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트럼프 ‘신제국주의’ 폭주에… 유럽 극우마저 등 돌렸다 [세계는 지금]

댓글0
추종자서 1년 만에 비판 모드
마두로 체포에 개혁UK “국제법 위반”
佛 RN 바르델라 “강제전복 용납 불가”
그린란드 병합 야욕엔 공동 대응 부심
“경악” “덴마크편”… 잇단 反美 메시지
美 관세 유럽 타격… 관계 균열 불러와
佛 RN지지자 43%가 “트럼프 비호감”
獨·英서도 ‘비호감’ 지속적 증가 추세
“정당들 지지자 생계 위협 외면 못해”
2024년 11월5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가 승리하자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와 미국 공화당뿐 아니라 대서양 건너 유럽 극우정당까지 함께 환호성을 질렀다. 정당 지도자들은 앞다투어 승리의 역사적 의미를 재평가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복귀가 유럽 극우의 성장을 가속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희망이 담긴 성명을 내놨다.

프랑스의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던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전 대표는 “미국 민주주의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분명하게 표명했으며, 미국인들은 자유롭게 자신들이 대통령을 선택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영국 나이절 패라지 개혁UK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가 “수십년 만에 가장 친영국적인 미국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알리스 바이델 독일을위한대안(AfD) 공동대표는 “AfD는 독일 연방공화국의 국민과 국가 이익을 위해 싸우며, 그(트럼프)는 당연히 우리의 롤모델”이라고 선언하기까지 했다.

세계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사진)의 그린란드 합병 시도 등 자국우선주의 외교정책에 대한 반작용으로 한때 추종자였던 유럽 극우정당들이 속속 비판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그린란드 합병 시도가 본격화된 이후 유럽에서 크게 화제가 되고 있는 ‘반(反)마가 모자’. 그린란드 국기와 ‘미국은 꺼져라’ 등의 구호가 적혀 있다. 디어본·코펜하겐=로이터·EPA연합뉴스


그러나 1년여 만에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관세 부과와 동맹에 대한 방위비 지출 압박 등 자국우선주의 외교전략을 이어가며 유럽과 충돌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역시 자국우선주의를 내걸고 극우 성향 유권자들을 유혹해 온 유럽 극우정당들은 더 이상 트럼프 행정부를 편들기 곤란한 입장이 됐다.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 유럽의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려 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마두로 체포 비판 나선 유럽 극우

지난 3일 벌어진 미국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전격 체포는 유럽 극우정당들의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다. 국제적 동의 없이 다른 국가 정상을 압송해 법정에 세운 전례 없는 사건에 대해 유럽 극우정당의 당수들도 질문을 받았고, 일제히 비판 의견이 담긴 답변을 내놨다.

패라지 대표는 작전 이후인 5일 미국의 베네수엘라 개입이 “비정통적이고 국제법에 반하는 행위”라고 직격했다. 유럽 극우 정치가 중에서도 대표적 친트럼프 인사로 꼽혀 온 패라지 대표가 미국의 외교정책을 직접적으로 비판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 많은 주목을 받았다.

세계일보

프랑스 RN의 주요 지도자들도 비슷한 비판 의견을 내놨다. 르펜 전 대표는 미국의 마두로 대통령 체포작전에 대해 “국가의 주권은 침해할 수 없고 신성하며, 결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평했다. 르펜 전 대표의 후계자로 꼽히는 조르당 바르델라 RN 대표는 “외부 국가에 의한 정부의 강제 전복은 설사 피에 굶주린 무자비한 독재 정권에 대해서라도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더 강한 비판의 날을 세웠다.

AfD에서도 비판 의견이 나왔다. 티노 크루팔라 AfD 공동대표는 13일 “다극적 세계질서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향권에 있듯 베네수엘라는 미국 영향권에 속한다”면서도 “서부개척 시대 방식은 거부해야 한다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바이델 공동대표도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핵심 선거공약을 어겼다“며 유권자에게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 극우정당들은 유럽연합(EU)이나 유엔(UN) 등 국제협력을 추구하는 기구가 자국의 이민·경제정책 등에 개입하는 것은 ‘주권침해’라며 강력히 반대하고, “우리 문제는 우리가 직접 해결하자”는 고립주의에 기반해 2010년대 이후 급격히 세력을 확장해 왔다. 이런 그들이 타국의 내정에까지 거침없이 간섭하며 ‘제국주의의 부활’이라는 비판까지 받는 2026년 초 이후의 트럼프 행정부를 용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세계일보

◆유럽 극우정당 지지자 “트럼프 싫다”

베네수엘라 작전만으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유럽 극우정당들의 태도가 돌변한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유럽 극우정당 간의 관계 균열은 이미 지난해부터 꾸준히 누적돼 왔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밀어붙인 전방위적인 관세정책이 유럽 국가 노동자 계층의 극심한 경제적 타격을 입힌 것이 결정적이었다.

관세 갈등이 이어지며 유럽 극우정당 유권자들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비호감도가 지속해서 증가했다. 미국정치전문지 폴리티코가 여론조사기관 퍼블릭퍼스트에 의뢰해 지난달 5~9일 프랑스·영국·독일 3국에서 1만5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RN 지지자 중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견해에 ‘매우 부정적’이라고 답한 의견이 25.4%, ‘부정적’이라는 의견이 17.9% 등 비호감을 표현한 답변이 43.3%에 달했다. ‘매우 긍정적’(8.5%), ‘긍정적’(16.7%) 등 호감을 표현한 답변보다 비호감 의견이 거의 두 배에 이른다. 비호감(37.5%)과 호감 (29.9%)의 격차가 불과 7%에 불과했던 2024년 6월 프랑스 총선 당시와 비교하면 극적인 변화다.

세계일보

독일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포착됐다. 2025년 2월 연방의회 선거 당시만 해도 AfD 지지자들 사이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호감 의견(34.5%)이 비호감 의견(33.2%)보다 많았으나 2025년 말에는 역전이 된 상태다. AfD 지지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매우 부정적’, ‘부정적’이라고 답한 의견이 35%로, ‘매우 긍정적’, ‘긍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인 32%를 넘어섰다.

언어의 공통점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극우정당 지지자들의 호감도가 더 높았던 영국에서도 2024년 7월 총선 당시의 비호감도(28%)보다 지난해 말의 비호감도(29.6%)가 증가했다.

◆그린란드가 만들 더 큰 파국

2026년 들어 본격화된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적인 외교정책으로 비호감도는 더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그린란드 합병을 두고 같은 유럽 내 국가인 덴마크와 대립하는 미국의 모습에 극우정당 지지자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14일 미국에서 J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비비안 모츠펠트 그린란드 외무장관이 만나 그린란드 문제를 논의했으나 “근본적인 이견”만 확인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그것(그린란드)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세계일보

14일 그린란드 누크의 눈 덮인 주택가 모습. AP연합뉴스


세계일보

이미 패라지 대표는 “그린란드에 안보 우려가 있는 것이 현실이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기지가 필요하다는 점은 동의한다”면서도 “미국이 덴마크로부터 그린란드를 강탈하려 한다면 그것은 ‘경악스러운(Outrageous)’ 일이 될 것”이라며 비판 대열에 섰다. AfD의 경우에도 르네 아우스트 유럽의회의원이 “독일은 덴마크 편에 서야 한다”고 발언하고, 바이델 공동대표 등도 그린란드 관련 비판을 제기하기 시작하는 등 반트럼프적인 메시지가 잇달아 나오는 중이다.

그린란드 합병 관련 미국과 유럽의 갈등이 더 격화될수록 극우정당들은 더 강한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유권자들의 압박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범유럽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유럽외교위원회(ECFR)의 마크 레너드 소장은 “유럽 극우정당들은 이념적으로 트럼프와 대체로 일치하지만, 이념이 경제와 안보 같은 현실적 국가이익에서의 현실적 차이를 메울 수는 없다”면서 “한때 칭송했던 최강대국 지도자가 자국의 이익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자 그들은 이제 유권자들에게 자신들의 정책을 해명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한때 열렬한 트럼프 추종자였던 유럽 극우는 트럼프 대통령에 더 적극적 비판자가 되어야 하는 처지다. 이에 대해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유럽 내 동맹들이 향후 강력한 비판자가 돼 오히려 그의 정책 추진을 어렵게 만들 수 있는 미래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고 평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지금 봐야할 뉴스

  • 뉴시스BNK금융그룹 '사회공헌의 날' 행사 부·울·경 동시 개최
  • 아이뉴스24BTS 공연 앞두고 숙박료 10배 뻥튀기⋯부산시 특단 조치
  • 머니투데이'아역 출신' 여배우, 뺑소니 사고로 사망..."용의자 車 검은색 SUV"
  • 노컷뉴스주말 서울 도심서 집회 이어져…'尹 사형' VS '尹 석방'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