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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자승자박' 된 광주 남구청 현수막 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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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찬기/호남취재본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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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찬기 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기자.

최근 광주 남구를 중심으로 현수막·현수기 설치 문제가 지역사회 핵심 논쟁거리로 비화 중이다. 선거철이면 으레껏 경쟁 후보 간 마타도어와 유언비어로 한바탕 입씨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이번 사안은 다소 생소하다 싶을 만큼 경험하지 못한 상황들의 연속이어서 혼란을 부추겼다.

논쟁의 시작점은 광주 남구 곳곳에 내걸린 김병내 남구청장의 출판기념회 현수막과 현수기다. 남구청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 현수막 설치에 있어선 '성역 없는 단속'을 천명했다. 실제 남구청은 특정 후보가 설치했던 현수막을 문제 삼으며, 대대적인 철거 작업을 전개했다. 해당 후보의 출판기념회 행사 날을 전후로 철거작업은 더욱 매몰차게 이뤄졌다.

남구청은 한술 더 떠 선거철이면 응당 관행적으로 설치되던 입후보자 선거사무실 건물 외벽 대형현수막까지도 단속 대상에 포함시켰다. 물론 법이란 기준으로만 보면 딱히 뭐라 할 말은 없다. 남구의 '불법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 앞에, 속절없이 적게는 수백에서, 많게는 천만 원의 과태료 딱지를 받아든 후보들이 속출했다.

문제는 남구청의 단속기준이 고무줄 잣대처럼 늘었다, 줄기를 반복하는 바람에 논란을 야기했다는 점이다. 한바탕 단속의 회오리가 몰아친 요즘 광주 남구 곳곳에는 '김병내 남구청장의 출판기념회'를 알리는 현수기와 현수막이 수백장이 내걸렸다. 정작 자신은 현직이라는 프리미엄을 안고 합법을 가장한 교묘한 '꼼수 현수막 정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이는 형평성 논란으로 이어졌다. 단순히 현수막을 걸었다가 범법자로 낙인찍힌 여러 후보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누군 되고, 누군 안 되느냐"하는 원초적 불만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졌음은 당연하다.

남구청은 "위법 사항이 없고 절차를 준수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내부적으론 이러한 부분들이 법적 문제가 되는지, 아닌지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헤프닝을 자초했다. 사실 알고 싶지 않았다는 쪽이 더 가까웠을지 모르겠다.

지역 정가에서 법 해석을 둘러싼 논쟁이 커지자, 남구는 지난 14일에야 부랴부랴 행정안전부에 '출판기념회 현수기가 문화·예술 진흥 행위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유권해석을 질의했단 사실이 뒤늦게 들통났다. 현수기 게시 일주일이나 지난 뒤였다. 경쟁 후보들에겐 엄격한 잣대를, 자신의 상관인 청장에겐 한없는 관대함을 보여준 불공정한 대표적인 사례로 비쳤다.

이처럼 법과 원칙의 문제에서 공정성이 훼손될 경우 갈등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그것이 정치적 문제로 연결될 경우 부작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를 지켜본 유권자들은 촌스러운 현수막 경쟁이 아닌 정책 경쟁으로 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논란은 '자승자박'으로 구민들의 기억에 각인될 것이다.

호남취재본부 민찬기 기자 coldai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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