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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사법부, 흡연 피해 문제 해결에 여전히 소극적…상고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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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질병 인과관계 전면 부인 안 해"
"사법적 판단의 변화 가능성 시사"
"법률적 보완 거쳐 상고 검토"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5일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50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에서 패소한 데 대해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면서도, 이번 판결이 흡연으로 인한 질병과 사회적 비용의 책임 문제를 사법적으로 해결하는 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 결과”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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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주요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대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 패소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건보공단은 “이번 소송이 흡연으로 인한 폐암 등 중증 질환의 치료비가 장기간 건강보험 재정을 통해 국민 전체의 부담으로 전가되어 온 구조에 대해 그 책임을 원인 제공자에게 묻고자 제기된 공익 소송”이라고 설명했다.

건보는 흡연과 질병 간 인과관계, 담배의 중독성과 위해성, 제조사(담배회사)의 정보 제공 책임 등을 중심으로 소송을 진행했으나 이날 재판부는 항소심에서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단은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이 사건 대상자들이 1960~70년대 흡연을 시작할 당시 이미 흡연의 유해성과 중독성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했으나 당시의 의학적·사회적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흡연의 건강문제에 대한 기준점을 제시하는미국 공중 보건국 보고서조차도 1988년에야 담배 흡연이 니코틴 중독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처음으로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이후 공중보건 캠페인, 금연 정책, 광고 제한 강화, 금연구역 확대 등이 활발해진 점을 고려하면 일반 국민이 1960~70년대에 흡연의 유해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이를 전제로 흡연을 선택했다고 보는 것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것이 공단의 판단이다.

공단은 또 “이번 항소심 판결은 흡연과 질병 간 인과관계를 최종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았으나, 이를 전면 부인한 1심 판결에 비해서는 일정 부분 진일보한 판단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다.

법원은 항소심에서 이 사건 대상자들이 장기간 고도 흡연자이며, 흡연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폐암·후두암에 걸렸다는 점이 인과관계 판단에 있어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된다고 명시적으로 인정했다는 것이다.

공단은 “이는 흡연과 질병 간 인과관계를 원칙적으로 부정한 1심 판단에서 한 걸음 나아간 것으로, 향후 흡연 피해에 대한 사법적 판단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공단은 사법부가 국민의 건강권 보호에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외 주요 국가에서 흡연 피해에 대한 담배회사의 직접적인 책임이 인정되고 있는 점과 한국 역시 150만명의 지지서명으로 확인된 담배회사 책임 인정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고려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공단은 “해외소송에서는 필립모리스와 BAT의 거액의 배상 책임이 인정되었음에도, 같은 말보로, 던힐을 흡연한 우리 국민들에게는 아무런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점은 일반 상식 수준에서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1998년 주정부와 담배회사 간의 대규모 합의(MSA)를 통해 흡연 피해에 대한 책임이 제도적으로 정리됐다. 캐나다 역시 공공보험 재정을 근거로 한 담배소송을 통해 담배회사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과 전국적 합의가 이뤄졌다.

공단은 이번 판결의 취지와 판단 이유를 면밀히 분석하고 법률적으로 부족한 부분 등을 보완해 상고를 검토할 예정이다.

공단은 “대한민국이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당사국으로서 담배로 인한 건강 피해를 줄이고 국민건강을 보호할 국제적 책무를 지니고 있는 만큼, 건강보험 보험자로서 흡연 피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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