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장소 l 나희덕 지음, 달, 1만8000원 |
눈발이 흩날리고 매서운 칼바람이 얼굴을 때리던 지난주 토요일, 걷는 모임 한 멤버의 아들 결혼식이 있어 다녀왔습니다. 주례 없이 진행된 이 예식에서 신랑 어머니는 축사를 낭독했는데, 나태주 시를 인용했습니다.
“나태주 시인의 시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아끼지 말아라/ 너의 사랑을/ 너의 시간을/ 너의 마음을’. 저는 사랑이라는 게 아껴서 남는 것이 아니라 내어줄수록 깊어지는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아, ○○아, 서로의 하루에 시간을 아끼지 말고 마음을 아끼지 말고 사랑을 아끼지 말아라. 그리고 오늘부터는 저 역시 ○○이에게 사랑을 아끼지 않는 어른으로 남고 싶습니다. 두 사람의 시작을 진심으로 축복합니다.”
짧은 말 속에, 자신이 좋아하는 시를 빌려 한없는 사랑을 전하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던지요.
“산책과 여행, 삶을 견디게 하는 두가지”라고 말한 나희덕 시인이 산문집 ‘마음의 장소’를 펴냈습니다. 시인이 걷다가 걸음을 멈춰 선 장소들, 그리고 그곳에서 건져 올린 어떤 마음들이 책 속에 담겨 있습니다. 시인은 아일랜드의 작은 바닷가 마을 던 리어리에서, 한 노인이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을 목격합니다. 그 곁을 서성이다, 루이스 세풀베다의 소설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을 떠올리며, 바닷가의 그 노인은 ‘어떤 싸움에서 돌아와 여기 앉아 있는 것일까’하고 상상하지요. 책을 읽으며 바닷가의, 소설의, 그 노인들이 책 읽는 모습을 그려보며, 잠시 제 마음도 여유로워집니다.
이번주엔 이슬아, 임경선 등 독자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작가들의 에세이도 잇따라 출간됐습니다. 감정이 메말라가고 ‘사랑 따위, 마음 따위’라는 생각이 든다면, 에세이 한권 들고 자신만의 ‘마음의 장소’를 방문해 보면 어떨까요?
양선아 텍스트팀장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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