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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다큐]336일 만에 땅 밟은 세종호텔 해고노동자..."복직 투쟁 멈추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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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월 겨울에 (고공에) 오르고 사계절이 바뀌어 또다시 겨울의 중심에서 안전하게 땅을 밟을 수 있게 되어 함께해 주신 동지들께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 고진수 / 민주노총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 지부장


세종호텔 해고노동자 고진수 씨가 어제(14일) 336일 간의 고공농성을 멈추고 땅으로 내려왔습니다.

세종호텔 노조 지부장인 그는 코로나19 시기 정리해고 된 조합원 6명의 복직을 요구하며 지난해 2월 13일, 서울 명동 세종호텔 앞 지상 10여 미터 높이 지하차도 진입차단 시설물에 올랐습니다.

해고자 복직이 이뤄진 건 아닙니다. 노사 간 접점을 찾은 것도 아닙니다. 한파 속 고공농성이 장기화하면서 건강 문제로 고 지부장은 일단 고공농성을 중단하고, 해고 조합원들과 함께 지상에서 복직 투쟁을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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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농성을 중단하는 1월 14일, 고진수 지부장이 비바람에 찢긴 세종호텔지부 노조 깃발을 들고 철탑에서 내려올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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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4일 서울 세종호텔 앞 10여 미터 높이 지하차도진입차단 시설물에서 내려오고 있는 고진수 세종호텔지부장


336일 간의 고공농성 마침표 찍던 날
고 지부장은 이날 오후 2시 15분경 고공농성장의 짐을 정리하고 스카이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그의 손에는 지난 1년 간의 혹독한 시간을 보여주는 듯, 비바람에 반쯤 찢진 무지개색 ‘세종호텔지부’ 노동조합 깃발이 들려 있었습니다. 고 지부장이 시민들을 향해 깃발을 흔들며 내려오자, 시민들은 "고진수 고생했다, 끝까지 함께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환영했습니다.

이날 고공농성장 아래에는 수많은 인파가 모였습니다. 시민사회단체, 종교계 인사, ‘말벌 동지’라 불리는 연대 시민 등 지난 1년간 고 지부장 곁을 지켜온 시민들이 고 지부장을 마중했습니다.

김형수 전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장과 박정혜 한국옵티칼 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도 함께했습니다. 조선소 하청노동자 처우개선, 해고자 고용 승계 등을 요구하며 각각 97일, 600일간 고공농성을 했던 노동자들입니다. 고 지부장은 땅에 내려오자마자 이들과 포옹하며 한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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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고공농성을 하고 먼저 내려온 김형수 전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장과 박정혜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이 철탑에서 내려오는 고진수 지부장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출처 :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 공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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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수 지부장은 땅을 밟자마자 지난 겨울 서울 중구 한화빌딩 앞에서 고공농성을 했던 김형수 전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장을 부둥켜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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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탄핵 국면에서 함께 고공농성을 했던 조선소 하청노동자 김형수 씨,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노동자 박정혜 씨가 가장 늦게 고공에서 내려온 고진수 지부장을 바라보고 있다.


1년 가까이 비좁은 공간에 갇혀 있었던 고 지부장은 곧바로 휠체어에 몸을 실었습니다. 그리고 시민들 앞으로 나와 땅에서 복직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말했습니다.

비록 고공에서 우리가 요구하는 복직의 답을 받아내지는 못했지만, 아래에서 지금 함께해 주시는 더 많은 동지와 노동권 쟁취하기 위한 투쟁, 정리해고 철회 투쟁을 함께 해나가면 되겠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고공농성 함께했던 우리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김형수 동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박정혜 동지 모두 여전히 현장에서 제대로 된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했습니다.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마음들, 지치지 않고 함께 모아내서 더 많은 동맹을 만들어서 투쟁해 나가겠습니다.
- 고진수 / 민주노총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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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농성 336일 만에 땅을 밟은 고진수 세종호텔 해고노동자(세종호텔지부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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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수 지부장이 고공농성을 중단한 1월 14일, 그동안 고진수 지부장 등 세종호텔 해고노동자와 연대했던 종교인, 시민 등이 한 데 모여 세종호텔 해고자들의 복직을 촉구했다.


고진수 지부장 직접 교섭 들어갔지만…사측 ‘복직 불가’
세종호텔 노조는 지난 9월부터 고용노동부 중재로 복직 논의를 위한 노사 교섭을 진행습니다. 고 지부장이 내려오기 전까지 6차 교섭이 진행됐지만 진척은 없었습니다. 노조가 6명 전원 복직에서 순차 복직으로 입장을 낮췄지만, 사측은 위로금만 제시하는 상황입니다.

고 지부장이 고공농성을 중단한 이날은 7차 교섭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교섭은 세종호텔 안에서 열렸습니다. 고 지부장은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간단한 건강검진을 마친 뒤 직접 교섭에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이날도 복직안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교섭 도중 병원 치료를 위해 먼저 나온 고 지부장은 뉴스타파와 인터뷰에서 “오늘 내려오면서 회사로부터 좋은 이야기가 나오길 기대했는데, 아직은 부족한 것 같다”며 “시민들이 연대해 준 마음에 힘입어 열심히 투쟁해서 꼭 일터로 돌아가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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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4일, 고공농성 336일 만에 땅을 밟은 고진수 지부장이 휠체어를 타고 세종호텔에서 열리는 7차 노사 교섭에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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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4일 오후 4시경 서울 명동 세종호텔 1층에서 열린 7차 노사 교섭에 직접 참여한 고진수 세종호텔지부장 (사진 출처 :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 공대위)


“코로나19 경영난 회복했는데 복직은 왜 안 되나”
세종호텔 정리해고 사태는 2021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세종호텔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영난을 이유로 직원 12명을 정리해고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정리해고자 전원은 모두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이었습니다.

노조는 해고자들 모두가 오랜 기간 사측의 비정규직 양산에 반대했던 노조원들이라는 점에서 ‘노조 파괴’ 성격의 부당해고라고 주장합니다. 이들이 해고되면서 호텔 내에 민주노총 조합원은 2명만 남았습니다. 다수는 한국노총 소속입니다.

노조는 부당해고 소송을 진행했지만, 대법원까지 패소했습니다. 법원은 세종호텔이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0년, 2021년 경 적자가 극심했기 때문에 이에 따른 정리해고는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 패소로 농성이 장기화하면서 12명이 시작한 복직투쟁에는 현재 6명만 남았습니다.

호텔의 적자는 금세 회복됐습니다. 정리해고 1년 여 만인 2023년부터 흑자전환 됐습니다. 세종호텔을 운영하는 세종투자개발의 2023년 당기순이익은 12억 원, 2024년은 무려 333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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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수 지부장은 지난해 2월 13일 세종호텔이 바로 보이는 서울 명동 6차선 도로 위 철탑에 오른 후 복직을 요구하며 336일간 고공농성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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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6일, 고진수 지부장이 서울 명동 세종호텔 앞 지하차도 진입차단 시설물 위에서 시민들을 향해 북을 치며 세종호텔 정리해고 문제를 알리고 있는 모습.


해고자들은 정리해고의 원인이었던 호텔의 경영난이 코로나19 종식 후 해소된 데다, 매년 호텔 수익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해고자들을 복직시키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합니다. 호텔 쪽은 법원 판결에서 승소한 만큼 복직 요구를 받아줄 이유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세종호텔은 해고자들을 받아줄 만큼 인력 수요가 없다고도 주장합니다. 반면 현재 세종호텔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은 ‘코로나19 이후 인력이 줄었는데, 호텔을 찾는 관광객은 대폭 늘어 노동강도가 높아졌다’고 호소합니다. 인력 채용의 필요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내부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세종호텔 해고자들은 복직이 어렵다는 사측 입장을 이해할 수 없고요.

현재 객실 333개를 운영하는 세종호텔의 직원 수는 정규직 20명, 비정규직 40여 명에 불과합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사측은 코로나19라는 국가 재난을 명분으로, 정규직 250명이 일하던 현장을 정규직 20여 명만 남은 비정상적인 구조로 만들었다”며 “호텔은 정리해고 1년 만에 흑자를 내기 시작했고, 최대 객실수익을 기록하지만, 사측은 ‘복직은 결코 안 된다’며 반노동적 태도를 굽히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

민변, 인권단체 등 다양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세종호텔 투쟁을 계기로 정리해고 제도 자체를 한다고 지적합니다.

정리해고는 회사가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있을 때 해고한다는 것이 대전제인데, 정리해고법이 도입된 후 거의 30년 가까이 제도가 악용돼 왔어요. 회사가 의도적으로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를 만들어내거나, 실제 아주 일시적이고 예외적인 어떤 상황들을 근거로 노동자들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겼던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파괴하는 수단으로 작용한 사례가 많았거든요. 세종호텔 고공농성을 계기로 정리해고 제도가 노동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폐지 또는 대폭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이청우 /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해고자들 로비 농성 돌입…“호텔 대주주 ‘세종대 재단’이 나와야”
해고자들은 실질적인 복직 논의를 위해선 세종호텔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실권자, 세종대 재단(대양학원) 측이 교섭에 나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대양학원 주명건 명예이사장이 직접 나와야 실마리가 풀린다고 말합니다. 주명건 명예이사장은 대양학원 설립자의 장남으로, 세종호텔의 실소유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동안 교섭에 참여해 온 허지희 세종호텔지부 사무장은 “오세인 세종호텔 대표에게 해고자 복직 문제를 언제 해결할 거냐고 물으면, 자신은 임기가 있는 사장이라는 말만 반복하면서 정확한 답을 주지 않았다”며 “결국 임기가 정해진 오세인 대표는 복직 문제를 해결할 수도, 결정할 수도 없다. 세종호텔 실명령권자인 세종대 재단 ‘대양학원’의 주명건(명예이사장)이 직접 교섭에 나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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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호텔 해고자 2명과 연대 시민들은 1월 14일 오후 5시경부터 세종호텔에 로비에 앉아 세종호텔의 대주주인 세종대 재단이 직접 복직 논의를 위한 교섭에 참여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 공대위)


다음 8차 교섭은 오는 1월 29일에 열립니다. 고진수 지부장이 녹색병원에 입원한 가운데, 세종호텔 해고자 2명은 이날 오후 5시경부터 대양학원 측의 교섭 참여를 요구하며 호텔 로비 농성에 돌입했습니다. 이들과 연대해 온 시민들도 농성에 동참했습니다. 고진수 지부장의 고공농성은 어제로 마침표를 찍었지만, 세종호텔 해고노동자들의 복직 투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뉴스타파는 지난 12월 31일, 세종호텔 해고노동자들의 복직투쟁을 다룬 다큐멘터리 < 철탑 위에 아직, 사람이 있다...세종호텔 해고노동자 고진수>를 보도한 바 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다큐를 통해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타파 홍여진 sara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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