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한국인 관광객 5000만 눈앞…면세 3사 '적자'
환율 리스크, 객당 임대료, 특허 수수료 '경영 부담'
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 시대를 맞았지만, 면세업계는 거듭되는 적자로 표정이 어둡다. 환율 리스크와 객당 임대료, 특허 수수료 등 경영 부담이 덮친 결과다. /더팩트DB |
[더팩트 | 손원태 기자] K-콘텐츠 열풍과 함께 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 시대를 맞았지만, 면세업계는 좀처럼 표정을 피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역대 최고 수준의 환율을 기록한 데다 높은 수준의 면세점 임대료, 특허 수수료 부담까지 떠안으면서 면세업계는 영업을 이어갈수록 적자가 되는 구조에 갇혔다.
17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하는 신라·신세계·현대는 지난해 3분기 각각 315억원, 94억원, 1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국내 관광 시장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왔지만, 면세업계 모두 적자를 쓰면서 기를 받지 못한 모습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집계한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총 1742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지난 2019년 연간 외국인 관광객 수 1750만명과 맞먹는다. 추세대로라면 올해 우리나라를 찾는 연간 외국인 관광객 수는 2000만명을 넘길 전망이다.
반대로 해외로 나간 우리 국민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뚜렷하게 회복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우리 국민의 해외 관광객 수는 2680만명을 나타냈다. 이는 지난 2019년 우리 국민의 연간 해외 관광객 수 2871만명과 비슷한 수치다. 올해에는 우리 국민의 연간 해외 관광객 수가 3000만명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공항을 오가는 외국인 관광객이 2000만명, 한국인 관광객이 3000만명을 넘는 시점이 왔다. 그러나 면세업계는 뜻밖의 불황을 맞으면서 걱정이 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 시대를 맞았지만, 면세업계는 거듭되는 적자로 표정이 어둡다. 환율 리스크와 객당 임대료, 특허 수수료 등 경영 부담이 덮친 결과다. /남윤호 기자 |
◆ 지난해 원·달러 평균 환율은 1422원 '역대 최대'
면세업계 한숨이 커지게 된 첫 번째 요인은 환율이다. 지난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 출범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했고, 국가 간의 관세 전쟁이 펼쳐졌다. 이 여파로 지난해 원·달러 평균 환율은 1422원을 기록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환율을 집계하기 시작한 1990년 이후 최고치다. 외환위기 시절이던 1998년 원·달러 평균 환율 1395원보다도 27원 높다. 환율은 새해가 밝아도 1500원대를 위협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원화가 약세를 그리면 면세점은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구조다. 과거 면세점에서 고가의 화장품이나 의류 등을 구매하던 외국인 관광객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유통망인 올리브영이나 다이소, 무신사 등을 찾는다.
실제로 한국면세점협회는 지난 2024년 국내 면세점 매출을 14조2249억원으로 집계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4조8000억원과 비교해 10조원 넘게 낮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국내 면세점 매출도 전년 동 기간 대비 12% 감소한 11조4145억원에 그쳤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최근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면세점의 핵심 강점인 가격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면서 "면세점은 환율 변동에 민감한 산업인 만큼 환율 리스크를 소비자에 전가하지 않도록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 시대를 맞았지만, 면세업계는 거듭되는 적자로 표정이 어둡다. 환율 리스크와 객당 임대료, 특허 수수료 등 경영 부담이 덮친 결과다. /인천국제공항=남윤호 기자(현장풀) |
◆ 공항 이용객당 매기는 면세점 임대료도 '부담'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면세점을 시름에 잠기게 하는 두 번째 요인에는 높은 수준의 임대료가 있다. 신라와 신세계는 지난해 하반기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반납했다. 이보다 앞서 신라와 신세계는 지난해 상반기 면세점 경영난을 이유로 인천공항에 임대료 40% 인하를 요구, 법원에 조정 신청을 냈다.
법원은 신라에 객당 임대료를 8987원에서 25% 낮춘 6717원을, 신세계에 9020원에서 27.2% 인하한 6568원을 조정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인천공항은 다른 면세업체와의 형평성, 공정성 등을 거론하며 조정안을 거부했다. 이에 신라는 인천공항 DF1 면세점을 오는 3월 17일, 신세계는 4월 27일까지 운영한 뒤 철수한다.
신라와 신세계는 지난 2023년 공항 이용객 수에 따라 인천공항에 임대료를 지급하는 방식의 면세점 운영권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 수가 늘어나는 것과 무관하게 이들의 소비 패턴이 달라졌고, 고환율 여파까지 맞닥뜨리며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났다. 신라와 신세계는 매달 수십억 원의 적자를 떠안았다.
인천공항은 오는 20일 신라와 신세계가 반납한 면세점 사업권 입찰을 재개한다. 계약 기간은 오는 2026년 7월 1일부터 2033년 6월 30일까지 총 7년이다.
낙찰업체는 계약 이후에도 갱신을 청구해 최대 10년까지 영업을 이어갈 수 있다. 다만 면세점 임대료는 3년 전과 같이 인천공항 이용객 수에 따라 단가를 곱해 산정하는 방식 그대로다.
대신 인천공항은 면세점 객당 임대료를 2023년 입찰 때보다 하향 조정했다. DF1은 5346원에서 5.9% 낮춘 5031원을, DF2는 5616원에서 11.1% 내린 4994원을 제시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 면세점은 소비 감소와 고환율로 인한 내국인들의 이용도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며 "여객 수가 증가해도 매출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데 여객 수에 연동된 임대료는 면세업계의 비용 부담을 키우고 수익성을 저해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 시대를 맞았지만, 면세업계는 거듭되는 적자로 표정이 어둡다. 환율 리스크와 객당 임대료, 특허 수수료 등 경영 부담이 덮친 결과다. /신세계 면세점 |
◆ 적자인데 매출로 매기는 '특허 수수료'도 족쇄
면세업계를 옥죄는 또 다른 요인으로 특허 수수료도 들 수 있다. 특허 수수료는 지난 2013년 당시 정부가 대기업의 면세점 독식을 이유로 도입한 제도다. 이에 따라 정부로부터 면세점 운영 권한(특허)을 받은 기업은 면세사업을 통해 발생하는 이익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2013년 이전까지만 해도 특허 수수료는 면세점 연 면적을 기준으로 산정했다. 그러나 대기업 특혜 논란이 거듭 제기되면서 관세법 개정과 함께 면세점 매출의 0.05%를 수수료로 부과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2017년에는 면세업계가 호황을 누리면서 연 매출의 최대 1%를 특허 수수료로 지급하도록 개정됐다.
면세업계는 이 같은 특허 수수료 산정 방식이 코로나19 이후 면세업계가 처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유통 시장이 이커머스 중심으로 재편됐고,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트렌드도 면세점보다 소매점 등에 집중되는 만큼 이 같은 특허 수수료가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도 면세점 상황을 고려해 특허 수수료를 50% 감면하도록 조치했다. 다만 특허 수수료를 도입하는 국가가 매우 적은 상황이다. 일본의 경우 특허 수수료를 매기고 있지만, 면세점 면적에 따라 월 최대 1000만원 수준을 내 부담이 덜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허 수수료는 매해 수백억 원대 규모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사드 사태와 코로나19 등 급격한 대외 환경 변화를 맞으면서 면세업계는 구조적 적자 상태에 직면했다"면서 "영업 적자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매출액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은 기업에 과도한 재무적 부담을 안긴다"고 호소했다.
이어 "변화된 면세업계 시장 환경에 따라 수익성을 고려해 특허 수수료를 합리적으로 매길 수 있도록 정책적인 고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tellme@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