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한국서 ‘발 동동’ 이란인들 “거리에서 정부가 학살···히잡 시위와는 결과 달라졌으면”

댓글0
“이번에 이기지 못하면 끝이야.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두 시위에 참여했기 때문에 전부 정부에 의해 감옥에 가게 될 거야.”

아미르 사만 타예라니(35)의 가족은 지난 8일 이란에서 이 메시지를 보낸 후 연락이 끊겼다. 반정부 시위를 탄압하고 있는 이란 당국은 지난 8일부터는 인터넷을 차단하며 외부와 연결을 통제하고 있다. 이란 출신으로 7년 전 한국에 왔다는 타예라니는 “시위에 참여한 가족들의 마지막 메시지는 결의에 넘치면서도 섬뜩했다”고 말했다.

이란 전역에서 반정부 시위는 3주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테헤란의 상인들이 리얄화 가치 폭락에 항의하며 벌인 시위는 점차 확산하여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로까지 확대됐다.

경향신문은 지난 13일부터 한국에 거주하는 이란인들과 전화 및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란 현지의 상황을 전해 들었다. 이들은 이번 시위에 관해 “정부가 국민을 살해하고 침묵시키려 하고 있다”며 이란 당국을 향한 분노를 터뜨렸다.

이어진 정부의 폭력 진압


경향신문

지난 14일 이란 테헤란 카흐리자크의 테헤란 법의학센터 바닥에 수십 구의 시신이 놓여있는 모습이 SNS에 공유됐다. AFP연합뉴스


미국에 기반을 둔 인권운동가통신은 14일(현지시간) 반정부 시위와 관련해 최소 261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영국에 본부를 둔 반체제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지난 13일 시위로 인한 사망자가 최소 1만2000명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란이 외부와 통신을 차단하면서 정확한 사상자 집계는 어려운 상황이다.

타예라니는 “마지막으로 통화한 가족은 총에 맞거나 체포하는 것을 피하려고 거리에서 계속 달려야 했다고 했다”며 “이란 당국이 저지르고 있는 것은 ‘폭동 진압’이 아니라 체계적인 집단 학살”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귀화한 이란 출신 A씨(51)는 “지난주 지인과 통화했을 때에 시위가 끊기지 않고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했다”며 “사망자가 1만2000명이 아니라 120명이라도, 12명이라도 1명이라도 죽어가는 것이 너무 안타깝고 눈물이 날 정도로 슬프다”고 말했다.

소요 사태가 몇 주간 이어지며 유족들이 시신을 찾아 헤매는 등 도시 곳곳에서 혼란도 벌어지고 있다. 서울 온누리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란 출신 박씨마 목사(65)는 “시신이 산처럼 쌓여있는 중 가족의 시신을 찾는 유족에게 3500달러(약 513만 원)를 요구하는 기가 막힌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며 “다른 나라와 전쟁을 해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단기간에 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달걀 한 알 2000원···분유, 기저귀도 못 사”


이번 반정부 시위는 환율 상승 등 심각한 경제난으로 촉발됐다. 지난해 말 달러 대비 리얄화 가치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물가는 전년 대비 40% 상승했다. 2년 전부터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B씨(27)는 “미국의 가혹하고 전방위적인 제재로 인한 경제난, 인플레이션으로 이란 국민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며 “이란에서 부를 유지하는 사람은 달러와 관련한 일을 하는 사람들뿐”이라고 말했다.

박 목사는 “달걀 한 알에 2000원쯤 할 정도로 물가가 치솟아 사람들이 달걀 한 알을 사 먹는 것도 망설이고, 아이들을 위한 분유나 기저귀도 전혀 사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란에 사는 A씨의 가족도 시위가 벌어지기 직전에 생활고로 해외 이주를 고려했다. A씨는 “동생이 말하길 평범한 회사원의 월급이 한국 돈으로 15~17만원 정도라면, 한 달 월세는 20만원인 수준”이라며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여성들이 성매매하면서까지 생계를 이어나간다는 소식을 들어 안타까웠다”고 했다.

‘반 하메네이’로 번진 시위···정권 교체 이뤄낼까


경향신문

14일 이란 테헤란 사다트 아바드 광장에서 시위가 벌어지는 중 차량에 불이 옮겨붙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들은 이번 시위에서 이란 왕조의 마지막 왕세자였던 레자 팔레비가 전면에 등장한 것을 주목하면서 “2022년 히잡 시위와는 다를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난 6일 팔레비가 시위의 참여를 독려했고, 이후 일부 시위대는 팔레비의 귀국을 요구하며 왕조의 복권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목사는 “이번 시위는 리더가 있다는 점에서 히잡 시위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타예라니는 “지난 히잡 시위에서 우리는 정권을 전복하려는 의지는 있었지만, 구체적인 희망은 부족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팔레비 왕세자가 행동을 촉구하면서 명확한 정권 교체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시위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 신정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을지는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A씨는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과 체계가 다른 나라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정권 전복을 위해서는 외세의 개입이 있거나 사람들이 무기를 들고 거리로 나오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더보기|이 뉴스,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 점선면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경향신문 주요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

지금 봐야할 뉴스

  • 동아일보‘공천헌금 의혹’ 김경, 16시간 30분 경찰 조사…“있는 그대로 말했다”
  • 더팩트미·대만, 상호관세 15% 합의…"5000억달러 대미 투자"
  • 헤럴드경제美 법원, ‘워너-넷플릭스 계약정보 즉각 공개’ 파라마운트 청구 기각
  • 베이비뉴스하랑갤러리, 영해 작가 개인전 '모서리의 떨림' 2월 1일까지 개최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