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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또 담배회사 손 들어줬다"…건보공단, 상고 검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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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석 이사장, "법원 판단 존중하지만 실망"
흡연-폐암 인과관계 전면 부인은 안 해
"국가가 담배로부터 국민 보호해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 제조사를 상대로 제기한 50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도 패소하자 또다시 상고를 예고했다.

아시아경제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주요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대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 패소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고법 민사6-1부는 15일 건보공단이 KT&G와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에 공단은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이번 판결이 흡연으로 인한 질병과 사회적 비용의 책임 문제를 사법적으로 해결하는 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 결과"라고 평가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이번 소송은 흡연으로 인한 폐암 등 중증 질환의 치료비가 장기간 건강보험 재정을 통해 국민 전체의 부담으로 전가돼 온 구조에 대해 그 책임을 원인 제공자에게 묻고자 제기된 공익소송이었다.

공단은 흡연과 질병 간 인과관계, 담배의 중독성과 위해성, 제조사(담배회사)의 정보 제공 책임 등을 중심으로 소송을 진행해 왔으나 법원은 항소심에서 이러한 공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사건 대상자들이 과거 흡연을 시작할 당시 이미 흡연의 유해성과 중독성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했지만, 공단 측은 이러한 판단이 당시의 의학적·사회적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공단은 "흡연의 건강 문제에 대한 기준점을 제시하는 미국 공중보건국 보고서(Surgeon General Report)조차도 1988년에야 담배 흡연이 니코틴 중독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처음으로 인정했다"며 "이후 공중보건 캠페인, 금연 정책, 광고 제한 강화, 금연구역 확대 등이 활발해진 점을 고려하면 일반 국민이 1960~70년대에 흡연의 유해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이를 전제로 흡연을 선택했다고 보는 것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항소심 판결이 흡연과 질병 간 인과관계를 최종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았으나, 이를 전면 부인했던 1심 판결보다는 일정 부분 진일보한 판단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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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판결에서 사건 대상자들이 장기간 고도 흡연자이며, 흡연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폐암, 후두암에 걸렸다는 점이 인과관계 판단에 있어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된다고 명시적으로 인정했다. 흡연과 질병 간 인과관계를 원칙적으로 부정한 1심 판단에서 한 걸음 나아간 것으로, 향후 흡연 피해에 대한 사법적 판단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해외 주요 국가에선 흡연 피해에 대한 담배회사의 직접적인 책임이 인정되고 있는 점, 국내에서도 150만명이 지지 서명을 할 만큼 담배회사의 책임을 인정하고 있는 국민적 공감대를 고려할 때 사법부의 판단이 국민의 건강권 보호에 있어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비판 역시 피할 수 없다.

공단 측은 "해외에서는 흡연 피해를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가 해결해야 할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고 사법적 판단과 정책적 대응이 함께 이뤄지고 있다"며 "이번 소송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 역시 흡연 피해에 대한 책임을 제도적으로 어떻게 다룰 것인지 대해 더 이상 논의를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공단은 이번 판결의 취지와 판단 이유를 면밀히 분석하고 법률적으로 부족한 부분 등을 보완해 적극적으로 상고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이날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법원 판단을 존중하지만 매우 실망스럽고 아쉬운 판결"이라면서 "담배회사는 담배를 팔아 수많은 이익을 남기는데, 국민은 담배로 아파하고 죽어가고 있다. 차가 교통사고를 내 사람들이 다치고 사망했는데 운전자가 도망가 버린 격이다. 담배회사는 뺑소니범이다"고 비판했다.

정 이사장은 또 "담배회사가 극히 일부 의료계의 잘못된 주장만 취득해 끊임없이 재판부를 호도했다"며 "국가가 담배로부터 국민을 보호하지 않으면 헌법에 나온 기본권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새로 재판에 임한다는 각오로 전략을 다양하게 준비해 제대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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