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과 남미 공동시장 메르코수르 정상들이 17일(현지시간)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26년을 이어온 마라톤협상을 끝내고 양 경제 공동체간 무역협정에 서명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호세 라울 물리뇨 파나마 대통령, 로드리고 파스 볼리비아 대통령, 안토니우 코스타 EU정상회의 의장, 우르줄 폰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산티아고 페냐 파라과이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야만두 오르시 우루과이 대통령, 마우로 비에이라 브라질 외교장관. AP 뉴시스 |
유럽연합(EU)과 남미 경제협력체인 메르코수르가 17일(현지시간) 26년간에 걸친 협상을 끝내고 무역협정에 서명했다.
아직 세부 내용은 조율이 필요하지만 2000년 시작된 오랜 무역협상이 마침내 타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국을 압박하는 가운데 생존을 위해 양측이 손을 잡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에서 우르줄라 폰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유럽측 대표들과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 3개국 대통령, 브라질 외교장관이 참석해 협정에 서명했다. EU와 남미 경제 공동체는 앞으로 점진적으로 관세를 90% 넘게 없애게 된다.
각 경제공동체 회원국들이 이를 비준하게 되면 인구 7억명 이상을 거느린 세계 최대 자유무역지대가 탄생한다. 지난 2024년 EU와 메르코수르 간 재화 교역 규모는 1110억유로(약 190조원)에 이르렀다.
폰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우리가 전 세계에 보내는 신호는 명확하다. EU와 메르코수르는 경쟁 대신 협력을, (미국이나 중국, 어느 한쪽에 치우치는) 양극화 대신 파트너십을 선택했다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두 지역 간 무역협상은 제조업 중심의 EU와 낙농업 중심의 남미 특성으로 인해 “소를 팔아 자동차를 사는” 협상이라고 불리곤 했다. 26년 전인 2000년 협상이 시작돼 중단과 재개를 거듭한 끝에 마침내 양측이 합의에 이르렀다.
26년을 끌던 협상이 타결된 것은 더 이상 미중 패권 싸움에 휘말려 손해를 볼 수 없다는 절박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변화, 다극화 체제를 선언한 셈이다.
양측은 이번 협정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허물고 있는 ‘규칙 기반의 국제 질서’를 지지한다는 상징적인 메시지도 던졌다.
경제적으로도 실익이 크다.
EU는 최대 35%에 이르는 자동차 부품, 28%의 유제품 관세를 물지 않게 됐다. 관세를 연간 약 40억유로 줄일 수 있다. 중국의 물량 공세로 고전하는 유럽 자동차, 화학 산업에 구명줄이 될 전망이다.
메르코수르는 유럽이라는 거대 시장을 확보하게 됐다. 남미 농축산물의 유럽 수출이 확대될 전망이다.
그러나 협정이 타결됐지만 특히 EU의 경우 내부 반발을 잠재워야 한다.
유럽 최대 농업국가인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농민들은 남미산 저가 농산물 유입을 우려하고 있다. 각 회원국 비준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EU는 이들을 달래기 위해 추가 보조금을 약속하고, 수입량이 급증할 경우 관세 면제를 일시 중단하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처)’를 발동할 수 있도록 했다.
남미도 각국 의회 비준이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선거 일정까지 겹쳐 실제 발효는 내년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메르코수르는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브라질, 파라과이,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등 6개국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칠레, 콜롬비아, 에콰도르, 가이아나, 파나마, 페루, 수리남이 준회원국으로 참여한다.
다만 베네수엘라는 2016년부터 민주주의 원칙 위반 등의 사유로 회원 자격이 무기한 정지됐다. 볼리비아는 2023년에 정회원국이 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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