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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터지면 '엄마'인 제가 퇴사해야죠"···대한민국 '독박육아'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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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드러난 독박육아 문제
서울경제


코로나19 확산으로 학교와 어린이집이 문을 닫자, 일터에서 먼저 밀려난 쪽은 어머니들이었다. 감염병 위기 속에서 돌봄 공백이 발생하자 그 부담이 여성에게 집중되면서 영유아 자녀를 둔 어머니들의 경제활동이 눈에 띄게 위축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맞벌이와 일·가정 양립이 보편화됐다는 평가와 달리, 위기 상황에서는 여전히 ‘독박육아’ 구조가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5일 한국재정학회에 따르면 김현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 김병권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원,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최근 발표한 논문 ‘코로나19가 영유아 어머니의 노동공급에 미친 영향’에서 이 같은 분석을 내놨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코로나19 확진자가 1명 늘어날 때마다 어머니의 경제활동 참가 확률은 2.02%포인트 감소했고, 주당 노동시간도 평균 2.49% 줄었다. 반면 아버지는 취업 확률이 0.66%포인트 소폭 낮아졌을 뿐, 경제활동 참가율이나 노동시간에는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 같은 위기 상황에서도 돌봄과 생계의 책임이 성별에 따라 뚜렷하게 갈렸다는 의미다.

특히 막내 자녀가 만 5세 이하인 가정일수록 어머니의 노동시장 이탈은 더 두드러졌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이용이 제한되면서 돌봄 시간이 급증했고, 이를 감당하기 위해 일을 줄이거나 아예 그만두는 선택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돌봄 공백이 발생할 경우 이를 누가 메우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재한 상황에서, 그 부담이 관성적으로 어머니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직무 특성에 따른 격차도 컸다. 재택근무가 가능한 사무직·전문직 어머니들은 고용 상태를 유지한 채 노동시간을 약 2.46%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반면 판매·서비스직 등 대면 근무가 불가피한 직종에 종사한 어머니들은 경제활동 참가율과 취업률이 모두 약 3.2%포인트 하락했다. 유연한 근무가 불가능한 일자리일수록 돌봄 부담이 곧바로 ‘퇴사’로 이어졌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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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많은 어머니들은 일시적 휴직이나 구직 상태에 머무르기보다 아예 비경제활동인구로 전환되는 경향을 보였다. 코로나19라는 일시적 충격이 여성의 고용 안정성을 구조적으로 흔들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면 아버지의 경우 감염 확산 지역 여부와 관계없이 90% 이상의 높은 경제활동 참가율을 유지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단순한 ‘코로나 이전·이후 비교’에 그치지 않고, 지역별 확산 정도를 세밀하게 반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감염이 조금 늘어난 지역과 크게 확산된 지역을 구분해 분석한 결과, 확진자가 많을수록 어머니의 노동공급 감소 폭도 커지는 경향이 일관되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위기 상황에서 돌봄 부담이 누구에게 전가되는지가 명확히 드러났다”며 “공공 돌봄 인프라 확충과 함께 재택·유연근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을 실질적으로 확대하는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일터가 멈출 때마다 돌봄이 어머니의 책임으로 귀결되는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여진 기자 aftershoc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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