 못 받는 현실
유의해야 할 점도 있다. 같은 유형의 사고라도 보장 내용과 금액이 지자체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우리 동네 보험의 보장 내용을 사전에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자연재해로 사망했을 때 전북 무주군은 5000만원을 지급하지만, 서울시 관악구·경기 포천시 등은 500만원에 그친다. 보장 항목 수도 18종을 보장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기본적인 몇 가지 항목만 보장하는 곳도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런 보험이 있어도 몰라서 못 받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2024년 9월 기준 서울시민안전보험의 수혜율은 48.5%에 머물렀다.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사람 중 절반 이상이 청구조차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전국적으로 보면 수혜율은 더 낮다.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행정안전부와 전국 지자체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233개 지자체 중 17개 지자체의 보험금 지급건수가 5건 이하였다.
시민안전보험은 내가 낸 세금으로 운영된다. 지자체가 예산을 들여 보험사와 계약을 맺고 주민을 위해 마련해 둔 안전망인 셈이다. 보장 내용을 미리 보고, 사고가 생기면 잊지 말고 청구하는 것이 내 세금을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