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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간엔 처벌 안 돼”... 혼인 신고 악용해 수억 뜯어낸 사기꾼, 처벌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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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춘천지법 전경./뉴스1


배우자 사이에 벌어진 재산 범죄는 처벌을 면제한다는 점을 악용해 평소 알던 주점 업주를 속여 혼인 신고를 한 뒤, 수억 원을 가로챈 40대 남성에게 항소심에서도 실형이 선고됐다.

춘천지법 형사2부(재판장 김성래)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41)씨가 제기한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24년 5월부터 7월 사이 자신과 혼인 신고를 했던 여성 B씨에게 4억 6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B씨가 운영하는 주점에 수차례 방문해 친분을 쌓은 뒤, 자신을 유명 대학을 졸업한 재력가로 소개했다. A씨는 “대기업에 재직하다 현재는 돈놀이를 하고 있으며, 아파트도 현금으로 매수했다” “모텔을 곧 인수할 예정이다” 식으로 재력가 행세를 했다. 하지만 실제로 A씨는 고학력자도, 재벌도 아니었고 상습적으로 사기를 저질러 처벌을 받았던 전과자였다.

이후 A씨가 모텔 인수 등을 이유로 돈을 빌리는 과정에서 B씨가 “차용증을 써달라”고 하자, A씨는 “어차피 차용증을 써도 내가 도망가면 의미가 없으니 (나와) 혼인신고를 해주면 모텔 명의를 넘겨주겠다”고 했다. 혼인 신고 이후에도 A씨가 돈을 갚지 않자 B씨는 A씨를 고소했다.

A씨는 재판정에서 “거짓말을 한 부분이 있었지만 B씨에게 남자로서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었지 사기를 칠 목적은 없었다”며 “법률상 우리가 부부인 만큼, 친족상도례 규정에 따라 재산 범죄는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원래 형법에선 제328조 제1항을 통해 직계혈족·배우자·동거친족·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사이에 벌어진 재산 범죄는 형을 면제해왔다. 하지만 이 조항이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가 지난 2024년 6월 27일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A씨는 헌법불합치 결정 이전 기간에 벌어진 범행은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반면 재판부는 A씨와 B씨의 혼인 자체를 무효로 판단했다. A씨가 B씨와 부부로서 결혼식을 올리거나 신혼여행을 다녀오지도 않은 점, 주민등록상 한 세대를 구성해 함께 살지도 않은 점, 혼인 신고 후 2개월 만에 A씨가 B씨에게 수억 원을 가로챈 점과 자신에 대한 인적 사항을 모두 허위로 얘기한 점 등이 판단 근거였다. 두 사람의 혼인 신고는 오로지 A씨가 B씨에게 사기를 치기 위해 진행됐다고 본 것이다. A씨는 1심 판결 이후 B씨에게 용서를 구하긴커녕 조롱을 하거나 욕을 하는 등 반성의 기미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혼인이 무효가 되는 사기 결혼의 경우 친족상도례를 적용할 수 없다는 1심 판결에 사실이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양형에도 따로 반영할 사정이 없다”며 A씨 항소를 기각했다.

[이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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